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Artist Note)

내가 사는 작은 도시는 화려함 속에 빛과 어둠이 존재하듯 미처 보지 못했던 어두운 사연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 안의 풍경은 세상의 재미없는 이슈와 닿아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곳이며, 변화는 느린 곳이다. 나는 이곳을 외부인처럼 유영하듯 다니면서 생경한 풍경에 생소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낯설어서 더 호기심이 들었고 그 안에서 충돌과 화해를 느꼈다. 낡고 허름한 골목은 지워도 얼룩처럼 남는 모순된 세월의 그림자가 곳곳에 있다. 그 골목을 걷다 보면 나의 기억과 현실도 보이고 세상 사람들이 짊어진 무게도 보인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복의 추구가 폐허처럼 다가오고 폐허 속에 가냘픈 생명이 보이기도 하고 증오, 환락, 위선, 가식의 부정적인 환영과 겸손, 수줍음, 아픔, 추억이 보이기도 한다. 때론 관념이 이성을 지배할 때도 있고 어떤 경우는 이성이 관념을 무시할 때도 있지만 각자의 이마주가 다르듯 나는 우연한 대상에서 나만의 표상을 찾아내고 그것을 주관적 이마주의 영역 안에서 새롭게 발견하여 표현한다. 보이는 만큼 그린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도 그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는 경험적 사유의 구성도 있고 사회적 현상의 객관적 판단에 따른 이성도 작용한다. 이렇게 진행되어 온 나의 개별적 사유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인간의 실존적 고민에서 모순은 나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게 만들며 스스로 가둬 놓고 허상을 좇으며 꾀나 비판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가령, 흉물스러움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낯익은 형상에서 섬뜩하고 낯선 언캐니 현상을 본다. 세상을 읽어가는 관점이 조금 더 촘촘해지고 섬세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자꾸 도심 속 사각지대를 헤매고 다니는지 모른다. 그 사각지대에는 분명 세상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있는 또 다른 이마주가 있을 것이고 나의 이마주로 포착되어 자의적인 해석과 함께 세상 안에 들여놓고자 한다. 그 안에는 나의 시각 속에 갇혀있다가 풀어 놓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해방되어 또 다른 뜻을 헤아리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선형적인 세상 읽기에서 벗어나 거꾸로 걸어가며 바라보는 느림보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으며 뒤뚱거리기도 하고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방향감을 잃어 넘어지기도 하며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하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떤 사람은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은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거꾸로 걸어 본다.

전시제목원덕식 개인전 <거꾸로 걷는 느림보(Sloth walking backwards)>

전시기간2020.06.11(목) - 2020.06.18(목)

참여작가 원덕식

관람시간11:00am - 07: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예술공간 봄 Alternative Space Noon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 (북수동) 예술공간 봄 2전시실)

연락처031-246-4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