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옥자의 초상

2013.10.04 ▶ 2013.11.10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

광주 서구 농성동 311-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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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3-10-08 1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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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점례의 초상-애완녀 Clay, 31x18x39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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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점례의 초상-휴식 Granite, 80x13x43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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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점례의 초상-상실 Colored Plaster, 22x19x55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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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기다림 1 Terracotta, 35x35x45cm,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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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자

    오후 Bronze, 34x21x40cm, 1991

  • Press Release

    조각가 문옥자의 초상(肖像)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13년 광주시립미술관 중진작가 초대전의 주인공으로 호남대학교 문옥자 교수가 선정되어 전시를 준비하면서 먼저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는 작가의 입장에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교육자로서 또한 조각가로서 “무엇을 보여주고 기록하고 싶을까?” 하는 점이었고, 둘째는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조각가 문옥자를 쉽게 소개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두 생각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이 전시기획의 기본이지만, 이번 전시가 큐레이터가 기획하는 주제전이 아니라, 미술관의 정례적인 중진작가 초대전이고 또 개인전이어서 당사자인 문옥자 교수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 즉 좌대위에 놓인 인물의 형상을 담은 작품들, 공공건물의 대형 조형물 사진들, 작가의 철학적인 생각이 많이 담긴 설치작품들, 작가 또는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들은 이번 여름 내내 문옥자 교수가 쉬지 않고 땀 흘리며 작업한 작품들이다.

    전시가 열리는 상록전시관은 6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2층 180평의 공간으로 일반적인 개인전을 열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미리 방으로 구획되어지므로 방마다의 특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사실 이 공간을 단순히 채우는 것만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번 전시는 문옥자 교수가 조각가로서 살아온 과거를 보여주는 회고전적 성격이 제일 우선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문옥자 교수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작품들을 준비하였다. 출품작품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인 조각 작품들, 공공기관의 조형물 사진들, 설치작품들 등이다.

    제일 먼저, 조각 작품들의 재질은 대리석, 화강암, 브론즈, 테라코타, 나무, 지점토 등으로 다양했는데. 작품의 내용은 두 가지로 분류되어질 수 있다. 문옥자 교수 조각작품의 첫 번째 목록에 들어갈 작품들은 평화, 화합, 결실, 그리움, 휴게실, 추억, 기다림, 설레임, 생각, 만남, 이브, 결실, 언약, 염원, 해질 무렵, 도약, 이브의 방, 회상, 휴일, 가족, 모자(母子). 이런 제목들이 상징하듯 작품의 형식과 주제가 교과서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브론즈나 대리석, 테라코타 등을 이용한 세련된 작품들로 규정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이다.

    문옥자 교수의 또 다른 조각 작품들은 이른바 “점례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2000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로, 앞서의 교과서적이고 제도적인 형식과 내용에서 벗어나 문옥자 교수만의 주제와 이미지를 내세운 작품들이다. ‘점례’라는 이름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시골 고향에서 도시로 올라와 현대사회를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친구, 누나, 언니의 상징이다. 문옥자 교수는 순박했던 시골 처녀 점례의 성적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모호한 메시지를 던진다. 순박했던 시골처녀가 망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탓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 스스로 성인이 되어 성적 환상을 즐기는 것인가? 문옥자 교수 스스로는 이에 대해 “순수했던 시골 처녀의 변모된 모습을 통해 순수에 대한 인간 내면의 원초적 향수를 일깨우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작품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보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점례의 초상 시리즈는 사실 작품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르다고 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어떤 점례에게서는 고향의 순수를, 또 어떤 점례에게서는 에로티시즘을, 또 어떤 점례에게서는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를 느낄 수 있다. 이 시리즈와 관련한 작품으로는 ‘젊은 오빠의 초상’ 시리즈가 있는데, 이 시리즈 또한 고귀해야 할 성(性)의 타락에 대한 비판과 풍자이다. 이 역시 점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많은 점례들을 탐하는 장년 남성에 대한 비판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남성의 성기에 중심을 맞춘 “젊은 오빠의 초상-헌터”라는 작품은 모호한 해석의 여지라곤 없다. 배설의 욕망에 사로잡혀 여성을 사냥하는 남성에 대한 직설적 비판이다.

    두 번째로 문옥자 교수의 대표적인 작품을 꼽을 때 공공기관에 설치된 조형물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각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대형 조형물이 아닌가. 기존 문옥자 교수의 작품이 주로 가족이나 여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면, 대형 조형물은 작품이 설치되는 공공기관의 성격에 맞는 상상력과 표현력을 가지고 제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로 공모를 통해 당선이 되어야 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가 제작을맡게 된다. 조각가로서는 대단히 명예스러운 일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공공기관에 설치된 문옥자 교수의 작품들은 사진과 영상으로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세 번째로 이번 전시의 조연에 해당하는 작품은 문옥자 교수의 심경을 고백한 설치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젊은 오빠의 초상’ 같은 작품을 통한 설치작품을 제작했던 문옥자 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위의 일반적인 조각작품 이외에 문옥자 교수의 가족사진을 이용한 설치작품을 제작하였다. 문옥자 교수 부모님이 살던 옛 한옥의 문짝을 이용해 격자틀 사이사이마다 문옥자 교수 가족의 사진이 채워져 있다. 툇마루 위에 놓여진 이 문짝은 사실은 관람객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옥자 교수의 글에서 보듯, 가족은 문옥자 교수가 살아가는 근원적 힘이었다. 이제 정년퇴임을 앞두고 본인을 위한 작품 한 점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관람객은 조각가 문옥자의 내면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문옥자 교수는 “삶-부활을 꿈꾸며”라는 나무와 기타 재료로 만들어진 설치작품을 새로 제작하였는데, 이 역시 작가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개인적 고백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옥자 교수는 30여년 가까운 세월을 광주에 있는 호남대학교 예술대학에서 교육자로 재직하여왔다. 그 이전엔 전남 벽지의 시골학교에서 창작을 향한 열망을 키워왔다. 진정한 조각가가 되기 위한 열망과 기다림의 시간들이었다. 수많은 시간들, 그러나 찰나와 같이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지나, 이제 국화꽃이 피는 지금 서정주 시인의 시 속에 나오는 누님처럼 문옥자 교수는 본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2의 작가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점례도, 젊은 오빠도 없는 새로운 시간 속으로 자유로운 젊은 조각가의 삶이 시작되고 있다.

    고향에의 회귀, 그리고 삶과 생명의 예찬
    문옥자 회고전에 부쳐


    윤진섭(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Ⅰ. 문옥자의 조각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비롯해서 가족, 생명, 기다림, 삶과 죽음, 희망, 에로티시즘(性愛) 등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공통적으로 서정적인 율조가 짙게 깔려있다. 인체 조각을 위주로 작업을 해온 그는 자기만의 뚜렷한 조형 언어를 구축,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이제 정년을 맞아 작가활동 40여 성상을 마감하는 회고전을 준비한다.
    이번에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열리는 문옥자의 회고전은 작가 본인에게는 물론, 그를 아끼고 사랑해 온 미술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매우 뜻 깊은 전시다. 그것은 첫째 한편으로는 교육자,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로서 평생의 업적을 정리하는 자리라는 점이며, 둘째는 이 전시가 끝이 아니라 사실은 정년 이후에 찾아올,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신진작가’로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만큼 그가 이번 전시에 임하는 각오와 성의는 막중한 데가 있다.
    같은 직장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켜봐 온 동료의 한 사람으로서 문옥자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말해서 성품이 곧고 자존심이 무척 강하지만, 그 강함 속에는 부드러운 여성의 미덕 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로 요약된다. 이 여성적인 내면이 잘 드러난 것이 바로 문옥자의 조각이다. 겉보기에 그의 조각은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흐르는 선적 구성과 여체의 터질 듯한 볼륨감으로 인해 유미적으로 보일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그의 작품이 주는 첫 인상에 기인한 것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문옥자 조각의 여성적 특징은 그 안에 내장된 강렬한 남성적 속성의 파열을 예고한다. 그것이 발화(發火)하는 시점을 나는 이번 전시 이후로 예견하고 있거니와, 그것은 또한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포하고 있다. 그 동안 그를 가두어뒀던 온갖 터부와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실험정신이 그를 자유케 하리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Ⅱ. ‘점례의 초상’이란 명제는 문옥자 개인에게 있어서 고향의 원형과도 같은 것이다. 점례란 옛스런 이름은 작가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순수’의 등가물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마음의 고향이자 상징’이며, ‘영혼의 영원한 쉼터’이다. 고향이란 영원회귀의 터전이 아니던가. 상처받은 영혼이 돌아갈 거처인 고향은 그래서 비단 작가 본인뿐만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문옥자에게 있어서 마음의 고향인 ‘점례’는 상상력의 원천이자 사회비판적 시선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가령, <점례의 초상-꿈의 나날>(31x21x65cm, Bronze, 2007)은 순결한 신부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는 반면, <점례의 초상-당신의 안락의자>(58x22x46, Bronze, 2007)는 한낱 남성의 노리개로 전락한 여성의 존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깔고 있다. 이 작품에 이르러 문옥자 특유의 에로티시즘은 만개하고 있거니와, 안락의자로 은유되는 은밀한 성애(性愛)가 실은 ‘점례’가 상실한 순수성, 즉 고향에 대한 보상임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작가가 청년기를 보낸 50년대 말에서 60년대 말에 이르는 기간은 사회사적으로 볼 때 근대화의 시기에 해당하는데, 이 기간에 많은 시골 처녀들이 상경, 도시화의 과정을 겪었다. 점례의 변모된 모습은 곧 도시화의 단면이랄 수 있다. 그것은 60년대의 여성의 초상이기도 하면서 성형미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서 문옥자는 남성적 시선에 의해 타자화(他者化)된 여성의 이미지를 극히 상징적인 수법을 통해 그것이 굴종의 태도에 다름 아님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순박했던 시골 처녀 점례의 변모된 모습을 통해 순수에 대한 인간 내면의 원초적 향수를 일깨우고 싶다.”고 말한다.
    문옥자의 이러한 고향 상실에 대한 테마는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설치작품 <삶 -인연의 틀>에 이르면 더욱 구체화된다. 부모님이 거주하던 옛 한옥의 문짝을 이용해 구성될 이 작품은 근대화로 인해 파괴되고 해체된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다. 중앙의 완자창을 중심으로 양쪽에 격자창이 앞이 약간 벌어진 ‘ㄷ'자 형태로 놓여지고, 그 앞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 설치돼 있다. 중앙에 있는 완자창의 창구멍은 빛바랜 가족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문옥자가 이 설치작품을 통해 묻고 있는 것은 시간성의 문제이다. 즉, 역사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다시 말해 특정한 시기의 시공간을 점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유한한 인간이 가족이란 제도를 통해 사회화의 과정을 밟게 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자아(自我)의 프리즘을 통해 가족적 사건(어머니와 오빠의 긴 투병 생활과 죽음 등)을 어떻게 내면화하는가 하는 문제를 터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내면세계의 외부적 투사가 바로 작품일진대, 문옥자의 이 <삶-인연의 틀>은 작가 개인의 개별적 사건을 통해 근현대사라고 통칭하는 한국의 보편적 역사를 증언하는 하나의 단편이 아닐 수 없다.
    <점례의 초상> 연작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계열에 속하는 하나의 완곡한 표현술이다. 문옥자가 이번 전시에 출품하게 될 또 하나의 <점례의 초상-애완녀>는 애완견의 신세로 전락한 현대 여성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다. 여기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풍만한 가슴의 소유자인 여성의 모습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것은 개와 인간의 합성처럼 보인다. 퍼머 머리를 한 여성이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고혹적인 포즈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유혹할 때 ‘꼬리를 흔든다’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도 여성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그런데 그 꼬리는 개의 꼬리처럼 보인다. 마치 ‘개처럼’ 꼬리를 흔드는 여성이라는 강한 풍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여기에 하나의 반전(反轉)이 장치돼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점례의 순수성, 즉 잃어버린 고향의 상징으로서 점례의 처녀성이 꼬리에 붙은 한 송이의 꽃으로 상징화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으로 열린 [열풍 변주곡]에 출품한 <젊은 오빠의 초상> 역시 같은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다. 푹신한 솜으로 가득 찬 전시장 바닥에 대좌가 놓여있고 그 위에 중후한 모습의 중년 남자가 벗은 몸으로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그 주변에는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귀엽고 예쁜 바비 인형들의 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마치 예쁜 여성들의 유혹을 물리치기라도 할 듯 부처님처럼 초연한 자세다. 그러나 내면에는 치열한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한 기세다. 작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데, 이는 중년 남자의 조각상에서 보이는, 부처님이 악귀와 대항할 때 취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문옥자는 이 작품을 통해 성(性)의 상품화를 향해 치닫고 있는 현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Ⅲ. 9년 간에 걸친 어머니의 긴 투병 생활과 죽음, 사랑하는 오빠의 갑작스런 암 발병과 죽음 등 연이은 가족사적 사건은 문옥자로 하여금 죽음을 생각하게 한 요인이다.<삶-부활을 꿈꾸며>는 목조로 된 설치작품인데,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은 옆으로 길게 누워있다. 남자의 거칠게 다듬은 벗은 몸은 시신을 연상시킨다. 남자의 두 팔은 마치 염할 때처럼 앞으로 공손히 모아져 있다. 그 몸이 마치 나무에 꿰인 것처럼 하단부에 부착돼 있다. 나무는 신목(神木)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데 그 가지들은 여기저기서 모아 조합한 것이다. 이 작품은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영속성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운명을 다룬 것이다. 죽음에 대한 강한 파토스가 신체 전면을 통해 강하게 풍겨 나온다. 이 작품은 망자(亡者)의 영혼이 나무를 통해 저승으로 승화되는 장면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한국인의 사관(死觀)이 잘 나타나 있는데, 망자는 이승도 아니고 저승도 아닌 중간단계에 떠도는 존재, 즉 중음신(中陰神)으로서, 망자의 극락왕생을 위해서 산 자들은 진도의 씻김굿에서 보듯이 베가름과 같은 의식(儀式)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약간 떠 있어서 마치 부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중인물의 위치 설정은 이의 한 상징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옥자의 작품세계는 삶과 죽음, 생명, 에로티시즘 등 폭 넓은 주제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철사를 이용한 선조 작업을 통해 보다 더 첨예하게 구체화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문옥자 작업의 개화(開花)는 지금부터 일는지도 모른다. 그는 내면화된 강한 열정의 소유자이다. 그것은 이제까지 뭔가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그 열정과 힘이 어느 날 지표면을 뚫고 분출하는 순간 우리는 작가로서 문옥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시제목조각가 문옥자의 초상

    전시기간2013.10.04(금) - 2013.11.10(일)

    참여작가 문옥자

    초대일시2013-10-08 17pm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장소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 서구 농성동 311-1번지)

    연락처062-613-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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