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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데비 한1985-2011
데비한展 / Debbie Han /
2012_0210 ▶ 2012_0318

초대일시: 2012년 02월 11일 토요일 오후5시 도슨트 설명 매일 2회 (2시, 4시)
*단체는 사전에 전화문의(T.02.737.7650)
관람시간: 오전 10시 00분 ~ 오후 6시 00분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110-062)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1-101 성곡미술관 Tel. 02-737-7650 www.sungkokmuseum.com
성곡미술관은 2012년 두 번째 전시로『B E I N G: 데비 한 1985-2011』展을 개최한다. 데비 한은 초등학교 때 미국이민을 떠난 코리안아메리칸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성곡미술관에서의 전시는 2003년말 국내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작된 7년 동안의 한국에서의 작업과 미국시절의 지난 작업을 한자리에서, 함께 돌아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60여점을 엄선한 이번 전시는 여러 형식의 비너스, 사람의 몸과 결합된 이런저런 석고상 정도로 일반에 알려져 있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폭 넓게 이해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전개과정을 비교해보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7년 동안의 한국생활은 데비 한에게 있어 이국 생활이었다. 태어난 나라에서의 낯선 삶과 작업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의 작업과 작가적 행보를 전후맥락적으로 보다 균형 있게 이해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작업 일부를 함께 소개한다. 미국에서의 초기작업과 함께 견주어본 한국에서의 작업은 당시 낯선 미국사회 내에서 그가 줄곧 고민했던 '나는 누구인가,' '살아 있음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존재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전통문화와 특유의 역동성, 미대입시와 미술교육제도는 문화의 차이를 넘어 매력과 혼란으로 작용했다. 데비 한은 동양과 서양의 이런저런 '가치'의 문제, 특히 '미'와 '예술'에 대한 '상대적 가치'의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 체류를 어렵사리 결정하고 이들 고민들을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데비 한에게 있어 자신과 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만큼 중요한 것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한 끊임없는, 지속적 질문과 회의는 작가의 작업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벗어나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균형 있는 태도를 견지하게 했다. 현재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기존 가치와 기성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확장하려는 자기극복에의 의지로 이어졌다. 하나의 사상이나 시공에 고정되지 않으려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는, 현실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무욕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삶의 태도의 원동력이 되었다. 데비 한 작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현실과 기존의 가치에 대한 비판적 지지, 극복, 반대, 증폭, 확장의 몸짓이다. 데비 한의 작업에는 기성가치에 대한 포스트(post)적인 기운이 강하게 배어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이민 초기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의 지적 방황을 볼 수 있는 LA시기(1985-1997),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와 인간의 욕망구조 등 세상으로 눈을 돌린 뉴욕시절(1998-2000)과 LA시절(2001-2003),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방문했던 고국 한국에서의 작업(2004-현재)이 그것이다. 미술관 전시공간의 특성상, 그리고 데비 한 작가의 지난 작업을 돌아보면서 현재의 작업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작업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반(半)회고적 성격을 고려했다.

1전시실: 2007-2011
데비 한은 명상을 통해 자기중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그 해답 또한 자기 자신 안에 있었음을 알았다. 다시 찾은 한국에서는 그 실마리가 전통에 있었음을 알았다. 그 답이 모국 한국에 있었음을 알고 전통과 뜨겁게 조우한다. 끌어안는다. 무모하리만큼 청자, 백자작업에 고집스럽게 몰두한 이유로 이해된다. 전통 미감과 기법에 대한 집요한 탐색과 천착이 이어졌다. 미완의 지적 방랑시기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자신을 찾아 떠나는 또 하나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다음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몸담고 있는 사고하고 있는 지금, 여기에 주목할 따름이다.

데비한 / 미의 기준 / 청동 부식 / 28x25x60cm / 2010 /

데비한 / 인식의 집합 / 백자 / 가변설치 / 2010 /

데비한 / 1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10 /

데비한 / 1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10 /

데비한 / 1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10 /

데비한 / 1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10 /

데비한 / 지우개 드로잉- 아리아스 / 56x79cm / 2004 /

2전시실: 1999-2009
LA와는 또다른 환경과 문화의 뉴욕 생활을 시작하며 데비 한은 외적 세계, 세상으로 애써 눈을 돌린다. LA와는 달리, 자신을 둘러싼 시대적 환경과 사회적 조건, 현실 조건 등에 적극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험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털어버릴 요량이었다. 작심한 듯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갔다. 세상에 자신을 던졌다. 사고나 작업이나 모두 확산적인 양상을 띠는 이유다. 제한된 실내 공간을 벗어나 삶의 공간에서 행위와 설치를 결합시켜 나갔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 환경, 제도, 주변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전 시기에 비하면, 대단히 포스트적인 양상이 강조되는 시기다. 자신과 세상에 존재하는 인식의 틀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나타났으며 외부 세계와 인간의식과의 상호연관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데비한 / 스포츠 비너스 / 나전칠기 / 27c27c69cm / 2008 /

데비한 / 2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08 /

데비한 / 2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08 /

데비한 / 2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2008 /

3전시실: 1985-1996
A시절, 이민 초기는 전혀 낯선 세상에 대한 혼란으로 적응, 부적응, 노력이 반복되던 시기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불교, 명상, 선에 몰입한 시기다. 이 시기의 작업은 어떤 형식에도 구애 받지 않았으며 작가의 자유로운3전시실 전시전경(부분) 영혼과 고민이 오롯이 강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의식 심연에서 출렁거리고 있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닥부터 긁어서 퍼 올린, 신화적인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묘사와 표현이 인상적이다. 복잡한 철학적 사고보다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직관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당시 심취해 있었던, 정신적 탈출구로서 역할을 했던 선(禪)과 불교의 영향이 보인다. 참선으로 심신을 달래던 시기였다. 작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운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자연의 심연, 우주의 블랙홀, 카오스, 빅뱅 등을 연상시킨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시기였다. Despair(1990-1991), Into the Unknown(1992-1997) 등의 작업에서 이들 기운을 엿볼 수 있다.

데비한 / 한밤의 몽상 / 유화 / 121.9x91.4cm / 1991 /

데비한 / 심장마비 / 종이 위에 아크릴과 목탄 / 203.2x190.5cm / 1990 /

데비한 / 3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1990 /

데비한 / 3전시실 전시전경(부분) / 1990 /

LA시절의 작업은 작가 자신에 대한 자기비판, 자기규정 등 자기정체성에 대한 집중 고민이 드러난다. 사고의 모더니즘적이고 환원적인 태도는 이민 초기,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페인팅과 드로잉 중심으로 자기내면탐구와 자기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구상표현적인 작업으로 풀어냈다. 강한 흑백 대비와 대단히 격정적이고 극적인 감정과 표현이 두드러진다. 격정의 시기였다. 거침이 없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혼돈스런 자기감정을 그대로 토해냈다.

2전시실 Sweet world 설치전경LA시절의 작업이 '자신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자신을 돌아본 것이라면, 뉴욕에서의 작업은 '타인과의 소통'을 향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타인에 대한 관심이 강조되었던 시절이었다. 변화와 갈등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극복하려는 태도의 변화가 보인다. 특히 전에 볼 수 없었던 입체작업이 다수 등장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한다. 사회적 관심으로 이동하는 등 인식의 틀을 해체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 특히 성욕 등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훗날 한국에서의 비너스를 모티프로 한 작업으로 관심이 옮겨오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리움이든, 미움이든,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든, 이국적인 감정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다시 찾은 낯선 한국에서 역시 낯선 창작스튜디오입주생활을 하며 데비 한은 차츰 미국과는 전혀 다른 한국의 매력을 발견해 나간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묘한 동질감과 이질감을 저울질하며 갈무리한 입주결과물을 선보인 첫 개인전, (2004)를 열었다. 한국의 미대입시제도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작한 '지우개 드로잉'과 획일적 교육문화를 꼬집은 '아그리파 클래스' 등을 선보이며 일약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미대입시 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시각은 언론의 매력적인 관심 대상이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에 관심을 기울였다. 신비롭게 다가온 청자, 백자 성형 기법에 매료되어 상당 기간을 매달렸다. 간단해 보였던 청자, 백자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또하나의 자기수행 과정이라 생각한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간신히 몇 개를 건지는 과정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복했다. 이 시기 그의 작업이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우개 석고데생에 이어 오랜 시간동안 비너스를 모티프로 한 크고 작은 백자, 청자 비너스 성형 작업을 전개했다. 전 세계 인종들의 표정을 담아내기도 하고 지나친 성형 열풍을 꼬집듯 비너스 얼굴을 과도하게 비틀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인종차별과 미에 대한 인식의 차이, 이런저런 환경과 제도에 대한 비판을 담기 시작했다. 비너스를 모티프로 세상을 비꼬는 청자, 백자작업과 사람의 몸과 석고의 두상을 결합한 사진 작업 Graces 등 다양한 사진,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많은 전시를 가졌으며 대중들이 알고 있는 데비한의 이미지와 작업이 알려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시기였다. 화려한 스폿 라이트와는 달리, 생활과 작업을 병행하며 적응에 다소 힘이 들었던 시기였다. 작가에게는 또다시 낯선 곳에서의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낯선 환경과 제도 속에서 낯선 형식의 제작술을 실험하고 새로운 어법을 발견해가는 시기였다. 문화의 충돌, 물리적/심리적 하이브리드, 인식과 관습 차이와 다름을 도자성형기법, 디지털 사진술을 익히며 설치와 사진작업으로 풀어 나갔다. 석고 사진의 대리석 질감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으며 사진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였다. 이런저런 사진전시에의 출품은 사진작가로도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너스, 아리아스 등과 사람의 몸을 합성한 석고사진으로 또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데비 한의 작업에는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기운이 있다. 명상적이고 집중을 요하는 부분도 있다. 대단히 동양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과 과학의 시대, 테크놀로지나 종교나 철학이 해결해주지 못한 부분을 얻고자 먼 길을 떠나왔다. 데비 한의 작업은 자기 자신과 세상이 사회적인 관습과 전래의 인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반성적 질문이다. 대단히 선언적인 작업이며 자기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이탈, 일탈에의 욕망을 다스린다. 같지 않다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작업이다. 학습되어진,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인식의 차이를 뒤집어 보려는 노력이다. 철학적 의심과 사회적 회의 종교적 질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데비 한은 새로운 만남, 교차로에 항상 자신을 던져 놓는다.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기회비용을 기꺼이 과감하게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데비 한은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형식의 신작들을 다수 선보인다. 미와 예술을 용도 폐기하듯, 투명한 박스에 박제화하여 진열한 백자편, 전시 주제인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부식 청동 비너스, 전통과 현재, 서양의 별자리, 동양의 십이간지 등을 병렬시키면서 동양/서양의 간극을 질문하는 서양식 자개테이블, 그레이스 시리즈를 사진이 아닌 영상 형식으로 변환, 소개하고 있는 영상 그레이스 등이 그것이다. 여전히 존재의 근원, 미와 예술의 근본을 되묻고 있다. 그의 작업은 미, 예술, 제도, 환경, 의식에 대한 정의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지 못하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금까지 이어온 지적 고민과 비전을 직접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작업을 통해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흔히 비너스 작가, 비너스를 비틀어버린 작업 등으로 알고 있는, 데비 한 작품에 드러난 외형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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