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배 조각展

2011.06.17 ▶ 2011.07.02

청화랑

서울 강남구 청담동 7-2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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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배

    슝슝카 대리석,동, 31x20x13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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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배

    토끼의여정 대리석,동, 90x75x5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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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배

    양철로봇의여정 대리석,동, 35x35x50cm, 2010

  • Press Release

    김근배 선생님의 조각에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꾸었던 무한대의 꿈. 달나라도 가보고, 날아도 봅니다.
    몸은 어른이 되어 많은 지식과 수많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 자리잡은 어린 날의 꿈을 언제나 가슴속에 지니고 있고
    때로는 혼자서 꺼내보고 슬며시 미소 짓는 어른의 동심이 김근배 선생님의 조각으로 살아났습니다.
    예술가가 있기에 모든 것이 재창조되는 즐거운 작품에 함께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서사와 매체의 동행
    이선영(미술평론가)

    김근배의 조각은 단일한 기념비성 보다는 서사narrative의 과정을 드러내는 작은 무대들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문학적이고 회화적 특성이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인공들과 무대장치는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 복잡한 형태들이 조립된 형식이다. 그러나 무대 세트는 오브제나 기성품으로 채워지기 보다는, 브론즈나 대리석 같은 고전적인 조각의 재료를 활용하여 주물이나 조각의 방식으로 가공된다. 그의 작품에서 청동 같은 금속은 주로 길이나 레일, 이동수단 같이 무대장치의 골조를 이루는 기계적인 사물을 재현하는데 활용되고, 대리석 같은 돌은 인물이나 동물 등 무대 장치 안에 배치된 주인공들을 재현하는데 활용되곤 한다. 재료와 대상은 적절하게 짝지어지지만, 재료가 내용을 위한 투명한 매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차들은 주물의 흔적이나 고색창연한 표면이 두드러지며, 대리석 조각들에도 색이 입혀져 있는 등, 재료의 불투명성opacity이 존재한다.

    내용적으로 김근배의 작품은 모종의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조형예술이 가지는 정지라는 속성이 야기하는 애매함이 남아있다. 그의 작품에서 서사는 매체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루고 있다. 공간적 예술인 조각에 서사라는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방식은 선조성을 가지는 길과 이동이라는 개념과 이미지의 도입이다. 그의 작품에는 토끼가 여러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타난다. 최근의 작품에는 토끼 대신 말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법의 빗자루부터 똥차, 달구지부터 트럭, 돛단배부터 전철에 이르는 여러 교통수단에 실린 토끼는 웅크린 채 이리저리 실려 다니는 수동적인 자연적 대상부터, 양복을 입은 문명인의 은유까지 다양한 면모를 가진다. 이러한 이동은 누추한 살림살이가 드러나는 초라한 광경부터, 미지로의 여행이라는 부푼 꿈에 충전된 감정의 편차를 내포한다.

    이동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가방이다. 작품 [가방 속의 여행](2006)처럼, 가방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풍경 안에 사물이나 동물, 인물 등이 배치된다. 가방 안에는 레일로 형상화된 길도 담겨있다. 가방은 이동에 대한 이미지가 공시적으로 집약된 일종의 축소모델인 것이다. 인물이나 동물 대신에 환경이 이동하기도 한다. 흰 대리석 구름이 박혀 있는 금속 통과 거기에 매달린 날개달린 양복쟁이, 또는 동물은 관객이 통을 돌림과 동시에 하늘을 나는 환영을 창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작된 작품 제목에 많이 붙은 [대장정], [여정]이라는 단어는 그의 작품에서 차지하는 길의 위상을 예시한다. 길은 보통 금속 레일의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개곡선에서 폐곡선에 이르는 다양한 도형을 연출한다. 지하철 노선처럼 추상적으로 배치된 길부터 불규칙한 도형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길 사이사이에는 자동차, 집, 빌딩, 사람, 코끼리, 나무, 잎 등,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모티브들이 박혀있다.

    길 위에 놓인 사물과 생물이 그 순서와 조합의 방식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길이 펼쳐지는 양상에 따라 작가가 할 이야기와 관객이 해석할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가령 꼬인 길은 재미있게 보이기도 하고 골치 아프게 보이기도 한다. 쭉 뻗은 길은 시원해보이기도 하고 권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길은 나무 같은 기념비적 형태 위에 얹혀있는가 하면 타원부터 별모양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혀있다. 길은 [회전도시](2007), [여정](2008)처럼 회전그네나 롤러코스터 형태로 변주되며, 작품 [5번째 생일](2006)처럼 나선형으로 상승되는 레일이자 화려한 샹들리에로 변화하기도 한다. 길과 길 위에 놓인 것들은 거대한 토끼가 가지고 노는 털 뭉치, 또는 포크나 젓가락에 들린 면발이나 양념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대장정이나 여정은 운명을 결정짓는 무심한 주사위 놀이나 먹고사는 문제가 그렇듯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문제로, 인생에 대한 또 다른 은유를 낳는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정착의 이미지는 도시와 자연 풍경에서 두드러진다. 작품 [달콤한 도시](2007)는 바구니 위에 얹힌 뭉치 사이사이에 사물과 사람이 박혀있다. 여기서 문명은 질서보다는 뒤죽박죽된 양상이다. 원통형 대리석으로 빌딩 숲이나 스카이라인 연출한 작품 [도시]는 각 빌딩 위에 계단, 집, 새, 의자 같은 형상을 배치하여 도시 풍경에 온기를 부여한다. 마천루 사이를 종횡으로 활보하는 인간은 매우 익명적이다. 그들은 모두 양복을 입고 얼굴은 동일한 무늬로 환원되어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공중에서 그들은 날개로 날고 있거나 낙하선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다. 지상에서는 홀로 버스를 기다리거나 집단으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기도 한다. 기하학으로 환원된 도시 풍경 속에서 익명의 인간은 체스판 위에 던져진 신세이다. 한편 김근배의 작품에서 자연은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풀잎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코끼리나, 양복쟁이들을 충분히 감싸 안을 정도로 넉넉하다.

    대리석 덩어리 위에 코끼리 세 마리가 돋아나는 작품 [여정](2006)은 자연의 판이 가지는 다산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서사의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서사는 묘사 보다는 작업과정의 흔적들에서 발생한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시각성과 서사성은 긴밀히 작용한다. 굳이 서사적인 작품이 아니어도 시각적인 것에는 의미가, 의미에는 이미지가 잠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볼프강 켐프는 논문 [서사]에서 서사의 원칙으로 변환, 욕망, 결여의 개념을 든다. 이를 통해 서사는 단순한 삶이 아니라, 고양되고 집중된 일생을 다룬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김근배의 작품에 적용시켜보자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환transformation인 서사는 길 위에서 진행되는 연속적인 기술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서사는 하나의 목표, 다시 말해서 주인공들이 얻을 수 있거나 그렇지 못하는 가치의 대상을 성취하려는 주인공에 관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끝없이 여행 중인 주인공들은 그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만 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욕망은 정지해 있는 체계의 균형을 깨고 의미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결여란 가치를 얻기 위한 동기를 부여한다. 하나의 결여가 충족되면 또 다른 결여가 발생하며, 이는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필연적인 이유가 된다. 김근배의 작품에 나타나는 서사성은 미술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오랜 논점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레싱은 [라오쿤 또는 회화와 시 사이의 경계에 대하여](1766)에서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각이란 실체들을 공간 속에 배열하는 예술이라고 주장하였다. 조각은 공간적 예술이기에 시처럼 시간을 매체로 하는 예술형식과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각 예술작품은 동시적인 구성을 통해서 행위의 한 순간만을 재현할 수 있으므로, 가장 함축적인 순간, 즉 전후의 상황을 가장 잘 암시해주는 한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배는 길이나 이동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 작품에 여러 시점을 공존하게 한다.

    레싱이 언급했듯이 단일한 순간은 어느 정도는 확장 된다. 순간은 기억과 기대 사이에 놓인 문맥에 의해 보충되는 것이다. 동시성은 항상 연속성을 포함한다. 서사적 구성은 관람자를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이동하는 이미지들은 시간의 추이에 의해 성립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길 위, 또는 그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는 오브제 형태의 조각들은 일종의 기호sign이다. 그러나 그 기호들은 시공간상의 통일성이나 논리적 서술의 요건들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선들은 끊기고 꼬이며, 오브제 조각들이 출현하는 순서나 빈도도 임의적이다. 이러한 불연속성과 분열성으로 이야기는 논리적 연쇄를 가지기 보다는 곧잘 시적 함축성을 가지게 된다. 기호들은 여러 작품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익명성 역시 비슷한 위상을 가진다. 그의 작품 속 서사의 주인공들은 얼굴이 패턴화 되어 있거나 동물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인다.

    자세도 몇 가지로 단순화되어 있고, 그들이 입고 있는 양복은 마치 유니폼처럼 개체로서의 속성을 지워버린다. 뻣뻣하게 서있거나 웅크리고 있으면서,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몸짓은 심신의 일치를 꾀하는 고전적 조각의 구조적 투명성과 거리가 있다. 또한 작가는 다양한 색채의 구사를 통해 작품의 표면을 강조한다. 구조에서 표면으로의 이동은 명확한 메시지보다는 물성의 표면에서 매순간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하게 한다. 그것은 주제가 아닌 매체의 문제이다. 따라서 김근배의 작품에서 서사의 측면만을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더 손쉬울 수도 있는 오브제나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조각의 문법에 충실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는 보여주는 기술로서의 미술의 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위해서 매체적 특성에 대한 숙지와 활용은 필요조건이 된다. 매체를 간과하고 주제에만 치중할 때 조각은 문학이나 회화의 아류에 머물기 때문이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매체는 모방과 환영을 위한 투명한 수단이 아니다.

    가령 브론즈로 된 트럭이 자동차의 흉내 이상의 매력적인 사물이 되는 것은 조각가의 솜씨가 드러난 표면의 풍부한 물성 때문이다. 조각가로서 오랫동안 훈련해 왔던 돌과 금속에 대한 특정한 기교는 작품이 단순히 일화적 요소로 축소될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현대의 비평가 중에서 미술의 매체적 특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그린버그는, 마찬가지로 레싱의 논의로부터 시작되는 [더 새로운 라오쿤을 향하여](1940)에서, 독립적인 직업과 원리, 기술로서의 예술,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절대적으로 자율적인 예술의 개념을 피력했다. 여기에서 작품의 주제는 매체 뒷전으로 밀린다. 그린버그가 미술을 무엇보다도 매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모든 예술은 보편적으로 이념이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경험의 요소들을 더 직접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매체의 표현능력을 확대시키는 것은 곧 물질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학 대신에 음악은 순수주의를 위한 더 훌륭한 모델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김근배의 길(레일)들은 선율처럼 흘러가고, 사이사이의 사물들은 음표처럼 배치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음악적, 즉 추상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조형예술은 문학에 비해 매체를 고립시키는 것이 더 쉬우므로, 결과적으로 현대미술은 문학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순수성을 얻었다는 것이 그린버그의 평가이다. 순수주의의 관점에서 조형예술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느껴야 할 것들이 있을 뿐이다. 예술작품의 순수하게 조형적인 혹은 추상적인 성질, 즉 매체적 특징의 강조는 소통을 위한 효용성 보다는 시각예술의 순수하게 조형적인 가치가 전면에 나타나게 한다. 김근배의 작품에서 조각의 물질성은 때때로 단선적으로 흐르는 서사를 단절시키고, 결정된 의미나 주제로부터 벗어난다. 그것은 단순히 메시지 전달을 넘어서 관객에게 시적 울림을 주기 위함이다. 물론 김근배는 매체적 순수성에만 사로잡혀 형식주의로 매몰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은 매체의 물성과 서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잡으려는 지점에서 개성을 발한다.

    전시제목김근배 조각展

    전시기간2011.06.17(금) - 2011.07.02(토)

    참여작가 김근배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청화랑 CHUNG ART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7-21번지)

    연락처02-543-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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