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상국
겨울 나무 1987, 캔버스에 유채, 130 x 162 cm
이상국
겨울나무 Ⅱ 2011, 캔버스에 유채, 122 x 77 cm
이상국
나무 4325-Y 1992, 목판에 유채, 91 × 61 cm
이상국
북한산 풍경 1988, 목판에 유채, 40 x 62.5 cm
이상국
신사동에서 1976, 종이에 유채, 55.5 x 44 cm
가나아트는 자연을 매개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조형 가치를 탐구해 온 작가 이상국의 개인전 《Unfolding Nature》를 9월 2일부터 10월 9일까지 가나아트 한남에서 개최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1970~80년대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 서북부 산동네와 공장지대,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을 주요 소재로 삼아 작품을 제작했다. 이후 그는 자연의 요소를 해체·변주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는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그 미술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이상국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드로잉부터 자연을 주제로 한 후기 회화에 이르기까지, 이상국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탐구와 변화를 조망한다.
이상국은 작업 초기에 자신이 관찰한 주변 풍경을 통해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정서, 현실적 미감의 회복에 주목하며, 불안정한 시대 상황 속 고독과 무력한 사람들의 외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초기 작업에 등장하는 공장지대와 달동네의 작은 집들은 붉은 토색 계열의 색채에 파란색이 더해져 강한 대비감을 이루며, 평면적 구도와 맞물려 화면에 응집된 구조와 밀도를 형성한다. 작가는 단순한 풍경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원근법, 빛, 명암, 입체감 등 전통적 회화 요소를 배제하고 선과 면, 질료와 바탕을 중심으로 화면을 단순화했다. 이 시기의 종이 작업은 작가가 개인적 경험과 주변 환경에 주목하여 자신만의 색채와 회화법을 실험해 나갔던 초기 작업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 시기 그는 민중미술 작가들과 교류하며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작가는 삶의 태도와 예술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인해 결국 그룹에서 탈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연이라는 주제에 정착하며 보다 내면적이고 조형적인 탐구로 작업의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상국의 목판화 작업은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 작가는 현장에서 스케치한 장면을 목판에 새긴 뒤 이를 다시 유화로 옮기며 화면을 구성했다. 그는 목판화를 통해 선과 형태의 강렬한 뼈대를 먼저 구축하고, 이를 유화로써 물질성과 감각적 깊이로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목판은 선 하나하나를 절제된 훈련으로 다져가는 실천이자, 감각적 표현과 구조적 분석이 동시에 작동하는 조형적 토대였다. 이렇게 얻어진 감각은 회화에서 물질성과 화면의 긴장감으로 확장되었으며 두 매체는 비슷한 조형적 언어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밀도를 지닌 채 병행되었다. 그는 또한 산, 바다, 나무 등 자연물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그 속에 잠재한 보이지 않는 기(氣)와 힘을 포착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산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그는 단순한 외곽선에 의존하는 대신, 반복적이고 중첩된 붓질을 통해 형상을 점층적으로 구축하며 화면의 물질성과 밀도를 강화했다. 여러 굵은 선들이 맞물리며 산의 뼈대를 이루고 화면에는 응집된 밀도와 리듬이 형성되었다. 굵고 투박한 붓질은 반복과 누적을 거치며 선과 면의 짜임으로 환원되었고 동양화의 필선을 회화적으로 확장한 듯한 선은 구체적 묘사를 배제하면서도 화면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나무 연작은 이상국이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1990년대 초, 영국 웨일스 체류 시기에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1년간의 체류 기간 동안 자신의 회화 세계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고, 이방인의 시선으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그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는 나무를 단순히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태를 해체하여 뼈대만 남긴 듯 화면을 환원했다. 단색의 화면 위에 배치된 나무 형상은 어떤 작품에서는 구상적 어법을 유지하는 반면, 다른 작품에서는 점차 추상적 구조로 이행한다. 짧게 끊긴 선과 두텁게 중첩된 물감은 세부 재현을 넘어 화면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구축하며, 이는 각 작품에서 상이한 밀도와 리듬으로 변주된다. 이처럼 나무 연작은 구상과 추상을 오가며 해체와 환원을 통한 회화적 실험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이상국이 선과 형상을 통해 자연의 본질을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 서구의 현대미술 경향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시기, 이상국은 그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모색하고자 했다. 단색화나 미니멀리즘이 주요 담론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회화적 실험을 통해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이상국의 회화적 탐구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이자 그 의미를 다시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제목이상국: Unfolding Nature
전시기간2025.09.02(화) - 2025.10.09(목)
참여작가 이상국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가나아트 한남 Gana Art Center (서울 용산구 장문로 54 지하 1층)
연락처02-6953-5504
1947년 출생
유현미: Hybrid Reality
금호미술관
2025.08.01 ~ 2025.09.28
화중길상畵中吉祥 : 월전이 담은 상서로운 세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5.07.16 ~ 2025.09.28
호국서화護國書畵 소장품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5.07.16 ~ 2025.09.28
지금, 묘(猫)해?: 그림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5.07.16 ~ 2025.09.28
포레페스타 ForeFesta
자하미술관
2025.08.01 ~ 2025.09.30
그때의 사물
우란문화재단
2025.07.28 ~ 2025.09.30
김래현: Between the Walls
갤러리 일호
2025.09.13 ~ 2025.09.30
이정 개인전: 캐스퍼
대안공간 루프
2025.08.22 ~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