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주: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

2024.04.12 ▶ 2024.04.24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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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주

    seed34 장지에 채색, 209x145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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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주

    seed42 장지에 채색, 88x61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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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주

    seed41 장지에 채색, 61x88cm, 2024

  • Press Release

    봄을 맞이하여 갤러리 담에서는 장현주의 14번째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한동안 씨앗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온 작가가 어두운 땅 속에서 때를 기다려 봄이 되자 싹을 틔우고 이어 꽃도 내보이고 있다.

    작품 제목은 모두 씨앗이다. 온갖 식물의 씨앗의 형태가 다양하듯이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씨앗도 도토리, 알밤의 형태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작품에 등장하는 씨앗은 예전 제사상에 올려놓던 사탕의 모습도 보인다. 달콤하고 색색의 모습이 우리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던 황홀했던 그 모습이다.

    작가는 유년기의 시골에서의 풀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서 자라서 작가의 씨앗과 풀 등이 작업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장현주는 서양화의 재료가 아닌 동양화의 분채를 장지 위에 채색하는 방법을 쓴다.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로써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열의를 엿보게 하는 정용하는 <집중의 힘>이 작가의 태도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신작 18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집중의 힘 / 정용화

    알고 보면, 꽃은 계절이 불러 모은 허공이다. 지상을 향한 땅의 집중이다.
    흩어지는 것이 거부의 형식이라면 피워내는 것은 모서리를 견뎌낸 침묵의 힘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나무는 땅 속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에 집중한다.
    상처가 있던 자리마다 꽃이 피어난다. 꽃은 어둠 속에서 별이 떨어뜨린 혁명이다.
    꽃으로 피어 있는 시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날개에 집중한다.
    나무는 얼마나 많은 새들의 울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온 몸이 귀가 되어 집중할 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어긋난 대답처럼 꽃 진자리마다 잎새 뒤에 숨어서 가을은 열매에 집중한다.
    알고 보면, 열매는 화려한 기억들을 끌어 모아 가을을 짧게 요약한다.

    세상에서 집중없이 피어난 꽃은 없다고
    너는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낸 꽃이다.



    작가의 글
    봄은 언제나 돌아와 여기 저기 꽃을 피운다. 꽃이 진 자리에는 다시 움이 트고 꽃이 피고, 물기없는 마른 가지에 새로운 싹도 올라 온다.
    나는 봄과 겨울 사이 2월이면 수선화, 히야신스 등 알뿌리 식물을 사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알뿌리의 줄기와 줄기 사이에 작게 뾰족이 나와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꽃을 피울 불씨 같다.‘는 생각을 한다.

    ’2월의 한기를 이 불씨가 몰아가겠구나,,,, 움츠리고, 위축되고, 굳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풀어지고 피어나겠구나 ’ 한다.

    조금은 지루하게, 기다리고 집중하고 보고 있으면 꽃의 빛깔이, 형태가, 향기가 보인다.
    어떤 식물이든, 어떤 생명이든
    뚫고 나와야만 맘껏 자라날 자유가 있고, 뚫고 나와야만 성장할 수 있다.
    빛이 없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불씨를 만들고, 온 힘을 집중해 발아를 꿈꾸고.
    어둠은 거듭나기를 향한 자기 성찰과 인내의 밀실이다.
    해가 있어야 싹이 튼다고 하지만,
    어둠 속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나는 이유이다.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
    정형탁(예술학/독립큐레이터)

    세상의 모든 것들을 기억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포도나무의 모든 싹, 모든 포도넝쿨, 모든 포도알갱이를 보고 기억했다. 한번 본 가죽 장정의 책의 표지를 기억하고 강에서 노가 만든 물결무늬와 비슷하다고 기억했다. 그는 하루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몇 번의 또다른 하루로 버전을 바꿔가면서 기억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제껏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했다. 그의 이름은 이레네오 푸네스라는 10대 소년이다.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 소년은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연계하여 기억하고 그것을 그것 자체로 기억한다. 푸네스에게 세상은 늘 새로운 기억 정보였다. 방금 본 개를 10분 후 본 개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다. 푸네스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졌지만 기억을 서로 연결시키고 일반화하는 보통의 인간들이 가진 능력을 갖지 못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왜곡, 과장, 축소와 시간의 뒤얽힘으로 만든 이미지일 수 있다. 오직 푸네스만이 자신이 본 것만을 정확히 기억했다. 보르헤스는 기억하다는 동사는 오직 푸네스에게만 적용되는 가장 순수하고 고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받는 모든 자극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에 전기적 반응을 일으키고 신경세포는 이를 분자로, 분자는 다시 화학 반응을 일으켜 해마와 측두엽에 정보를 저장한다. 이게 현대 과학이 정의하는 기억이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저장되기 만무하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또 저장된 기억의 단편들이 전혀 다른 서사정보를 만들어낸다. 그것을 알기에 인간은 애써 지키고 싶은 것, 아팠지만 지금은 아련한 것, 슬펐지만 아름다웠던 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게 시로, 소설로, 그림으로 표현된다.
    단순하면서 율동감 있는 색채 화가로 알고 있는 앙리 마티스는 1930년 타히티를 여행한 후 <오세아니아의 기억>(1953)을 그렸다. 그림은 타이티에 대한 감각적 기억에 집중하여 파란색의 네모, 파도 혹은 미역줄기로 연상되는 단순한 형태만 있다. 우리는 그것을 태평양의 풍경을 기억하여 재현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알파벳이나 표적을 소재로 그린 추상표현주의자 제스퍼 존스의 <0에서 9까지>(1961)는 숫자가 겹쳐 그려져 있지만 어떤 숫자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기억의 특징 혹은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일터인데 여기서 지워지거나 포개진 이미지는 잃어버린 시간이거나 저장된 기억의 상실이겠다.

    “알고 보면, 열매는 화려한 기억을 끌어모아 가을을 짧게 요약한다.
    세상에서 집중 없이 피어난 꽃은 없다고
    너는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낸 꽃이다.”
    작업실에는 정용화의 시 <집중의 힘>이 필사되어 걸려있다. 장현주의 그림은 삶의 기억들이 고고학처럼 쌓여있다. 장지에 아교로 평면을 단단히 쌓고 위에 먹과 목탄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다시 분채로 애써 그린 이미지를 지운다. 지운 이미지에 다시 중봉으로 바탕을 단단하게 쌓고 이미지를 그리고 다시 그것을 지운다. 몇몇 이미지는 형태를 유지하지만 초기에 그린 이미지는 대부분 새로운 채색의 층 아래 숨어버리고 대부분 지워진다. 그리고 지우기의 반복은 수행처럼 반복되어 수십 회를 넘어간다.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작가가 처음 스케치한 이미지가 아니다. 어떤 꽃이나 풀이 살아남고 어떤 알뿌리와 씨앗이 화면에 최종적으로 살아남을지 모른다. 삶과 죽음이 생의 한 모습인 양 화면 안에는(화면 위가 아니다) 수많은 이미지의 삶과 죽음이 있다. 상실과 상처, 혹은 아픔과 흔적의 뒤안길이 삶의 더께와 함께 숨겨져 있는 것이다.


    문체는 그 사람이다고 하는 철학자가 있듯 회화의 형식은 작가 자체다. 신탁의 경구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장현주의 회화는 장현주의 삶을 유비한다. "나는 몰랐어, 백합 알뿌리가 이렇게 생긴 것을. 이것들도 자기가 환한 꽃이 될 거라는 것을 알았을까? 기다림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것을." 씨앗, 뿌리, 꽃, 풀, 알뿌리를 여성, 여성성, 모신의 은유로 읽는 게 타당하겠지만 작가에게 그것들은 자신의 삶 기억이다. 시장에서 발견한 백합의 알뿌리에서 깨달은 생명과 삶의 순환, 나무가 만든 오랜 바람들이 내면으로 스미는 풍경들, 조그만 씨앗이 인고로 만든 환한 생명의 기다림은 모두 오랜 시간이 만든 흔적들이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삶의 시간을 대상에 유비하고 견성(見性)의 깨달음을 얻은 예다. 그러니 씨앗이나 꽃, 나무, 풀이 지워지거나 설핏 드러나지만 그 자체의 이미지들을 재현하는 게 작가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사라지다가 드러나고 엷어지고 가늘어지다 다시 이어지는 작품 속 이미지들은 개별 보다 전체 속에서 생명과 색채의 기쁨으로 박동한다. 마치 별개의 모듈들이 협력하여 하나의 서술기억을 만들어내는 뇌의 구조처럼 종로4가 꽃시장, 어릴 적 숲과 공기, 아파트 앞의 풀과 꽃이 삶의 시간과 함께 상실, 흔적, 결락의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삶이 그런 기억의 편린처럼 이뤄져서일 수 있고 반대로 기억의 여러 편린이 삶을 이루고 이것들이 현재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기억의 서사가 시간과 공간이 뒤얽히듯 말이다. 장현주가 그렸다가 지운 수많은 씨앗과 뿌리와 꽃과 풀은 시각적으로 모두 감지될 수 없지만 화면(삶)의 지층 어딘가에 숨어 있다. 화석처럼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기억의 단편들을 이젠 더 이상 찾을 수 없지만 우린 안다. 보르헤스식으로 말한다면, 숨겨져 있는 무엇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순수하고 고결한 것이라는 것을.

    전시제목장현주: 어둠이 꽃이 되는 시간

    전시기간2024.04.12(금) - 2024.04.24(수)

    참여작가 장현주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마지막 날은 오후 5시까지 입니다.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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