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띠그림전 돼지
2019.02.13 ▶ 2019.04.14
2019.02.13 ▶ 2019.04.14
전시 포스터
김태연
12支生圖-亥 비단채색, 133×86.5cm
이우만
멧돼지 29x38.5cm, 종이에 수채, 2008
장경희
금옥만당2 비단에 석채, 50x50cm, 2018
권지은
십이지신_亥 80×48cm, 마본채색, 2010
유기준
묘금도부귀도 50x50cm, 한지에 채색, 2015
최석운
달 항아리 120x120cm, Acrylic on canvas, 2008
그림 속 돼지
장준구 학예연구실장
돼지가 사람과 함께 한 역사는 여느 동물보다도 길다. 약 4,000만 년 전 등장한 이후 10,000년~6,000년 전 무렵에는 가축으로 키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되는 가축의 뼈를 살펴보면 돼지의 것이 1/3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었다. 돼지가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식용 동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도 돼지는 소, 닭과 함께 가장 보편적인 육류이다. 식용 동물로서의 성격이 변함없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사나운 종인 멧돼지가 죽음을 상징하는 일본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온 돼지이지만 미술에서 돼지를 제재로 다룬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동서양 모두에서 마찬가지인데 그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돼지라는 동물 자체가 다른 동물에 비해 식용의 고기로서 외에는 다른 기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저분한 곳에서 생활하는 습성이나, 독특한 외모와 소리 등도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푸짐하고 맛있는 식자재라는 점, 10여 마리를 한꺼번에 출산하는 속성 덕분에 풍요로움, 다산多産 등 긍정적인 상징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으로서의 뚜렷한 성격과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357년 무렵 만들어진 고구려 무덤 안악 3호분의 벽화에 돼지가 그려져 있다. 다만 살아있는 돼지가 아닌, 도축되어 쇠갈고리에 꿰어져 고기창고에 걸려 있는 모습으로, 식용동물로서 돼지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돼지 그림이면서 왜 돼지 그림이 많이 그려지지 않았는지를 스스로 제시해주는 셈이다. 이 외에는 조선 후기의 수렵도에 사냥감으로 그려진 사례, 19세기 말 개항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김준근金俊根의 풍속화에 가축으로 그려진 사례 등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동물로서의 돼지가 아닌 신으로서의 돼지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의 구성원으로서 많이 형상화되었다. 십이지는 고대부터 중국, 한국, 일본, 이집트, 인도, 바빌로니아, 베트남, 멕시코 등 동서양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던 시간의 개념이었다. 중국의 경우 각 시간대를 표시할 때 특정 동물로 표현했고, 이것이 십이지신 이미지의 기원이 되었다. 여기에 기원전 4-3세기 무렵인 전국시대戰國時代에 각 동물에 12가지 방향의 개념이 결합되었고, 해당 방향을 지키고 보호하는 새로운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각 시간을 상징하던 동물들이 방위신方位神이 된 것이다. 이후 당대唐代인 8세기경에 이르면 머리는 동물,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십이지신으로 탈바꿈한다. 때로는 관리의 옷을, 때로는 무장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각 동물 모양의 관모官帽를 쓴 사람 모습의 십이지신도 나타났다. 점차 동물에서 인간에 가까운 신의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모습의 십이지신상이 만들어졌다. 머리는 동물, 몸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십이지신이 돌에 새겨져 무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통일신라시대 김유신金庾信 묘에서 그 초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무덤을 장식하는 한편 지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다수의 고분에 십이지신이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신앙에 흡수되어 불교회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십이지신 가운데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亥時인 21~23시, 즉 오후 9~11시, 방향으로는 북북서北北西 쪽을 상징하고 수호한다. 돼지 자체의 속성상 많이 형상화되지 않던 상황 속에서도 십이지신에 포함되어 그 이미지가 다행히 많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돼지 그림은 돼지고기 광고의 디자인 등 특정한 기능을 지닌 경우 외에 본격적인 미술품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미술에 있어서 제재의 폭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 넓어졌음에도 돼지의 경우 인기가 낮은 셈이다. 그 이유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식용으로서의 강한 성격, 좋다고 보기 어려운 겉모습, 더러운 곳에서 생활하는 습성 등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시대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때때로 귀엽기도 한 모습과 풍요로움의 상징에 초점을 맞추어 돼지를 그리며 우리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진 버금가는 세밀 묘사를 통해 돼지의 생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과거 십이지신을 한층 높은 완성도로 복원,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정치精緻하고 역동적인 돼지신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며, 12지신을 현재의 세태에 대한 은유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돼지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돼지 그림을 보면서 쉽게 알지 못했던 돼지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보고 올 한해의 복도 빌어볼 수 있을 것이다.
1973년 출생
1975년 출생
1960년 출생
1986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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