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화 사진전: PAIN TRE

2020.09.01 ▶ 2020.09.13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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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20년 09월 01일 화요일 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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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ess Release

    관심과 호기심은 나의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몇 해 전 한 장의 소나무 사진을 보았다. 수피에 깊게 팬 커다란 생채기가 나 있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하트(heart)' 모양처럼도 보였다. 일제강점기 때 비행기 연료로 쓰이던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소나무에서 송진을 강제로 채취한 흔적이라고 했다. 

    인간이 전쟁물자로 쓰기 위해 나무에 자행한 폭력의 흔적.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치유되며, 자행된 폭력과는 반대 개념의 무늬를 이룬 게 아닌가. 그와 같은 다소 엉뚱한 생각이 그 소나무들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나무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폭력의 상흔을 간직한 채 서서히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그런 소나무와 마주하다보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그때의 감정이 수년 동안 전국 곳곳에 산재한 소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에 담게 했는지도 모른다. 

    잊힌 과거의 아픈 흔적을 잠시나마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미안함, 안타까운 감정을 이번 사진작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었다.
    ■ 최금화



    소나무의 피부에 자리한 음각의 공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화면 중심부에 자리한 소나무는 주변의 산과 숲을 뒤로 밀어내며 스스로 직립하고 있다. 올곧게 선 채로 혹은 몸통의 일부만이 가득 다가온다. 더러 누워있거나 꺾여 있기도 하다. 흡사 인간의 움직이는 몸이나 여러 표정과 감정을 동반한 얼굴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나무는 괴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가 보던 나무와는 다른, 이질적인 변종의 나무와도 같은 것들은 실상 둥치에 난 상처, 뜯겨지거나 삭제된 부분으로 인해 상상되어진 것이다. 이 소나무들은 저마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통해 표정을 만들고 감정을 기술하며 동시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린다. 작가는 상처 난 소나무의 몸통, 그 표면에 기생해 무엇인가를 보고 들으려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다소 음산하고 기이한 이 사진들이다. 귀신의 얼굴 내지 가면 같기도 하고 일그러지고 우는 얼굴이자 고통에 뒤척이는 몸이기도 한 소나무는 짙은 목탄화처럼 바탕으로부터 솟아오른다.

    산 속에는 스스로 나무인 것들이 울울하다. 제 스스로 일으켜 세워진 몸으로 수직의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나무일 텐데 여러 수종의 것들이 공존하는 산에서 작가는 소나무 한 그루를 유난히 편애하듯 들여다본다. 그는 소나무의 몸, 그 신체를 다시 보여준다. 소나무 사진은 인이 박히게 보아온 소재들이다. 한국 산야에 유난히 많은 것들이 소나무이자 그만한 멋진 나무를 보기도 쉽지는 않다. 강원도 영월이나 정선에서 만난 소나무나 경주 삼릉 주변의 소나무, 그리고 집에서 근거리에 자리한 남한산성 안에 도열한 소나무 등도 기억에 남는 여러 소나무 중 하나다. 겸재 그림에 등장하는 그 아담한 소나무들도 눈에 선하다. 하여간 그동안 보았던 그 멋진 소나무를 일일이 기억하긴 힘들다. 수화 김환기는 나무 중에서 감나무가 아름답다고, 해서 늙은 감나무가 있는 성북동의 ‘노시산방’에서 산 적이 있다지만 내게 나무는 역시 소나무가 으뜸은 듯하다. 소나무의 어원에는 ‘으뜸’의 의미가 자리한다.

    최금화가 찍은 소나무는 한국인의 문화와 의식 안에 자리 잡은, 다소 도식적으로 틀어 앉는 상징적인 소나무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미와 특성 등을 두루 내재하고 있다고 여기는 그런 인식, 개념을 소나무에 투사하기 보다는 그와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작가가 찍은 소나무는 인간에 의해 송진 채취를 당한 체 아직 살아남은 소나무의 몸이자 그로인해 다소 흉물스럽게 변한 몸통과 잔혹한 상처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것들이다. 

    예로부터 약재와 등불의 원료가 되는 송진을 얻기 위해 부분적으로 소나무의 몸통에 칼집을 내는 경우는 흔한 것이지만 작가가 주목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극단적이고 노골적으로 자행한 송진 채취의 잔혹사를 암시하기 위해 그 피해를 당한 소나무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해상봉쇄 작전으로 인해 휘발유와 항공유의 조달이 어렵게 되자, 일본군은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해 군사용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들이 송진을 비행기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전국에서 송진을 강제로 채취하여 송탄유를 확보했는데 그러한 과정으로 인해 소나무의 몸에 가한 훼손의 흔적은 깊고 잔인하다. 

    일제는 1933~1943년 송진을 끓여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모두 9,539t의 송진을 수탈했다고 한다. 1년 동안 50년생 소나무 92만 그루에서 채취해야 하는 양이란다.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자행한 이 폭력의 상흔, 기억들은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보통 나무에 1, 2미터 높이까지 이르는 V자 형태의 상처를 내서 송진을 채취했다고 하는데 이후 60~70년대에도 송진 채취로 인한 소나무의 수난은 반복되었다.
    사진 속 소나무들은 한결같이 둥치에 자리한, 송진 채취로 인한 상흔을 역력하게 보여준다. 감출 수 없는 치명적인 음각의 이 비어있는 부위, 나무의 속살에서 작가는 소나무의 표정과 마음, 나아가 그 누군가의 얼굴을 애써 읽는다. 그렇게 소나무 피부가 텍스트가 되거나 기호가 되어 다가온다. 나무의 주검, 혹은 죽은 나무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무는 얼굴이 부재해서, 우리가 차마 알지 못하고 볼 수 없어서 작가는 몸통과 그곳에 깊게 파인 음각의 공간에서 모종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불러낸다. 그러자 그것들은 다양한 상황을 안겨주는 표지가 되었다. 송진 채취로 인해 상처 난, 죽어가는 소나무를 찍은 사진은 더러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면장이 석당산 송진채취 소나무 사진을 전시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그 사진은 껍질이 벗겨지고 속살에 칼자국이 켜켜이 인 소나무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들로 3.1절을 맞아 결성동헌에서 한 전시다.

    반면 사진작가로서 이러한 소나무를 찍은 경우는 최금화가 처음일 듯하다. 우연한 기회에 상처 난 소나무를 알게 된 작가는 이후 여러 곳을 다니며 그것들을 촬영했다. 사실 소나무에 난 상처들을 주의 깊게 보기는 어렵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헤쳐지거나 도려낸 상처로 인해 흉측하거나 죽어가는 소나무를 작가는 일정한 거리의 차이 속에서 다시 보게 한다. 소나무는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발설한다. 역사적 상흔에 대해, 인간이 자연에 저지르는 폭악에 대해 고발한다. 그렇다고 이 사진이 역사적 만행과 자연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차원에서의 교훈적인 목적을 담고 있는, 그런 상투적인 서사를 지닌 사진으로 눌러앉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러한 상처나 송진 수탈의 역사를 내세우지 않고 그저 담담히 나무 자체가 뒤척이고 어둠 속에 잠겨있듯이, 무슨 짐승의 기미처럼 다가오는 듯한, 사진 안에서 불현 듯 어느 상처가 벌어지고 속살이 드러나는 듯한 사진이 흥미롭다. 그저 꿋꿋하게 자라난 나무의 생명체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듯한 의미도 중요해 보인다.

    사진들은 대부분 흑백사진으로 인해 어둑하고 침잠된 듯한 분위기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소나무들은 모두 껍질이 벗겨지고 톱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만들었다. 송진이 쉽게 흘러내릴 수 있도록 깊은 상처를 지닌 저마다의 표정을 문신처럼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가 발산하는 감각작용이 저 소나무의 신체와 만나 이루어진 어떤 것들의 표상일까? 이 소나무 이미지는 작가의 의식이 세계와 만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자 산 속 공간에서 자신의 신체/감각이 소나무를 접한 그 순간 파생한 복합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작가는 나무에서 사람의 얼굴과 육체를 겹쳐놓는다. 누군가의 얼굴이자 유령이나 귀신과도 같은 형체 없는 모호한 얼굴, 있으면서도 도저히 알아보기 힘든 그런 표면이다. 산 자가 바라보는 대상의 피부라기보다는 저쪽에서 이쪽을 보는 듯한,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 나를 향하는 시선, 혹여 나무가 우리를 응시하는 듯한 그런 사진이다. 우리가 나무에 대해, 소나무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 ‘소나무’란 이름, 명명성의 행위는 인간의 의식 안으로 세계를 불러 모으기 위해 만든 기호 체계에 불과하다. 차가운 개념어다. 결국 나의 신체, 감각으로 세계, 소나무를 보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나무란 사물과 주체가 뒤섞인 과정의 산물이자 상호 변용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이 소나무 사진은 작가가 특정 소나무, 즉 송진채취의 상흔을 간직한 소나무와 만나 형성된 이미지다. 그것은 분명 소나무이지만 소나무에 기생한 이상한 소나무, 괴물 같은 소나무다. 

    나는 소나무의 몸통에 난 송진채취의 상처, 그 음푹 들어간 텅 빈 공간을 클로즈 업 해서 찍은 사진들이 보여주는 낯설면서도 여러 방향으로 시선과 마음을 몰고 다니게 해주는 몇몇 작품이 좋다. 그러니까 송진채취의 어두운 역사를 설득력 있게 가시화하려는 도큐먼트로서의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나무에 기댄 기존 관념을 재현하는 것도 아닌 데서 번져 나오는 그 사진들, 소나무의 외형이 아니라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모종의 힘을 보여주려는 사진이 좋은 것이다.

    전시제목최금화 사진전: PAIN TRE

    전시기간2020.09.01(화) - 2020.09.13(일)

    참여작가 최금화

    초대일시2020년 09월 01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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