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트랩대전 : 8월의 작가 이정성
2020.08.04 ▶ 2020.08.25
2020.08.04 ▶ 2020.08.25
전시 포스터
미술, 사회, 정치, 그리고 인간
류동현 미술 저널리스트 / 미술비평
이정성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이다. 그가 관심을 드러내는 현대사회 속 권력의 부조리, 폭력이나 매스미디어의 악영향에 저항하는 대중은 결국 인간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모여 힘을 모으고 그 힘은 저항의 원동력이 된다. 작가에게 대규모 군집 작업이 많은 이유다.
이번 이정성의 작업은 붉은 색으로 전개된다. ‘레드(Red)’는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레드 콤플렉스’, ‘붉은 악마’ 등 우리 현대사 속에서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이번 작업을 단군신화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의 홍익인간(弘益人間)에서 작가는 ‘홍’의 의미를 ‘넓은(弘)’이라는 의미에서 ‘붉은(紅)’이라는 의미로 치환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붉은 인간’, ‘레드 사피엔스(Red Sapiens)’다. 여기서 레드는 어리숙하고 방향성을 잃은, 미성숙의 의미다. 우리가 속된 말로 ‘핏덩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레드 사피엔스’는 ‘생각하지만 미성숙한 인간’을 뜻한다. <레드 사피엔스> 시리즈는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스토리와 결합된 그들의 탄생부터 사회를 이루고, 삶을 영위하는 과정이 일련의 작업 속에서 내러티브 화된다.
직관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레드 사피엔스> 시리즈는 결국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 그 사회를 휘감고 있는 정치, 권력의 문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작가는 초기부터 사회, 정치, 권력의 문제를 다루었지만, 이 거대 담론 속에서 항상 중심은 바로 인간이었다. 이를 이번 <레드 사피엔스>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그 근원을 풍자적으로 비틀어내는 것이다. 이번에는 과거 좀더 젊은 시절의 작가가 열정적으로 뿜어낸 작업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좀더 관조적이고 냉소적일 수도 있는 시선을 드러낸다. 빨간 인간들은 일종의 캐릭터화 되어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불안을 드러내는 군상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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