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승: Eternal Becoming

2026.01.07 ▶ 2026.02.07

갤러리 학고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소격동, 학고재) 학고재 본관, 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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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Crystal Structure, 2025, Acrylic on canvas, 162.2x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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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Eternal Becoming, 2002, 2023-2025, Acrylic on canvas, 228x16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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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Eternal Becoming, 2025, Acrylic on canvas, 112x1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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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Eternal Becoming, 2025, Acrylic on canvas, 257x28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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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승

    푸른별 Blue Star, 2024, Acrylic on canvas, 193.5x130cm

  • Press Release

    관계가 시간에 스치는 방식 - Eternal Becoming

    이주연 ㅣ 학고재 기획팀장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별은 배경이나 설정이 아니다. 관계가 발생하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는 세계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작지만, 그 안에는 장미 한 송이와 두 개의 화산, 그리고 반복되는 돌봄의 시간이 놓여 있다. 별은 거대한 우주의 일부가 아닌, 한 존재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세계의 크기로 제시된다. 세계는 물리적으로 확장될 수 있어도 관계가 성립하는 장소는 언제나 제한적이다. 시각적으로 별은 형태를 갖지 않은 점에 가까운 형상이다. 여기서 ‘별’은 관찰되는 대상이기보다 기억과 감정, 관계가 겹쳐지는 좌표로 기능한다. 어린 왕자에게 별은 장미가 있는 장소이며, 장미를 돌본 시간이 응축된 공간이다. 중요한 것은 별 그 자체보다도 그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하는 문제다. 수많은 별과 장미 가운데 단 하나만이 ‘자기 것’이 되는 이유 역시 그 안에 들인 시간과 책임 때문이다.

    이 구조는 어린 왕자가 지구에 도착하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들판에서 마주한 수천 송이의 장미는 그가 유일하다고 믿었던 장미의 의미를 흔든다. 어린 왕자의 세계는 갑자기 확장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머물 수 있는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후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관계는 비로소 형성된다. 여우는 낯선 사람과 즉각적인 친밀함을 나누길 거부하며, 어린 왕자에게 관계는 같은 시간에 만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반복 속에서만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만남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장소 중 하나였던 들판은 머문 시간과 축적된 감각을 통해 점차 특정한 자리로 변한다. 더 이상 익명의 공간이 아닌, 관계가 깃든 장소가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다. 반복과 응시가 만들어내는 밀도다. 이후 어린 왕자는 유일성은 대상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귀속된 돌봄과 책임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야기의 끝에서 어린 왕자가 사라진 뒤, 별은 더 이상 물리적 거주지가 아닌 부재를 견디게 하는 이미지로 남는다. 밤하늘의 별은 웃음소리를 품은 기억으로 변하며, 관계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흔적이 된다.

    이러한 사유는 성희승의 회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의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과 빛, 겹겹이 쌓인 색의 흔적들은 별이나 우주를 연상시키지만, 그것은 재현의 결과이기보다 감각이 남긴 인상에 가깝다. 성희승의 회화는 특정한 공간을 묘사하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바라보고 머물렀던 시간들이 화면 위에 남긴 흔적이다. 《Eternal Becoming》은 아직 끝에 도달하지 못한 언어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하나의 형상이 완결되는 순간이 아니라, 형상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시간에 주목한다.

    초기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원’은 가장 근원적인 완결의 형태였다. 순환과 반복, 무한을 내포한 조형 언어로서의 원은 퍼포먼스, 사진, 영상 작업과 결합되며 신체성과 개념을 동시에 포괄해왔다. 그러나 삼각형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를 거치며 작업은 전환점을 맞는다. 삼각은 안정과 긴장, 생성과 붕괴를 동시에 품은 구조이자, 최소한의 형태로 최대의 진동을 발생시키는 단위다. 원은 더 이상 종착점이 아닌, 떨림 속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하나의 국면이 된다.

    ‘별’은 이 과정의 결과다. 원과 삼각, 완결과 확장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는 지점. 형식의 변화라기보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이동한 흔적에 가깝다. 그의 회화에서 별은 특정한 상징이나 서사를 지시하지 않는다. 사랑과 희망, 위로를 포함하면서도 존재의 회복에 관한 질문으로 작동한다. 개인적인 삶의 균열 속에서 마주한 밤하늘의 별빛은 ‘상징’이 아니라 ‘기억’이 되었다. 이때 별은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이다. 소유할 수 없지만 관계를 맺고, 멀리 있지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존재인 것이다. 작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추상으로 구현하며, 이를 ‘하이퍼-추상’ 이라 부른다.

    이는 화면을 구성하는 물질적 조건 속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점과 짧은 붓질, 미세한 색의 차이들은 반복과 중첩을 통해 서서히 화면의 밀도를 형성하며, 중심을 향해 수렴하기보다 여러 방향으로 미묘하게 확산된다. 화면은 단번에 파악되지 않고, 바라보는 시간에 따라 다른 층위를 드러내는 구조를 지닌다. 작업은 즉흥적인 제스처로 시작되지만, 화면에는 일정한 조형 질서와 리듬이 유지된다. 반복되는 패턴은 감각에 맡겨진 듯 보이나, 각 점과 붓질은 화면 전체의 균형과 호흡을 고려하며 배치된다. 우연은 구조 안에서 허용된 변주로 작동하며 자유로움과 긴장, 유기성과 안정성은 화면 안에서 공존한다. 반복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되며, 이전의 흔적 위에 새로운 층을 덧입힌다.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절제된 색채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강렬하고 직접적인 색에서 아이보리, 미색, 회색, 파스텔 톤으로의 이동은 에너지의 소멸이 아니라, 더 깊은 층위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색은 감정이자 시간이며, 에너지의 밀도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의 차이를 인식하는 감각은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화면 속 별들은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집합적이다. 각각은 고유한 진동과 리듬을 가지지만, 화면 안에서는 하나의 장(field)을 형성한다. 전체는 개별을 통해 드러나고, 개별은 전체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 이 둘은 대립하지 않고 상호 침투하며 하나의 호흡을 이룬다.

    멀리서 작품을 마주할 때 관객은 하나의 화면이 아니라 빛의 장 속에 서게 된다. 구조와 흐름, 우주적 리듬이 먼저 감각되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 할수록 오히려 흐릿해지는 지점들이 생긴다. 밤하늘의 별들이 그러하듯, 무수한 점들은 어둠 속에서 또렷하게 존재하지만, 전체를 붙잡으려는 시선 앞에서는 쉽게 포획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열린다. 붓질이 닿지 않은 화면의 여백마저도 빛으로 작동한다. 켜켜이 쌓인 흔적들은 감각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확장의 밀도를 만들어낸다.

    별을 보기 위해 우리는 지금 머무르고 있는 자리의 빛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듯, 관객 역시 스스로의 감각을 낮출 때 비로소 화면은 빛의 일부를 허락한다. 장막 너머의 별이 광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눈동자에 닿듯, 화면 속 빛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흔적이다. 어쩌면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를 그 빛 앞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성희승의 화면은 정답을 제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질문이 열리는 장이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묻는다.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그 사이의 거리에서 각자의 호흡이 조용히 바뀌는 순간이 도래하기를 기다린다.

    전시제목성희승: Eternal Becoming

    전시기간2026.01.07(수) - 2026.02.07(토)

    참여작가 성희승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소격동, 학고재) 학고재 본관, 오룸)

    연락처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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