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욱
남면(男面) 순지에 수묵, 120×120cm, 2018
이호욱
여면(女面) 순지에 수묵, 120×120cm, 2018
이호욱
조율(調律)1 연선지에 수묵, 60×150cm, 2019
이호욱
무력(無力) 연선지에 수묵, 120×300cm, 2020
이호욱
해소(解消) 켄트지에 색연필, 30×84cm, 2020
감정 덩어리를 베어 물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사물에서 얼굴을 찾는다. 식빵부터 시작해 콘센트, 맨홀 뚜껑, 달의 표면까지 어디든 얼굴을 찾고 그다음으로는 자신과 닮은 구석을 찾기 시작한다. 얼굴이 사람을 대표한다. 손가락이나 허리 일부분은 사람을 의미하지 않지만, 얼굴은 그 사람 자체로 읽힌다.
얼굴을 들이댄다는 표현이 부정적 어감으로 읽히는 까닭은 존재의 거리가 허락도 없이 급격히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이, 시선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카메라를 대고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그렇다. 허락받지 않은 시선은 폭력이 되고, 내 얼굴이 읽히는 데 거부감을 갖는 일은 당연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표정만큼 비언어적 표현임에도 확연히 와 닿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관찰자에서 관찰자가 되면 다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 알려고 든다. 나에게 호의적인지, 마주한 사람의 현재 기분 상태는 어떤지 자꾸 살피게 된다. 내가 정보를 얻고 싶지만, 내 정보는 주고 싶지 않은 비대칭적 상황에서 대치하는 일, 그런 일의 연속선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 만나는 일을 하다 보면 얼굴을 읽는 일이 능수능란해진다. 경청하고 있는지 괄시하는지, 관심 없거나 현재 상황이 무섭다는 무언의 말을 표정으로 읽는다. 그래서 극단적인 표정은 바라보는 데에도 기력이 소진된다. 피하고 싶어진다. 오열하거나, 폭소하거나 혹은 찡그리거나 몰두하거나, 보는 순간 모든 얼굴에 담긴 감정 덩어리가 쏟아진다. 외면하고 싶은 날 것을 감당하기에 현실의 얼굴은 너무 차고 비리다.
옛 영화 속 백수에게 망원경은 잘 어울리는 물건이다. 실제로 백수라고 해서 음침하게 커튼 사이로 망원경을 대고 앞집을 염탐하라는 법은 없는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남을 바라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으리라 어림짐작하는 것일까. 이제는 앞집에 있는 일이 궁금해지기까지 사람들에게 비워질 시간이 없다. 온라인 영상에는 더 자극적이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재잘대는 흥밋거리가 그득하다. 자신이 보고 싶은 얼굴을 찾고, 손가락을 휘둘러 원하는 표정을 편식한다. 지구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의 게임리뷰영상을 보면서 걷느라, 길거리에 앉아있는 이의 주름을 한번 볼 기회는 이제 더욱 없어졌다. 평면화면에 비친 얼굴은 조명을 받아 좀 더 매끈해진다. 가공된 얼굴을 섭취하느라 주름의 굴곡이 오히려 비현실적이 된다.
낯설고 계속 보면 기분이 불편한 얼굴을 마주한다. 들키지 않기 위해 무표정해진 현대인의 얼굴껍데기가 잠시 껍질이 되는 순간이다. 껍데기는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만을 말한다.
■ 이계림 컬럼니스트
1980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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