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GAP(GlassBox Artist Project)展 "현대미술? 잘 몰라요." :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

2018.03.09 ▶ 2018.03.31

봉산문화회관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1~3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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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리킴

    Mind-Filling 가변설치, 노방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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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리킴

    Mind-Filling 가변설치, 노방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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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원

    무제 가변사이즈, 각목, 합판에 혼합재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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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리킴

    무변세계(無邊世界) 212×910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2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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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훈

    HOM-2 330×9×60cm, stainless stee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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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훈

    HOM-3 100×13×100cm, stainless stee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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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훈

    얹고 또 얹고 1 15x15x180, 강화석고에 염색,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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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훈

    기둥2 60×60×745cm, 스티로폼에 도색,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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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훈

    윗집시끄럽네<봉산문화회관> 가변설치, 전등, 마이크, 진동모터, 2018

  • Press Release

    『2018 GAP』
    ‘GAP(갭)’은 ‘다름’과 ‘차이’를 상징하는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의 후속 연계 프로젝트(GlassBox Artist Project)를 일컫는 명칭이다. ‘공간의 틈’, ‘시간적 여백’, ‘차이’, ‘공백’, ‘사이’의 의미를 내포한 GAP은 유리상자로부터 비롯되지만 유리상자 작가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사건의 목록이며, 이는 현대미술을 대할 때 ‘차이를 두고 그 다름에 매료되는’ 우리의 반응들과 닮아있다.

    ‘유리상자(GlassBox)’는 봉산문화회관 2층에 위치한 전시 공간 ‘ART SPACE’의 별칭이며, 유리로 사방이 둘러싸여있고 보석같이 소중한 작품들을 담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유리상자’로 불려진다. 유리상자 전시는 2006년 12월21일부터 시작된「도시 작은문화 살리기 프로젝트 - 유리상자」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었으며, ‘미술창작스튜디오 만들기’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젊은 미술가의 작업현장을 들여다보려는 작가지원 형태의 지속적인 실천이기도 하였다. 2007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2년째인 유리상자 전시는 ‘스튜디오’, ‘아트스타’라는 부제와 함께 진행되었으며, 4면이 유리라는 공간의 장소특수성을 고려하여 설계한 설치작품들은 패기 있는 신인작가의 파격과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 전시의 주된 매력은 톡톡 튀는 발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예술가의 실험성을 가까이 느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리상자의 지향을 더 진전시켜, 유리상자와 시․공간을 달리하는 전시로써 이들 아티스트의 매력을 소개하려는 전시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매년 1회 계획하게 되었다. 7번째를 맞는 올해 2018년 전시를 계획하면서, 젊은 미술가에 대한 관심과 기획 경험이 풍부한 외부 협력기획자 류병학(미술평론가, 독립큐레이터)을 초청하여 전시 주제에서부터 작가 선정과 전시 진행에 대하여 다각도로 협의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리상자-아트스타’를 통하여 소개되었던 64명의 작가 중 4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유리상자전 이후의 새로운 변화들을 선보이는 기획전시 GAP을 추진하게 되었다. 류병학 협력기획자가 제안한 이번 전시 주제는 「“현대미술? 잘 몰라요” :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이다. 이 주제에 대하여, 그는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아는 것도 아니며, 혹 현대미술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는, 당연히 현대미술에 ‘정답’이 없다고 결론을 말한다. 우리는 GAP전이 워크숍 등을 통하여 관객들과 친해지려고 시도하는 측면에서, 또 작가와 관객이 현대미술에 대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번 GAP 전시를 ‘미술 사용설명서’로 해석한다.

    이번 GAP전은 예술적 감성과 창의적 상상력, 예술가의 정신 혹은 태도 등으로 작성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사용설명서로서 1전시실에 로리킴, 하지원 작가, 2전시실에 김지훈 작가, 3전시실에 서성훈 작가를 소개한다.

    그동안 설치작업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로리킴(1983생) 작가는 2009년 유리상자-아타스타 Ver.5 ‘Rising Dreams’展(9.11~10.11)을 통하여, 날개 혹은 꽃잎 모양의 노방천을 수십 겹씩 중첩하여 막 피어오르는 ‘희망’, ‘환희’, ‘꿈’ 등의 ‘가능성’과 ‘확장’ 이미지를 유리상자 공간에 설치하여 들여다보도록 했었다. 작가는 이번 GAP전시에서도 한복을 만드는 노방천을 겹쳐서 ‘확장’ 이미지를 다룬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리상자 전시와 달리 관객이 그 ‘확장’ 이미지 속을 거닐며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 이 부분이 작가의 중요한 변화이기도한데, 이상과 꿈을 향한 지향에 우선하여 자신의 삶, 특히 일상의 삶에서의 자기성찰과 확장을 사유하는 지점이다. ‘마음을 채우는’이란 뜻의 이번 출품작 ‘Mind-Filling’은 주머니에 관한 단상이 담긴 ‘Empty/Fill’과 자연의 느낌을 담은 ‘Mind Nature’를 결합한 작업으로서, 매일 접하는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경험과 사유들이 점점 쌓이고 확장되면서 통합되어 세계를 대면하는 가치관으로 형성 되는 자신의 ‘확장’을 은유하는 설치미술이다.

    회화와 설치 작업을 발표해온 하지원(1982생) 작가는 동료작가 이소연과 함께 2007년 유리상자 Ver.9 ‘So_ya & Ha_ji의 스튜디오를 들여다보다’展(9.5~9.29)에서 대학시절의 작품을 해체한 조각과 목재 합판, 골판지 등으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페인팅 하여 ‘성문’ 이미지의 가상 스튜디오를 형상화하였으며, 이곳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 임의의 도시 한구석에서 전시하는 게릴라展 ‘야반도전’을 선보이며 이 당시 유리상자 전시의 목적이었던 ‘확장’ 개념을 실천하였다. 이번 GAP전시에서도 ‘확장’을 사유하는 작가는 가로 10미터 크기의 대형회화 작업 ‘무변세계’와 입체작업 ‘무제’를 출품한다. 이전 작품을 해체한 조각과 각목, 합판으로 재구축한 ‘무제’는 몇 년 전까지 사용하던 스튜디오의 좁은 실제 면적을 기초로 전시실 현장에서 축조한 구조물이다. 작가는 가상 혹은 실재하는 좁은 작업실의 구축, 과거의 작품을 해체한 조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방식 등 장소와 과정의 개념을 설치 요소로 끌어들여 예기치 않은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또 다른 ‘확장’을 실험한다.

    자신의 조각에 주변과 스스로의 모습을 반영해온 김지훈(1975생) 작가는 2007년 유리상자 Ver.10 ‘김지훈의 스튜디오를 들여다보다’展(10.5~11.3)에서 고립과 소외의 공간인 자신의 지하 작업실을 주목하고, 그것의 ‘노출’에 대한 미술가로서의 감성을 입체 조각 ‘HOLE’로 시각화 했었다. 이번 GAP전시에서 작가는 유리상자전시 이후의 변화와 확장을 알 수 있는 ‘HORN’ 1점과 ‘HOM’ 시리즈를 선보인다. 움푹 파진 구덩이를 조형했던 HOLE의 반대편 외부 표면이 불룩하게 튀어나와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계기가 되어 돌출을 조형화한 HORN 시리즈와 그 이후 ‘볼록, 오목’ 두 가지의 요소가 공존하는 홈(groove, valley, boundary)에 주목하여 HOM 시리즈를 시작하고, 비누방울 거품을 닮은 최근 HOM 작업으로 이르는 사유의 ‘확장’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단조鍛造하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를 하면서, ‘흔적은 길을 만들고, 길은 관계를 만든다.’라는 삶의 지혜를 도출해내는 자신의 상태를 견주어 예술의 확장성을 소개한다.

    개념미술의 성향에 어울릴만한 서성훈(1986생) 작가는 2014년 유리상자-아타스타 Ver.4 ‘반야월 4.0LIVE’展(9.19~11.16)에서 비행기 소음이라는 자신의 특정한 청각적 ‘삶의 풍경’을 인터넷 생중계를 거쳐 전시공간에서의 시각적 운동, 진동으로 변환하여 선보였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일상으로 받아들였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이 다른 이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특별한 사건일 수 있음에 착안하여, 일반화된 것들의 본질에 관하여 새롭게 질문할 것을 제안했었다. 이번 GAP전시에서 작가는 소리에 반응하여 천장의 전등이 움직이는 ‘윗집 시끄럽네’와 파괴적 소음을 시각적 은유로 조각에 반영한 ‘소리조각’, 또 이 단초를 확장하여 조각의 본질에 관하여 질문하며 ‘색 조각’, ‘부드러운 조각’ 등을 탐구한 흔적들을 함께 선보인다. 7미터 높이 천장의 매력을 고려한 소리조각 ‘기둥 2’는 거대한 스티로폼 기둥을 절단하여 다시 결합한 작업으로 각 덩어리의 색을 달리하여 균열의 경계를 강조하고 있다. 석고가루를 몇 가지 다른 색으로 염색하여 가장 기본적인 조소행위를 실험하며 조각의 본질을 질문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우리는 이미 관념화된 일반적 개념들의 비판적 해석과 그 확장성, 변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예술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생의 사건들을 가치 있는 확장 가능태로 바라보려는 인간 태도의 목록, 즉 GAP의 영역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미술 사용설명서’에 힘입어 다르게, 새롭게, 멈추어 돌이켜보고, 다시 생각하여 ‘차이’와 ‘다름’의 태도를 해석하고 사용해보자.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현대미술? 잘 몰라요."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해 물어보면 십중구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잘 모른다? ‘잘 모른다’는 ‘전혀 모른다’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미술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아는 것도 아니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분명하고 또렷이, 아주 만족스럽게, 아주 알맞게 모른다? 그럼 정답이건 오답이건 대충은 안다는 것이 아닌가? 혹 현대미술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
    결론부터 말하겠다. 미술계에서 30여년을 근무한 필자의 경험에 미루어 말하자면 현대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이를테면 ‘현대미술 읽기에 왕도가 없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현대미술은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시 부제를 겁도 없이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라고 붙였다.
    사용설명서는 각종 제품사용설명서에서부터 인생사용설명서까지 다양하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품사용설명서는 제품의 사용에 대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는 문서를 뜻한다. 따라서 미술사용설명서는 작품의 사용에 대한 설명서가 되는 셈이다. 특히 사용자가 특정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경우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사용법을 숙지한 후 이용하듯이, 관객이 처음 보는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 설명서(작품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감상법을 숙지한 후 감상하는 것이 좋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필자의 작품사용설명서는 작품을 감상하는데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로리킴(Lorie Kim)의 ‘마인드-필링(Mind-Filling)’
    필자는 봉산문화회관 3층 1전시실을 찾았다. 헉! 전시실 입구가 그린 톤의 얇고 부드러운 노방천들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로리킴은 그린 톤의 노방천을 수십 겹으로 설치해 놓았다. 왜냐하면 주로 한복에 사용되는 노방천은 투명해 한두 겹으로는 노방천의 컬러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린 톤의 노방천들을 마치 붓 터치를 하듯 위에서 아래로 겹치게 설치해 놓은 설치작품을 <마인드-필링>으로 명명했다. 필자는 작품 속(관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길’)로 들어갔다. 로리킴은 노방천들을 천장에 설치하여 전시장 바닥으로부터 부유하도록 설치해 놓았다. 따라서 그것은 숲속의 나무라기보다 차라리 날개에 가깝다.
    2009년 로리킴은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에 다양한 컬러의 노방천들로 <떠오르는 꿈>을 설치했다. 이후 그녀는 노방천들로 다양한 풍경들을 표현했다. <감성의 풍경>(2010), <어느 꿈속의 풍경>(2010), <꽃피는 풍경>(2011), <마음 자연>(2017), <마음일지 : 사랑> 연작(2018)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한결같이 같은 노방천들로 공간을 고려하여 작업한 설치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로리킴은 같은 재료로 다른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표현했다고 말이다. 언어가 어떤 문맥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듯이, 로리킴은 사물을 어떤 환경에 사용(설치)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한다. 더욱이 그녀의 작품은 시각미술을 넘어 몸으로 체험하는 일종의 ‘미술놀이’이다. 따라서 관객은 그녀의 ‘미술놀이’를 즐기면 된다.
    물론 거대한 날개들 사이에 마치 숲속의 나무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그것은 로리킴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비우다/채우다> 연작이다. 그것은 노방이라는 얇은 한복 천을 잘라 레이어링(layering)하여 투명실로 일일이 손바느질로 크고 작은 주머니들을 만들어 마치 드레스처럼 보이는 일종의 조각작품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린 톤의 오솔길을 거닐면서 마음을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한다.
    로리킴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세속적인 내용들을 담는 예술작품들이 남루하는 현실에 회의감을 느껴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방황하던 그녀에게 어느 선생님께서 “이 세상은 아티스트들이 필요하다”는 말 한 마디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저는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작품을 하기로 더욱 결심하게 되었고 그런 작품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작품내용들은 다 희망적이에요. 그게 제가 작품을 하는 궁극적 목적이에요. 저에게 기쁨과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원의 ‘짜집기 놀이(collage game)’
    필자가 로리킴의 몽환적인 풍경에서 나오니 하지원의 기괴한 대형 회화와 대형 조각이 기다린다. 길이가 10미터에 달하는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하지원의 대표작 중 하나인 회화 <무변세계(無邊世界)>(2012-2017)는 마치 건축 폐자재를 이용하여 축조된 일종의 건축물처럼 보이는 대형조각 <무제>(2018)와 ‘가족유사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회화 <무변세계>에 표현된 기괴한 형태들을 입체적으로 변형시킨 건축물로 보인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의 <무제>는 수 백 개에 달하는 조각(piece)들로 ‘짜집기(collage)’한 조각(sculpture)이 아닌가. 그리고 낙서처럼 보이는 각각의 조각(piece)들은 합판에 그려진 그림의 일부로 보인다. 이를테면 합판에 그려진 그림을 파괴하여 생긴 단편(piece)으로 보인다고 말이다.
    하지원은 미대를 졸업하고 나서 학창시절 믿었던 미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가 학창시절 믿었던 미술작품의 가치가 미술시장에서 제대로 작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졸업 후 깨달았다고 말이다. 따라서 그는 학창시절의 믿음을 저버린 미술에 대해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그는 학창시절 합판과 캔버스에 작업한 작품들에 과격한 결단을 내렸다. ‘작품 파괴’가 그것이다. “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식 같은 작품을 파괴한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부서지고 찢어진 단편들을 작업실 한 귀퉁이에 한동안 방치해 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단편들로 재구성된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작품이 2007년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에 전시된 ‘가상의 스튜디오’였다. 당시 하지원의 ‘가상의 스튜디오’는 파괴된 작품의 단편들로 건축한 구조물 형태의 설치작품이었다. 따라서 그 단편들은 더 이상 ‘파괴(destruction)’가 아닌 ‘해체(deconstruction)’가 되는 셈이다. 왜냐하면 그 단편들은 파괴되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구축되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2018 GAP에 전시된 하지원의 기괴한 조각 역시 학창시절 작업한 작품을 해체한 단편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하지원의 기괴한 <무제>는 일종의 ‘재매개(remediation)’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재매개’는 해체된 작품의 단편들로 또 다른 작품으로 재구현(refashion)시킨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필자는 그의 작품을 ‘트랜스-아트(trans-art)’로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트랜스-아트’는 (해체된 작품의 단편들로 재구성된) 작품을 또 다른 작품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해체된 작품의 단편들을 마치 퍼즐 놀이처럼 ‘짜깁기’한다. 물론 그의 ‘짜집기 놀이’에는 이미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있는 퍼즐과는 달리 정답이 없다. 왜냐하면 그의 ‘짜집기 놀이’는 어디로 튈지 그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지훈의 ‘홈(HOM)’
    필자는 2전시실로 향했다. 거대한 전시장 벽면과 바닥에는 둥근 거울들과 둥근 볼록형 거울들을 서로 연결시켜 마치 ‘섬’ 혹은 ‘구름’ 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다. 오잉? 그런데 그 거울들에 한결같이 금이 간 것이 아닌가. 필자는 궁금한 나머지 그 거울들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보았다. 헉! 그것은 유리거울(mirror)이 아니라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 아닌가. 더욱이 그 둥근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은 평평하지 않고 볼록하게 제작되어 있다. 그리고 그 볼록한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에는 ‘금(crack)’이라기보다 차라리 ‘홈(groove)’이 파진 것처럼 표현되어져 있다. 따라서 그 홈이 파진 볼록형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에 반영된 필자의 모습은 왜곡되어 나타난다.
    김지훈의 <홈(HOM)>에 비친 필자의 몸은 돼지 같은 뚱뚱한 몸에 난도질까지 당한 모습이다. 그런데 볼록거울에 비친 필자의 모습이 미소하지만 울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공장에서 버핑(buffing)된 볼록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볼록한 표면은 전혀 울음 없이 미끄럽게 제작되는데, 왜 그의 <홈> 표면에 울음이 생긴 것일까? 왜냐하면 그의 <홈>은 단조(鍛造)기법으로 작업된 것이기 때문이다. 단조는 쇠를 불에 달구어 모루(Anvil)와 망치(Hammer)를 사용하여 달구어진 쇠에 수십 차례 힘을 가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의 <홈>에는 미소하게나마 손맛이 남아있다. 그 손맛이 다름아닌 표면의 울음이다.
    흥미롭게도 김지훈의 <홈>은 2007년 유리상자에 전시했던 <웅덩이(HOLE)>와 문맥을 이룬다는 점이다. 그의 <웅덩이>는 당시 그의 지하 작업실을 모델로 작업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의 <웅덩이> 작품은 협소한 지하공간(凹)을 표현한 것인 반면, 이번 그의 <홈>은 요철(凹凸)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홈>은 무엇을 모델로 삼은 것일까?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홈(HOM)’ 작업의 시작은 어머니의 손바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시작되었다. 오목한 손바닥은 손금이 강조되며 볼록한 덩어리들로 구분되고 나눠진다. 어느 덩어리에 내가 속해있고 어떤 경계에 내가 닿아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손금에서 인생의 기록을 찾고 예측하려고 시도한다. 손금이 만들어낸 홈은 길이 되어 손바닥의 영역들을 분리한다.”
    김지훈에게 손바닥의 손금은 일종의 ‘인생의 기록’이다. 그는 마치 누군가의 인생 기록을 남기듯 스테인리스 스틸을 망치로 두들겨 볼록한 형태를 만든다. 그리고 그는 볼록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을 버핑 처리한다. 따라서 스테인리스 스틸의 볼록한 표면은 거울처럼 빛난다. 그런데 그는 그 볼록거울에 ‘홈’을 만들어 놓는다. 관객은 물론 그 자신도 그 ‘홈’을 메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홈’은 상징계 안에서 ‘빈 구멍’처럼 결여된 실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홈((lure)’로 생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통해 응시(gaze)해야만 하지 않을까?

    서성훈의 ‘소리조각’
    필자는 2층의 3전시실로 들어선다. 천고가 7미터에 달하는 전시장에는 거대한 사각기둥이 하나 세워져 있다. 헉! 그 기둥에 금이 간 것이 아닌가! 더욱이 그 금은 단순한 균열로 생긴 금이 아니라 절단으로 인해 생긴 금이다. 왜냐하면 그 사각기둥의 4면에 모두 사선 방향으로 금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잉? 그 사각기둥이 콘크리트가 아닌 스티로폼(styrofoam)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가. 이를테면 그 사각기둥은 가짜 기둥이라고 말이다. 서성훈은 열선(hot wire)을 사용하여 스티로폼 기둥을 절단한 것이다. 따라서 기둥의 금은 절단된 스티로폼을 다시 재결합하면서 발생한 것이 되는 셈이다.
    서성훈은 금이 간 스티로폼 사각기둥을 ‘소리조각’으로 명명했다. 소리조각? 그러고 보니 3전시실에는 스탠드마이크가 하나 비치되어 있다. 필자는 그 마이크에 말한다. “아~ 마이크 테스트.” 오잉? 천장에 매달린 도너츠 형태의 원형라이트가 살짝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마이크에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해보니 라이트가 좀더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서성훈은 천장에 설치된 라이트가 마이크의 소리에 반응하도록 변환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와이? 왜 그는 소리에 반응하는 라이트를 작업해 놓은 것일까? 그 점은 2014년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에 전시되었던 그의 <반야월(半夜月) 4.0> 작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구 반야월은 K2와 대구공항이 인접하여 비행기와 전투기의 이착륙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심한 지역이다. 서성훈은 어려서부터 거주했던 반야월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내가 살았던 반야월은 전투기가 마음먹고 뜨는 날이면 가만히 주차되어있던 승용차 경보기가 울기 시작하고.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창문이 떨렸다. 높은 곳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내 눈앞에 영화 <탑건(Top Gun)>의 한 장면이 펼쳐지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굉음에 이끌려 하늘을 보면 커다란 여객기의 그림자가 내 머리를 훑는 것이 마치 홍콩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유리 상자에 설치되었던 서성훈의 <반야월 4.0>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굉음(소음)을 생중계를 통해 전시장 안에 전시된 일상품들의 떨림으로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이를테면 전시장에 설치된 빨강 전등갓이 흔들리고, 전시장에 설치해 놓은 거대한 거울의 표면이 부르르 떤다고 말이다. 그는 변환장치를 통해 소음을 떨림/흔들림으로, 청각을 시각으로 전이시켰다. 그렇다면 그의 <반야월 4.0>은 다른 지역의 소음을 통해 전시장에 흔들림/떨림이라는 시각화로 ‘번역’하여 보이지 않는 곳의 삶을 전시장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 왜 서성훈이 금이 간 스티로폼 사각기둥 작업을 ‘소리조각’으로 명명했는지 감 잡으셨죠? ■ 미술평론가 류병학



    ▢ 전시연계 워크숍
     로리킴 : 마음일지

    1. 일시 : 3.10(토) 오전 11시
    2. 대상 : 초등학생 10명
    3. 내용 : 작가의 <마음일지> 작업 시리즈에 연계되는 그 날의 감정, 추억, 생각 등을 시각적으로 ‘마음 주머니’ 모양 안에 그려보기

     서성훈 : hand made
    1. 일시 : 3.10(토) 오후 3시
    2. 대상 : 관람객 및 일반인
    3. 내용 : 염색된 석고로 입체물 만들기

     하지원 : 조각(piece) 조각(piece)
    1. 일시 : 3.18(일) 오후 2시
    2. 대상 : 관람객 및 일반인
    3. 내용 : 우드락 위에 그림이나 글 등 마음대로 표현한 다음 조각낸다.
    다음 준비 되어있는 다른 조각들과 결합하여 나만의 조각을 완성한다.
    완성 후에 진열하고 그중 일부를 실제로 조각으로 작품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 김지훈 : 김지훈 작가와의 대화
    1. 일시 : 3.20(화) 오후 3시
    2. 대상 : 관람객 및 일반인
    3. 내용 : 작업설명 및 질의응답

    전시제목2018 GAP(GlassBox Artist Project)展 "현대미술? 잘 몰라요." : 미술 사용설명서(Art manual)

    전시기간2018.03.09(금) - 2018.03.31(토)

    참여작가 로리킴, 서성훈, 하지원, 김지훈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1~3전시실)

    기획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협력기획 : 류병학(미술평론가)

    연락처053.66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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