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개인전

2019.03.01 ▶ 2019.03.28

여수미술관

전남 여수시 도원로 263-1 (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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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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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ess Release

    금보성- 문자의 기운, 문자의 조형화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문자와 언어, 이미지는 모두 생각들을 표현하는 기호의 체계이다. 외부세계를 자신의 내부로 불러들이기 위한 수단이자 대상을 지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니 그것 없이는 인간의 삶은 가능하지 않다. 의미 소통과정과 연루되며 그 과정은 약호 체계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또한 그것들이다. 미술작품 역시 하나의 기호이다. 기호는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면서부터 표현과 전달의 한 방법으로 존재해 왔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나 토기에 나타난 문양, 고대의 그림문자, 중세의 이콘(Icon) 등은 사물에 대한 의미를 표상하는 기호가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이다. 인간이 최초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인 문자도 실상은 회화적 형상이었다. 그림문자(회화문자)나 상형문자가 그것이다. 그러니 문자와 이미지의 구분은 없었던 셈이다. 장식적인 구성을 이룬 그 기호는 상징적 의미를 농축하는데 이것은 암시적인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술 역시 기호의 체계에 다름 아니다. 의미(기호)로 가득한 예술작품은 논리적인 면과 상징의 기호로서의 심리적인 면을 동시에 지닌다. 그리고 상징은 의미전달의 미적 기호 속에 인위적 기호를 매체로 하여 시각예술로 승화한다.

    이처럼 애초에 분리되지 않았던 이미지와 문자는 근대 이후 날카롭게 나뉘어서 각자의 영역으로 분화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와서 문자와 이미지는 다시 긴밀하게 조우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동시대 미술에서 문자를 다루는 작업들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외부세계를 지시하고 개념화하는 데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이자 소통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도구들이다. 따라서 그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 자족되기는 힘들다. 돌이켜보면 전통사회에서 문자와 이미지는 행복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그림 못지않게 문자 또한 매혹적인 조형성과 아름다움, 내면을 반영하는 기호로 자리했다. 조선 시대 문인들은 창작 주체가 되어 문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이념을 표상했는데 그것이 그림, 서예(서화)였다. 전통적인 동양화는 시․서․화를 통해 그림 안에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기관을 끌어들였고 총체적인 예술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근대 이후 시․서․화의 문사적 표현 매체를 통합적으로 구사하며 유교적 세계관을 표상해온 조선 시대 회화의 전통은 붕괴되고 그림과 문자(서예), 전각 등은 해체되고 전통적인 서화를 보는 방식 역시 망실되었다. 당시 수용된 서구미술은 전통 회회가 지닌 소중한 의미를 지워나갔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에서 문자는 그림에서 거의 배제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 서․ 화 일치로 이루어진 전통동양화에 주목하면서 그림과 문자를 융합하는 한편 당대 서구미술의 추상성을 서예에서 찾아내는 작가들이 있었는가 하면 문자 자체로 조형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자와 이미지, 언어와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부단히 추구한 작업들이자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해석하고 계승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동시에 미술에서 소통의 문제를 중심에 놓으려는 의지이기도 했다. 금보성 또한 그런 맥락에서 거론할 수 있는 작가다. 그는 한국 고유한 문자체계인 한글의 자모를 소재로 평면 회화, 입체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글 사랑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러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금보성은 한글을 사용해서 작품을 한다. 그러니까 그는 한글로 글을 쓴다. 사람의 이름들이다. 종이에 쓰는 대신에 물질의 표면에 문자를 새기고 조각을 한다. 그렇게 문자를 파낸 후에 다시 그 표면을 그림으로 덮는다. 특정인의 이름을 조형적으로 다듬는 작업이라고 할까. 한글을 조형성이 있는 시각기호로 이해하고 이를 그림과 조각으로 위치시킨 이들은 적지 않다. 문자를 활용한 이러한 작업은 언어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다. 이는 새로운 시각문화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른 감수성의 변모 및 소통의 욕구에 따른 매체의 개념이 발생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관자들에게 자신들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적극적인 작가는 기호의 조작을 통해 정보로서의 예술 메시지의 강조, 텍스트성이 강화된 작품에의 깊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금보성의 문자 작업 역시 그러한 소통과 연관된다. 그는 한국의 고유한 문자이며 독창성, 소통과 정보력에서 탁월한 문자인 한글을 조형적으로 다시 보여준다. 한글의 글자꼴은 대단히 아름답다. 조형적으로 더없이 매혹적이다. 그가 입체적으로 일으켜 세운 문자(한글)는 벽에, 공간에 가설된다. 조각(부조)이자 회화가 공존하고 문자의 조형성과 추상회화의 질료, 색채감각이 공존한다. 조각과 회화, 구상(구체적인 문자의 기호)과 추상(물감의 흔적으로 도포된 표면), 정보(이름)와 순수한 조형성이 겹쳐있다. 아울러 그는 특정인의 이름을 판 후에 그 위에 회화적 처리를 얹히는 과정에서 그 이름으로부터 파생되는, 발산되는 기운을 올려놓고자 한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확히 거론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금보성은 직관에 의지해 그 이름에 의해 연상되는 것을 시각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름이 지닌 내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해내고 있다. 음양오행에 따른 기본 색조와 조형성으로 우주 만물의 생멸 원리를 담은 한글 이름을 해석하는 격”(김윤섭)이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러한 독해나 해석, 이름을 통해 특정인의 기질, 성향, 운명 등을 예감하는 듯한 그의 그리기가 흥미롭다. 문자를 통해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이한 혜안, 일종의 신기(神氣) 같은 것들이 그의 작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는 원래 시인이었다고 한다. 시인은 문자를 다루는 이고 그 문자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한편 소통을 추구하고 사물과 세계의 기저에 가닿는 이다. 그런 그가 문자를 해체해 그림으로, 조각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유사한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그는 문자를 다루고 있고 그 문자를 통해 비가시적인 기운, 영성적인 힘을 구현하고자 한다. 그 문자가 지닌 에너지, 의미의 힘, 소통의 마력 같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 모든 문자는 모종의 주술성을 지니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개인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단지 문자로 기재된 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이름은 한 개인의 기원, 역사, 축원 등의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옛사람들은 항렬에 따른 이름뿐만 아니라 여러 호를 거느리며 살았다. 살고자 했다. 세속의 이름을 지운 자리에 이상적인 삶, 꿈꾸는 생애를 지시하는 문자로 치장했다. 그의 존재는 다양한 복수의 존재로 거듭나고 현실계와 비현실계를 떠돌며 부유한다. 아울러 그들이 거주하는 삶의 공간에도 당호를 짓고 현판을 내걸고 주련 등을 달았다. 그 모든 곳에 문자로 치장했고 그 문자는 초월적이며 상서로운 가운으로 가득했다. 자신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삶의 곳곳에 문자의 기운을 얹혀놓았다. 그러니 이름, 호를 비롯한 모든 문자는 일종의 주문이기도 하다. 문자도나 벽사의 의미를 지니는 문자들, 부적 등 또한 모두 그렇다.
    금보성은 각 개인의 한글 이름을 자음과 모음의 적합한 배열에 따라 펼쳐놓고, 재구성했다.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가독성이 있는 문자가 떠오르고 이내 그것이 누군가의 이름임을 알게 된다. 물감으로 채워진 물질이 문자가 되고 문자도가 되고 이름이 된다. 그것이 현판처럼, 문패처럼 벽에 걸린다. 주련처럼 걸린다. 공간에 직립하기도 한다. 그는 스티로폼(발포 스타이렌 수지)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했다. 그렇게 직사각형 형태로 자른 후 그 위에 한글 이름을 스케치한다. 자의적인 배치에 따라 그 이름, 문자는 순간 흩어진다. 그런 후에 그 문자 꼴을 파내고 잘라낸다. 이 조각적 행위는 문자를 입체화하는 일이고 종이의 단면에 속해 있는 문자를 공간에 실체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문자를 항상 종이와 함께 본다. 문자의 존재론적 조건은 종이 안에 갇혀 있다. 그런데 금보성은 그 문자를 스티로폼이라는 물질로 옮겨 놓아서 직립시킨다. 문자가 살을 지닌 몸으로 거듭난다. 그런 후에 그 스티로폼을 이른바 직화(直火) 한다. 그러니까 뜨거운 열, 불에 의해 단단하게 정련하고 내구성을 갖추게 한다. 가열로 형태를 잡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면에 젯소를 2~3겹 올려놓는다. 그다음에는 황토나 돌가루로 초벌을 하고 다시 유화물감을 칠하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마무리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그것은 순수한 기하학이나 원형의 꼴로 등장한다. 이미 문자 자체는 추상적인 그림, 기호와 도형에 해당한다. 다채로운 색채와 거침없는, 격렬한 붓질을 뒤집어쓴 스티로폼 문자는 벽에 걸리거나 바닥에 놓인다. 그것은 스티로폼 조각이자 동시에 조각적 회화, 회화 조각이 되었다. 스티로폼이란 부드러운 재료를 잘라내고 파고 다듬어서 ‘문자 조각’을 하는 일이자 그 위에 다시 회화적 공정을 얹혀놓아 이룬 그림이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가 지워지거나 그 모든 것이 합쳐진다. 본래의 물질은 가려지고 물감과 색채가 물질, 조각이 된 느낌이다. 본래 조각적 재료에 색채는 소극적 차원에서만 자리한다. 그 물질이 본래 지닌 색상이나 제한된 색채가 개입되는 편이다. 반면 금보성은 회화 자체가 굳어서 물질로 굳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물감의 질료성과 붓질을 기념비적으로 굳혀 놓은 것만 같다. 따라서 표면은 색채의 아름다움과 붓질의 드라마(행위성)를 그대로 전면화하면서 다양한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벽에 걸리는 경우 화면은 다섯 면을 노정하고 그 모든 면들이 감상의 여지를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면들은 저마다 다른 장면을 안겨준다. 5면 회화, 5면 조각인 셈이다. 그 면을 채운 흔적은,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인의 이름, 한글의 문자 꼴에서 연상되는 것에 이끌려 이뤄진다고 한다. 표면 위에 도포된 추상표현주의풍의 붓놀림과 격렬한 기운을 방사하는 듯한 물감의 얼룩, 질료의 흔적들은 추상성을 강화하는 지표에 해당한다. 이 추상성은 문자/이름으로는 차마 드러내지 못한 한 개인의 모든 것들은 순간적으로 접촉시키려는 시도 같다. 비시각적인 것의 시각화라고 할까. 문자가 발산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여러 색상의 물감을 ‘반죽’해서 칠하고 뿌리면서 두툼한 질감을 구축한다. 이 반죽(작가는 요리라고 표현한다)의 행위는 모든 것을 용해하고 그것을 보기 좋게, 먹기 좋게 나누는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써서/그려서 돌려준다. 영험스러운 기운을 나눠주고 문자가 지닌 조형적 힘을 선사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명명하는 이름, 문자를 매력적인 미술작품으로 되돌려준다.

    전시제목금보성 개인전

    전시기간2019.03.01(금) - 2019.03.28(목)

    참여작가 금보성

    관람시간10:30am - 06:3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여수미술관 Yeosu Art Museum (전남 여수시 도원로 263-1 (학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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