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에서는 미술과 디자인 등의 예술과 자연, 생태, 환경이 결합된 새로운 지점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특별한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기획전, < Vegetation >을 개최한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그룹인 누클레오(Studio Nucleo)와 김덕훈 작가는 각각 디자인 가구와 회화의 장르 안에서 자연과 인간, 생태와 시간의 상호 관계를 고찰하며,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들 모두 종이와 연필이라는 가장 자연에 가까우면서도 전통적인 기본 재료를 통해 우리 주변 풍경의 미학적 요소에 대한 단순한 예술적 탐구를 넘어서서, 자연을 새로운 자연으로 전환시키며 본질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인식을 재고시키는 작업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예술과 디자인, 기술(과학), 건축이라는 다양한 영역을 경험해온 작가들의 특별한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누클레오(Studio Nucleo)는 다수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로 구성된 예술그룹으로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 피에르지오르지오 로비노(Piergiorgio Robino, b. 1969)가 지휘하고 있다. 근현대 이탈리아 산업이 태동한 북부 도시 토리노에 위치한 이들의 연구실에서는 전통과 미래적 감성을 잇는 다양한 디자인 가구와 제품들이 직접 제작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세계 유수 디자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하이 패션 시장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어 전 세계 샤넬, 팬디, 디올 내장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이번 전시에 출품된 < Terra! 2.0 >시리즈는 누클레오 최초의 DIY 친환경 가구로서, 사용자가 소위 가구를 직접 재배함으로써, 디자인과 자연, 생태가 결합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피에르지오르지오 로비노(Piergiorgio Robino)와 안드레아 산나(Andrea Sanna)가 디자인한 < Terra! >(이탈리아어로 ‘지구’, ‘대지’ 의미)시리즈는 2000년대 초,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였었다. 그 당시, “TERRA! Growing Furniture”, 즉, 성장하는 가구라고 불리우며 여러 디자인 미술관과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서 소개되었는데, 2005년에 이르러 자체 생산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게 되면서 중단되었다. 이후 2016년 대중의 요청에 따라 아트 펀딩(Kickstarter)을 통해 새로운 버전 < Terra! 2.0 >으로 다시 제작되었는데, 레이저로 절단한 판지 플랫팩으로 만들어진 보급형 보전으로 모듈 시스템을 접목시켜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크기를 변화시켜 재구성할 수 있게 고안되었다. 커팅된 골판지 프레임으로 의자의 윤곽을 조립하여 만들고, 그 사이 사이에 흙을 채워 넣은 다음, 잔디 씨를 뿌린 후 잔디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면, 그 어떤 가구보다도 자연 친화적인 가구가 완성된다. < Terra! >는 직접 만드는 DIY가구이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공물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와 기본 프레임만 제공하고 자연에 의해 완성된다는 누클레오의 생각은 자연과 소통하고 친밀감이 들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 제품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잘 담고 있다.

김덕훈(b.1976) 작가는 ‘연필’이라는 가장 오래되고 기본적인 재료를 통해 그것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색감과 표현의 가능성에 집중하여 기존 드로잉이나 데생과는 차별화된 독립적인 장르로서 ‘연필화’를 보여준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후, 흑백의 드로잉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시작된 그의 연필 풍경화는 아날로그 정서를 환기하면서도 공학적이고 시의적인 내러티브를 동시에 담아내는 듯 하다. 연필 선의 강약, 밀도, 농도 등이 매우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담겨진 김덕훈의 작품은 가늘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흑연심이 화면 위에 차곡이 입혀져 완성되는 것으로 작품 하나 당 약 한 달여에 걸쳐, 미세한 맥박과 고른 호흡으로 만들어진 결과이다.


“나는 수양버들을 통해 객관적이고 일관적인 사물이나 세계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하는 사건으로서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영원이며 순간인 무한의 시간 속에서 모든 사물들은 꿈틀거리는 한 덩어리의 힘들이 수많은 우연들의 교차점에 잠시 드러나는 것일 뿐 본질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모호하게 뒤섞여있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김덕훈 작가노트 중에서-

소위 버드나무 시리즈라고 일컫는 그의 연필 풍경화에서는 수백, 수천 개의 연약하고 세밀한 획들이 버드나무의 가지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그으며 중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로써 어떤 풍경이 더 리얼하게 재현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목과 바위 혹은 생물과 무생물이 뒤엉켜 흘러내리는 듯한 몽환적이고 경이로운 생명체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이러한 거대하고 기묘한 풍경 속에서 인물은 대조적으로 매우 작게 그려졌는데, 어떤 영화적 장면에서 차용하였음에도 극히 일상적이고 임의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상호 간의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이질적인 분위기 속에서 유관하면서도 무관한 듯한 화면 속 여러 요소 사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종류의 만남과 교차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감각적 호소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그의 초기 스케치들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인물들이 함께 그려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 무생물과 생물, 혹은 생명과 또 다른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 간의 탐험을 통해 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전시제목Vegetation展(김덕훈, 스튜디오 누클레오)

전시기간2018.03.30(금) - 2018.04.29(일)

참여작가 김덕훈, 누클레오(Studio Nucleo)

관람시간월~목요일 10:30am - 08:00pm
금.토.일 10:30am - 08:30pm

휴관일백화점 휴관일

장르회화,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롯데갤러리 영등포점 LOTTE Gallery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46 (영등포동, 영등포 민자역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

연락처02-2670-8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