멀다. 그러나 가깝다.

2017.09.30 ▶ 2017.11.12

갤러리 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소격동,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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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건축학 학습(바라간) Architectural Study(Barragan), 2017, 캔버스에 유채, 240x200 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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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두 개의 풍경 Double Landscape, 2017, 캔버스에 유채, 70x70 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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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왕관(왕) Crown(King), 2017, 나무에 알루디본드, 22x22 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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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Crown (Queen), 왕관 (여왕), 2017, Oil on alu-dibond on wood, 나무에 알루-디본드에 유채, 22x22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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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Architectural Studies, 건축학 학습,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70x7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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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Blue Bag, 파란 가방 2017, Oil on wood, 나무에 유채, 22x27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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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Interior with Crown (King), 인테리어와 왕관 (왕),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60x7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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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Outside, 밖,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19x27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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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Railing, 난간,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185x24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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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Rock Formation, 암층,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210x190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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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Tree and Stick, 나무와 가지, 2017, Oil on canvas, 캔버스에 유채, 25x25cm © Jean-Louis Losi and courtesy of Tim Eitel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 Press Release

    1.팀 아이텔 / 시선의 관조적 시간 확장과 집중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1947년 잭슨 폴록의 네 번째 개인전을 본 후, ‘이제 이젤 회화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뉴스’에 중독된 자본주의 미디어는 더 이상 ‘오래된’ 회화를 주목하지 않았다. 서구의 화가들은 캔버스를 벗어나 뉴미디어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클레멘트의 선언은 성급했다. 그는 세상의 반쪽에서 회화가 지난 수천 년간 그랬듯, 고요한 강처럼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간과하였다.

    20세기 중반 냉전은 정치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도 장벽을 세웠다. 냉전 시대 두 세계는 서로에 대해 냉담함을 너머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려 하였다. 그러므로 30년 한 세대에 걸친 냉전이 종식되고 단절되었던 두 세상의 예술이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받은 충격은 당연히, 작지 않았다.

    서구 자본주의보다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에 일어난 삶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컸다. 동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예술가들은 이상사회 건설 이념에서 벗어나 치열한 생존경쟁의 숙명 앞에 놓인 인간의 삶과 마주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밀려오는 자본주의의 물결 이면에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이 미처 보지 못하거나 간과한, 인간의 소외가 뚜렷하게 보였다. 러시아의 세묭 파에비소비치, 중국의 리우 샤우동 등 많은 사회주의 작가들은 무미건조한 일상과 우울한 심상의 소외된 주변인들을 사실적이며 애증어린 시선으로 냉철하게 그리며 독창적인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옛 동독지역의 라이프치히 화파는 그 가운데서도 독창적인 화풍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냉전 시기 서구 현대 미술계와 단절되어 사회주의 형상미술의 전통을 이어온 라이프치히 대학출신의 작가들은 스스로를 예술가 아닌 화가로 부르며 회화의 순혈성을 고수하였다. 철의 장막에서 나온 라이프치히 작가들은 인간의 욕망과 자유를 드러내는 동시에 두려움과 무력함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형상미술의 흐름을 이뤄냈다.

    90년대 현대미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으로 영상, 설치, 뉴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매체 실험들이 가속화되며 대중과는 점점 멀어지는 권태의 시기였다. 대안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던 세계 미술계는 라이프치히의 화풍을 주목하였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는 동시대 현대 미술계에서 ‘회화의 부활’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아이텔은 신 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71년 서독 리온버그에서 태어난 팀 아이텔은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독일 통일이후 옛 동독지역으로 건너가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Academy of Visual Arts Leipzig)에서 회화를 공부하여 97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는 동구 형상미술의 맥을 잇는 라이프치히 화파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그만의 회화 세계를 형성하였다.

    그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작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는 사회변화를 관조하고 있는 경계인이라는 점이다. 기술에 의한 급격한 사회발전에서 지체되고 외면 받는 존재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와 나의 주위 현실 속의 인간이다. 그는 이러한 이탈자 중 한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 시대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암울한 흔적들이 그의 작업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팀 아이텔이 그리는 인물들은 흔히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사람이건 다수의 사람들이건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이다. 그들의 형상에는 고독함과 외로움을 넘어 우울함조차 배어 있다. 회화의 사각 공간에서 ‘고독한’ 존재들은 제각각의 배경 안에 놓인다. 일련의 작품에 나오는 배경과 등장하는 존재는 다양하나 전해오는 울림은 동일한 파장을 지닌다. 주인공들은 어떠한 현실의 배경에 놓여있든 모든 여백의 환경을 짓누르며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인물과 여백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원하는 대상을 기묘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독창적인 화법은 스쳐가는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 고정시켜 관험적 시간의 선을 늘어뜨리곤 한다. 관람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등장인물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곤 한다. 이같은 관람자의 관조적인 시간의 확장은 작가가 그린 인물의 내면과 감응하고 일체화시키는 심리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작가는 인물들의 이러한 아우라를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1. 평면과 입체

    팀 아이텔은 명암과 색상을 교묘하게 배치함으로써 이차원 평면성과 삼차원 입체성 간의 차이를 끌어낸다. 작가는 사각 공간에 배치된 두 차원의 차이를 조절하여 의도하는 만큼의 밀도로 인물과 풍경 사이에 미묘한 부조화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작가는 그림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풍경을 원근감이 상실된 평면성을 강조하여 포스터라이징화하고, 그 풍경에 출현하는 인물은 색상과 명암의 톤을 조절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입체화시킨다. 인물과 배경 사이에 일어난 매우 미묘한 상보적인 간극에서 인물의 디테일이 완벽하게 전달되고 보는 이의 심상에 각인된다. 이미지의 상대적 대비는 관찰자의 시선을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직관적이고 순간적, 정형적인 감정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팀 아이텔의 상보적 대비는 은유와 확장성을 내포함으로써 보는 이를 감성을 넘어 사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관람자는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공간에 머물며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상상력을 작동하곤 한다. 이러한 관조적 시간의 확장은 관람자를 작품에 한층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2. 광원

    팀 아이텔의 회화에서 등장인물의 그림자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작가는 회화의 한 화면이 여러 겹으로 구획되어 있는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듯 배치함으로써 중첩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그림에 있는 모든 구성 요소들인 사람, 숲, 하늘, 등 하나 하나의 오브젝트들에게 제각각의 빛을 배치하곤 한다. 오브젝트들이 대면하는 빛의 각도를 어긋나게 표현하고 조절함으로써 스스로가 원하는 특정 대상의 오브젝트를 화면에서 부상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회화 내 광원의 다양성을 통해 등장인물을 회화 속의 다른 대상들과 분리하며 집중시킨다. 등장인물의 그림자는 이러한 광원의 다양성을 상대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치다. 그러나 광원의 차이로 인한 분리가 인물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본 영화계의 대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한 장면에 비추어지는 광원을 다각도로 교란시켜 의도적으로 다층 레이어를 만들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여 독특한 미장센을 만들었다. 팀 아이텔은 이같은 영화적 조명기법을 회화에 적용시켜 사각의 회화 내부의 모든 조형적 요소들(인물, 배경, 창, 건물 등)이 펼친 레이어를 다면적으로 중첩시키며 서로의 연결성 단절시키지 않고 등장인물을 자연스럽게 부상시키고 있다.


    3. 구도

    사진 이론가 폴 앤더슨은 그의 논문 <회화적 구도의 이론적 근거>에서 ‘눈은 정당한 질서 있는 순서로 전 화면에 걸쳐 인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주요 대상 위에 가장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팀 아이텔은 관람객의 시점을 회화의 출현 인물로 유도하기 위해 그만의 구도적 질서를 추구한다. ‘화면의 모든 선은 눈을 인도하는 일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팀 아이텔의 회화 작업에는 자연의 수평선이나 지평선, 건물 바닥과 벽의 경계선, 통로나 창문의 세로 가로선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여백을 가로지르는 선과 면을 창출하고 그것을 등장인물과 연결시킴으로써 관찰자들의 심리에 등장인물을 부각시키고자한다. 관찰자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은 선에 접속된 등장인물을 배경이나 주위 사물에 비해 집중하여 인식하는 심리적 돌출효과를 경험한다. 이러한 선과 면의 사용법에서 작가는 안정적인 황금분할이나 원근적 투시법과 같은 정형화된 화면 구도를 지양한다. 작가가 의도한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인 화면 분할과 그 안에 배치된 등장인물의 존재 위치는 보는 이의 심리적 균형을 흔들며 의식의 작동을 일깨우는 효과를 빚는다.

    4. 시선

    자연 생태계에서 홀로 생존할 수 없는 벌이나 개미와 같이 인간 또한 현실의 삶에서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군체적 사회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사회 속의 일원으로 끊임없이 인정을 받고자 한다. 인간은 사회가 이룬 현실이란 배경 어딘가에 놓일 수밖에 없고 타자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팀 아이텔이 그린 주인공들은 특이하게도 언제나 뒤를 보거나 옆이나 위를 바라본다. 절대로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사회적 상호교류가 어려워 보인다. 관찰자 역시 그들과 시선을 맞추지 못함으로써 교감을 나눌 수 없다. 단지 작가가 의도한 독특한 회화적 요소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짐작할 뿐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을 소외시킨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들을 소외시킨 것인지 관찰자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데서 타자와의 삶과 최소한의 인연을 잇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와 희망을 엿보고 심적 상황을 공유한다. 묵묵하고 고요한 시선에서 그들의 의지는 애잔하고 희망은 소소하다. 이런 점에서 팀 아이텔은 절망과 포기가 아닌 외로움과 고독의 심리적 상황을 자신만의 감성적 언어로 매우 밀도 있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팀 아이텔은 주변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의 삶을 매우 솔직하고 냉철하게 그의 회화에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람자와 회화 인물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매우 냉정한 시선으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든다. 이러한 관찰자적 시점은 작가 자신의 자기 폐쇄성과 사회에 대한 자기 확장성, 양면을 모두 소유하려는 의지 같아 보인다. 작가는 “현대사회와 소외의 문제에 대해 관객들에게 직선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움직임과 표정에 제한을 두어서 관람객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팀 아이텔은 자신의 작업에 타자들의 감성을 끌어들여 소외된 인간의 아픔과 쓸쓸함을 나누고자 한다. 그의 회화 작품이 빚어낸 미묘한 세계를 접하며 우리는 소외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아니라 소외라는 감정을 전달받고 사유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동시에 여러 점을 함께 그리는 작업방식을 취한다. 작가는 “그림들 사이에 모종의 이야기가 형성되고 함께 시작했던 것들은 같이 끝나면 그림들은 가족이 되어 갤러리에 걸린다. 그리고 자신은 그 자리를 미련 없이 떠난다.”고 말한다. 소외된 그림 하나하나가 서로 인연을 맺고 또 다른 우리가 되어 조그만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팀 아이텔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팀 아이텔을 현대사회에서 심화되는 인간의 소외와 고독, 허무와 공허함 같은 진솔하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작가로만 바라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팀 아이텔은 자유와 함께 개인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성장하고 다수를 위한 이상사회 건설을 추구한 이념이 남긴 유산을 경험하였다. 또한 아날로그 시대에서 태어나 삶이 디지털화 하는 21세기까지 숨 가쁜 사회변화과정 속에서 소외를 지켜본 경계인이다. 분열과 통합 그리고 변화의 한복판에 존재하면서도 경계인의 시각으로 세상의 단면을 추적하는 그에게서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딘가를 향하거나 바라보며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보는 이들은 등장인물과 함께 그 어딘가로 가거나 바라보며 사회와 자신의 관계 맺기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경험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는 자아와 타자, 개인과 사회 간에 새로운 관계 정립이 요구된다. 팀 아이텔의 작품에서 우리는 현대사회에서의 일상 소외라는 단편적 담론만이 아닌 21세기, 동시대 인간의 새로운 정체성과 사회와 관계성이란 거대 담론을 충분이 이끌어내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이 팀 아이텔이 라이프치히 화파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과 자리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로 인정받는 이유일 것이다.


    2. 회화적 가상

    에릭 버하겐(Erik Verhagen), 발랑시엔 대학교 미술사학자


    고독한 모습들.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은 좀체 볼 수 없고, 대체로 등이나 비스듬한 뒤쪽 옆모습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윤곽을 알아보기 어려우며, 주로 혼자 하는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글을 쓰거나 읽는 중이라던가, 무용 스텝을 스케치하거나, 경치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무미건조한 내부 공간에 자리를 잡거나, 그림이 말을 건네는 관람객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외부 또는 내부의 현실을 관찰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움직임에 대한 환각을 보여줄 만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마치 응결된 채 사진 속에 고정된 듯이 굳어있는 모습들이다. 현대주의자들에 의해 교리처럼 세워진 시간공포증이라는 존재에 순응하는 척하기 위해 시간 속에서 멈춰진 상태를 보여준다.

    팀 아이텔은 15년여 전부터 불필요하거나 지엽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정화하는 구성을 통하여 현대주의적 전통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해오고 있다. 해 마다 참신한 요소들로 풍성해지는 의미와 테마를 바탕으로, 탐구와 개발의 도구로 활용되는 « 회화적 » 질문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폐쇄된 요소를 개방하거나 예전부터 다루어진 회화 형식을 파고 든다.

    내부와 외부라는 개념은 아이텔의 세계를 최대한 간단히 분류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따라오는 복잡한 요소들을 두 개의 카테고리로 요약하는 것이다. 하나의 물체가 자신의 « 반대쪽 »으로 침투하는 것과 « 불가능 »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공간적인 기준을 해체하게 만든다. 아이텔에 의해 재발견된 공간은 거울놀이, 불투명효과 및 투명효과, 음영법(shading), 점프 컷(jump cut), 격자형 구조 등을 통해 건축적인 규칙이나 식물 또는 광물적 규칙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는 공간으로, 그러나 때로 단색으로, 또 때로는 정교한 변화를 적용한 평면의 병렬 배치로 축소되어야 하는 그림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공간 재발견이란 구체적이면서도 « 현존하는 » 풍경 또는 건축물로부터 구체화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리는 여기에서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 건축 연구Architectural study )의 레퍼런스를 떠올리게 된다. 팀 아이텔 역시 작품 속에서 멕시코인들의 집에 거주하는 « 인간 » 비율을 나타내기 위해 이러한 레퍼런스를 사용하긴 하였으나, 앞서 언급한 레퍼런스는 회화적 가상을 만들어 내는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회화적 가상이라는 것은 캔버스 내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지며, 마지막 단계에서 첨가, 이동, 변화, 삭제 등으로 조정되어 처음의 컨셉이나 배치를 뒤엎으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구상되는 건축물들을 통하여 드러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화의 크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은 크기의 그림은 중간 또는 대형 그림과 같은 «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 그렇기 때문에 그림의 규모 선정은 그림의 미래, 구성, « 호흡 », « 개방 » 및 접힘 등에 관하여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회화적 가상은 또한 그림들 사이에 감춰진 요소의 상호 텍스트적 역동성에 반응한다. 이는 소형, 중형, 대형 크기 간의 교류, « 내부 »와 « 외부 » 간의 교류, 깊게 파인 공간과 헤아릴 수 없이 펼쳐진 평면의 감각, 독립적으로 혹은 또는 군중 사이에서 변화하는 사람 등을 의미한다. 팀 아이텔의 작품세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상호 텍스트적 역동성은 여러 « 다른 » 그림에서 나타난 모티브의 통합을 통하여 인테리어와 “왕관(왕)”Interior with « Crown (King) » 이라는 작품에서 왕의 머리 이미지로 재현되었다. 앞서 말한 모티브는 문자 그대로 왕의 머리를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 중세 시대의 조각을 달리 표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텔의 회화적 표현은 – 이 경우 소형 작품 왕관(왕)Crown (King) – 그의 작품이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넘어가는 표현 과정의 매커니즘까지 해체하여 노출시키는 것을 추구한다는 추가적인 증거가 된다. 이러한 전이(파사주) – 아티스트에게 친숙한 발터 벤야민 개념 – 는 이미지의 다양한 전달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미술 역사학자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 절단은 단순한 기계적 현상이 절대 아니다. 이것은 이미지를 구성하고, 그와 동시에 사진술이 현실의 절대적인 변환임을 내포하는 유일한 요소이다. » 라고 강조하였다. 사진적 그리고 회화적인 절단 원리는 작품 왕관(왕)Crown (King) 에 적용되며 – 마찬가지로 이 작품과 짝을 이루는 작품인 왕관(왕비)Crown (Queen) 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 작품 인테리어와 “왕관(왕)”Interior with « Crown (King) » 내에 계속 이어지는 표현과 변형의 과정에서 이러한 절단원리가 첫 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증명한다. 작품은 – « 오리지널 » 조각품이 아닌 작품명에서 지명하는 회화 작품 – 미술관의 « 가상 » 내에서 재위치 한다. 미술관의 토포스(topos)는 사실 팀 아이텔의 작품에서 라이트모티브(Leitmotiv)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으며, 아티스트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간의 구별에 민감할 뿐 아니라 예술 작품에 대한 인식을 동반하고 도모하는 공간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대응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격자형 구조는 마치 장갑을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눈 앞에서 이루어지는 장면(씬)을 재현하는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관람객으로써 ‘나’라는 범위 안에서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말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한 화가가 전시공간에서 봤던 조각된 머리를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여성을 그려놓은 그림을 보는 내가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전시공간 – 나의 공간 – 속에서 살아가고 그녀와 같은 그림을 바라볼 가능성, 달리 말하면 그 장면을 재연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팀 아이텔의 그림이 위에서 언급된 현대적인 시간공포증을 무너뜨리며 또한 얼마나 시간적 특성을 꾀하고 있는 것인지 말해준다. 아이텔은 그림의 모든 구성은 입체 공간을 평면 위에 옮기려는 환상에서 시작된 노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르네상스 전부터 시작하여, 다른 방식으로 작품 난간Railing과 나무와 가지Tree and Stick 을 통하여 근본적이면서도 섬세한 답변을 제공하는 그린버그(클레멘트 그린버그, Clement Greenberg)의 평면성 예찬에 이르기까지 « 현대 » 미술의 전 역사를 관통하는 노력이다. 팀 아이텔은 또한 시간과 관련된 모든 질문, 회화 과정의 시간, 인식의 시간, 이미지 전달의 시간, 상호 텍스트적 대화의 시간, 그리고 작품의 공간 위, 공간 내 및 공간들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화의 시간들을 외면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참수를 당한 후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중세시대의 관을 두른 머리, 작은 크기와 중간 크기로 재현되는 작품 등을 통해 보여지는 아이텔의 세계이다. 더불어 연합화의 요소로써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통찰력은 간결하고, 원시적이면서 동시에 비 물질적인 스타일의 건축에서 비롯되며, 거의 매어 달린 상태이거나, 무중력 상태, 혹은 받침돌이나 토대 없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한편으로 현실주의적으로 보여지면서도, 널빤지를 겹쳐 구성한 극장의 장식을 따라서 만들어진 모습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 현실 »에서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과 관련된 중요성은 독특한 작품인 두개의 풍경Double landscape에서 발견할 수 있다. 둘로 나뉘어진 이미지는 – 몸의 위치는 같지만 – 각자 다른 두 순간에 또한/또는 구별된 레이아웃을 통하여 포착한 모습을 해석한 어떤 사람의 등을 보여주고 있다 – 미국 미술 역사가 마이클 프리드에 의하면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림 표면의 독립성을 확보시켜 주는 자세라고 한다 –. 이러한 두 이미지의 경계선은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의 작품 기법으로 구성되어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의 작품 지퍼(zips)의 구별되면서 또한 연합하는 기능을 상기시킨다. 수직적 연출은 팀 아이텔의 여러 그림에서 반향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그림은 영화적 기법을 갖추고 있음으로써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점프 컷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변이, 기능장애로 인해 어그러진 이미지로, 팀 아이텔이 주어진 현실, 즉 공간적, 시간적, 또한 개인적, 내면적, 추억을 떠올리고, 기록된 채 또한/또는 점차 사라지는, 자서전적 본능이 여전히 깨어있는 현실에 대하여 거리를 두고 그에 대한 재해석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 변하지 않는 예술은 없다. » 프랑스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은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팀 아이텔 역시 이러한 생각을 온전히 공유하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번역: 김현탁

    전시제목멀다. 그러나 가깝다.

    전시기간2017.09.30(토) - 2017.11.12(일)

    참여작가 팀 아이텔

    관람시간화~일요일 10:00~18:00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무
    추석 휴무 11월 2일(화)-11월 9일(월)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소격동, 학고재) )

    연락처02.720.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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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咸): Sentient Beings

    갤러리 학고재

    2024.03.13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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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민: 라인 앤 스모크

    갤러리 학고재

    2024.01.31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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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헌: 프리퀀시 Frequency

    갤러리 학고재

    2023.12.20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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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수: 구리와 손

    갤러리 학고재

    2023.11.08 ~ 2023.12.09

Current Sh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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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주: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

    갤러리 담

    2024.04.12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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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나: 검은

    페리지갤러리

    2024.03.08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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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eply) 회신을 원하지 않음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024.03.16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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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봄 ( Spring • See )

    갤러리 나우

    2024.04.16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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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미: 사진으로 읽는 인천 근현대 소설전

    한국근대문학관

    2023.11.24 ~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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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근현대 미술전 : 바다는 잘 있습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2023.12.12 ~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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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4도씨»

    세화미술관

    2024.01.30 ~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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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 빛 나는 그늘 Shining Shade

    갤러리 도올

    2024.04.12 ~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