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로 오기까지” - 권훈칠 15주기 추모 기념전
2019.08.30 ▶ 2019.09.08
2019.08.30 ▶ 2019.09.08
권훈칠
흑색만다라 acrylic on cardboard, 85x170cm, 2003
권훈칠
달맞이꽃-A Oil on cardboard, 105x74cm, 2000
권훈칠
오색만다라
권훈칠
금색만다라
권훈칠
오색만다라 60x20cm
권훈칠
정물화 - 꽃 유화
권훈칠
제주도 45.5x60.6cm
권훈칠
제주도 방풍림 25x35cm
화가 권훈칠의 15주기 추모전이 열린다. 그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작품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화가의 육신은 떠나도 그 작품은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살아간다. 예술 혼은 바로 우리 곁에서 오롯이 떠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고대 서양의 속담은 오늘에도 여지없이 통한다. 인간의 생명에 비해 예술작품의 생명은 아득히 길다. 이 값진 생명이야말로 예술 창작의 위대한 힘이리라.
이번 권훈칠 추모전에는 초기의 추상작품에서부터 〈민화〉 시리즈, 말년의 〈만다라〉 시리즈, 그리고 수채화 파스텔 드로잉 등 70여 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권훈칠은 청년시절에 국전(國展) 국무총리상과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화가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세상살이와 거리들 두고 칩거에 가까운 삶을 보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언제나 작품의 완벽을 추구했던 그는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본격적인 개인전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 아쉬움이 사후의 유작전으로 이어졌다. 2006년 선화랑에서의 첫 유작전을 시작으로, 2008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탈접점의 미학〉이, 2009년에는 갤러리도올에서 작고 5주기 추모 출판기념전이 열렸다.
권훈칠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지속 속의 변화, 변화 속의 지속이었다.
첫째, 1970-90년대의 추상작품. 1970년대에는 예각(銳角)의 면과 부드러운 유동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선적(linear)인 것과 회화적(painterly)인 것, 기하적인 것과 서정적인 것, 단순한 것과 복잡한 것, 인위와 우연,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성의 조형이 팽팽하게 맞서는 화면이다. 이러한 대립적 조형 요소의 조화로운 병치는 일생동안 그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물감을 캔버스에 흘리는 기법으로 전환해, 몽환적인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풍경을 연출했다. 1990년대에는 흘린 물감 위에 다시 채색을 가미하거나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부분적으로 번짐 효과를 달리하는 다양한 뉘앙스의 층위를 만들어 나갔다.
둘째, 〈민화〉 시리즈. 1980년대부터 불로초 고사리 연꽃 등을 소재로 한 구상작품을 병행했다. 그는 고가구나 보자기 등에 담긴 우리 전통의 미감에 눈길을 돌렸다. 전통 민화의 답습에 갇히지 않고, 동시대의 새로운 조형언어의 구현에 힘을 쏟았다. 꽃이나 풀 같은 구체적 형상과 함께 텅 빈 ‘허(虛)의 공간’을 마련해, 정신을 투사하는 빛과 색채의 탐구를 지속했다.(권훈칠은 석사학위 논문으로 〈렘브란트 회화에 있어서의 빛에 대한 고찰〉을 썼다. ‘빛-색채-정신’의 조형적 일체화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래서인지 권훈칠 작품의 빛나는 색채에는 숭엄한 종교적 감성이 깃들어 있다.)
셋째, 〈만다라〉 시리즈. 권훈칠의 〈만다라〉 는 고전 형식을 여지없이 깨고 크고 작은 기하적 형태로 단순화한 것이다. 한지를 붙이고 채색을 입힌 후 한지의 결 흔적을 얹힌 카드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후 다시 조합하여 화면을 만든다. 삼각형과 사각형의 반복, 이 무한 변주의 구성. 그는 여기에 세상의 안과 밖, 우주의 이치까지 담으려 했다. 장년기의 원숙한 사변의 흔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권훈칠은 유채 수채 파스텔 등으로 풍경 정물 인물 같은 구상 작품을 남겼다. 그는 그림의 기본, 고전의 교훈을 결코 놓지 않았다. 그것은 여기(餘技)의 차원을 넘어선, 구도(求道)에 비견할 엄숙한 자기 수련이었다. 풍경화는 화사한 색채와 군더더기 없는 시원한 구도가 매력이다. 자연의 색채를 하나하나 ‘채집’하는 꼼꼼한 세필의 비범한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권훈칠은 고전과 현대, 구상과 추상, 형상과 비형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창작을 이어갔다. 그는 생전에 말했다. “그린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의 즐거움이다.” 천생 화가다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권훈칠의 그리기의 즐거움이 ‘지금, 여기’의 시대 공기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다시 엮어낼까. 유작전이란 떠난 사람과 살아 남아있는 사람의 만남, 그 새로운 반추의 시간이다. 홀로 길고 긴 여정을 살아가는 예술 작품과의 만남, 그 즐거운 여행이리니.
■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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