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트랩대전 6월의 작가

2020.06.09 ▶ 2020.06.30

이응노미술관

대전 서구 만년동 396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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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김덕한 - 시간을 탐닉하라.

    김덕한은 현재 전통 도료인 옻칠을 주재료로 작업을 하는 작가다. 대학 전공 과정부터 오랜 기간 옻칠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작가로 동아시아 고유의 옻칠 전통과 방법론을 익힌 전문가다. 옻칠은 물성의 까다로운 기법과 더불어 깊은 색감을 보여주는데 철저한 과정과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인내와 시간성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스런 노동이 깃든 층층의 색면을 다시 사포로 갈아내며 묵묵히 시간적 층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김덕한 작업의 중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김덕한은 회화성에 대한 다층적인 실험을 모색해왔다. 공예적인 옻칠작업에서 시작된 평면 작업은 회화에 대한 끊임없는 발상과 연구로 자신에게 '무엇을 재현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었고 또 다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적 출발로서 옻칠은 판넬 위에 겹겹이 쌓인 시간의 사용한 단서이자 결과물이다. 단순한 옻칠의 물질적인 표면이었다가 다시 사포로 벗기는 반복적인 노동은 문질러진 힘과 결에 따라 보이는 얇디얇은 층위로 드러나면서 흔적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이는 오랫동안 도포한 옻의 막과 막 사이의 층과 미세하게 드러나는 은은한 색감으로 인하여 물질과 비물질적인 양자로 환원되는 순간이며 증거다.

    김덕한의 옻칠 회화는 오랫동안 복잡했던 자신의 현실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분해하고픈 욕망의 은유로 가득하다. 자신이 유년시절부터 걸어온 다양한 삶과 사건들이 녹여져 있는 표면이 하나의 욕망으로 본다면, 이 욕망은 켜켜이 쌓여 어느새 순간의 사건으로 떠오르는 잠재적인 분출이다. 최근 작업을 보면 그런 분출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업들이 나타나는데, 옻으로 층층이 칠하면서 벗겨낸 평면회화와 입체작업이다. 이 두 개의 표면이 매끄러운 미니멀한 작업으로 가히 노동의 완전체다. 매끄럽게 갈아낸 추상적인 작업은 옻칠 특유의 색감들이 어우러져 장식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치열하다. 칠하고 벗겨내는 일련의 반복적인 과정은 다시 동일성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매우 다른 가치가 부딪히며 상생하는 지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매일 매일 만나는 과정 속 우연의 이미지가 존속하여 어떤 시간과 만나는 필연적 사건으로서 그 차이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김덕한에게 있어서 예술작업이란 깊은 시간을 사유하려는 동시에 기존의 고수했던 자신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의 행위가 된다. 다시 말하면 그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예술작품이 되는 것에 물질의 구축과 해체라는 미시적인 사건을 통하여 시각적인 것을 넘어 탈물질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가 이런 제시를 행위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는 의미와 문제는 무엇일까?

    한 가지 예를 들면 미니멀 아트에서 찾을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도날드 져드의 표현대로 일종의 ‘특수한 사물’이다. 철, 돌, 유리 같이 차갑고, 무겁고, 거대한 사물성을 지닌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견고한 외양 못지않게 작품 논리도 견고하다. 내재비판적(immanent critic), 자체 지칭성(self-referentiality)과 시간성(temporality)등 관객을 예술의 주체로 격상시키는 연극성(theatricality) 같은 비재현적 요소로 무장된 것만큼 심오하다. 한마디로 미술사적 문맥의 학습을 통한 고양된 눈과 감식안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극히 배타적인 중심주의적(centrism) 미술이다. 김덕한의 작품은 여러모로 이와 대비된다. 물론 김덕한의 모노크롬한 색조나 비재현적(non-representational) 특질을 미니멀리즘과 흡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중심주의적인 미니멀 아트에 대하여 탈-중심주의적이란 점이다.

    근대기간동안 배타적인 중심주의에 의해 억압되었던 것들이 회귀하는 일련의 조류를 탈 중심주의(de-centrism)라고 할 수 있는데, 촉각의 회귀, 이성에 의해 억압되었던 자연적 감각, 몸의 회귀, 시간성 등이 직접 김덕한의 작품들과 연을 맺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하나만 특정하겠다. 미니멀리즘이 예술이 시각적(optic)이라면 김덕한의 작업들은 촉각적(haptic)이다. 전통적 공예재료인 옻칠을 시간의 간격에 따라 덧칠하며 갈아내고 문지름을 통해 손의 촉각기능을 살려 미세한 흔적을 관람자가 볼 수 있도록 강하게 유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시각적인 절대적인 힘을 촉각의 감성적인 부드러움으로 치환시켰기 때문이다. 김덕한은 최초의 자신 앞에 놓여 진 캔버스를 대하듯 무엇이 펼쳐진 것인가, 무엇이 감각될 것인가에 대한 귀결을 유보한 채 그 모를 시간을 집약해 놓는다. 자연주의적 감성과 태도를 지닌 덕에 분절되거나 분해된 복잡한 심리적 효과들을 작업을 풀어내는 방법론에 입혀 고되고 지루한 흐르는 시간적인 것에 내맡긴다. 다시 미려한 옻칠이 주는 색의 견고함과 풍부함은 오랜 전통을 벗기고 갈아내는 사건에서 미래적인 잠재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착된 관념에서 해방되는 순수 자유를 들이미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는 이전의 전시와 다르게 접근하려는 비물체적 개념의 접근이거나 혹은 옻칠 작업이라는 단순히 물질적 개념에 가두었던 풍부한 비자발적인 욕망을 분출하는 새로운 이미지이다. 다시 김덕한의 작품을 볼 때 사포로 인해 벗겨진 이미지들은 추상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회화는 대상과 대상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교감들을 화폭 안에 천천히 던져 놓는 것으로서 그 시간의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하는 행위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사각 프레임에 담았던 과정을 전시 공간자체에 그려내어 경계가 사라진 물질과 공간이라는 이분법적 외연을 해체하는 실험이다. 이는 옻칠의 숙주를 다른 형태로 기생시키며 새롭게 작업의 변이를 일으키고자하는 태도이다. 이번 작업은 언어로 담지하지 못하는 전통적인 색과 흔적으로, 시간의 감각으로 다시 특이성의 에네르기로 드러날 것이다. 이에 김덕한은 자신의 작가노트에서도 말하듯 과거의 단편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다시 갈아내며 다층적인 시간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며, 예측할 수 없는 미로 같은 심연을 드러내는 시도라고 하고 있다. 이에 층층이 드러난 화면의 우발적인 흔적은 통제할 수 없는 미묘한 불규칙한 표정으로 드러나게 되며 그 화면에 매료된다. 시간을 쌓고 다시 벗겨내는 정성스런 행위와 우연성은 그 사이의 법칙을 깨고 거스르는,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우발적인 마주침이며 창의적인 이미지이다.

    명제에도 드러나듯 이 회화의 지점은 어떤 대상에 다가가기 위한, 대상과의 무수한 교감을 겹쳐놓은 통로다. 무한히 열려있지만 그 의미의 몸적 감각을 통해서만 음미하거나 볼 수 있는 특이성의 지점을 화면에 올려놓는다. 어떤 의도가 매번 다른 변주되는 시간과 몸이 마주치며 절대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을 의도로 드러내는 것이 김덕한 회화의 맛이다.

    최근 작업에 평면을 넘어 입체 그리고 설치작업으로 공간 자체를 설치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김덕한은 아마도 어떤 시간성을 형상화시키는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시간성을 다루면서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고 긴급한 이머전스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을 터, 그 순간에 스쳐가는 예기치 못한 어떤 비자발적인 ‘시간의 형상’을 우연히 발견했을 것이다. 김덕한이 발견한 우발적 마주침은 미래의 작품전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우연성 즉 비자발적 능력에서 촉발된 시간적 형상은 새로운 감각으로서, 자신의 폭발적인 작업의 확장으로 연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후기주의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에 의하면 자발적 능력은 ‘우리가 사물 속에 집어넣은 것만 사물로부터 끄집어내는 능력’으로 이때 발견되는 것은 발견하고자 의도했던 것뿐이며 그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어서 새로운 것이 없다. 이에 대하여 비자발적 능력은 아무것도 보지도 지각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처럼 사소하게 던져진 기호를 유일한 단서로 삼아 온몸을 던져 해독하는 자, 거미와 같이 필연적인 운명을 초감각으로 끌어내는 능력이다. 이 비자발적인 사유를 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잠재적인 능력이 개시될 것이고 김덕한은 ‘기관없는 신체’의 비자발적인 작가로 거듭날 것이다.
    ■ 김복수 미술평론가

    전시제목2020 아트랩대전 6월의 작가

    전시기간2020.06.09(화) - 2020.06.30(화)

    참여작가 김덕한

    관람시간03월 ~ 10월 : 10:00 ~ 19:00 (매월 마지막 수요일 21:00까지)
    11월 ~ 02월 : 10:00 ~ 18:00 (매월 마지막 수요일 20:00까지)
    입장시간 : 관람시간 종료 30분전까지

    휴관일휴관일 1월1일, 설날, 추석, 매주 월요일(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어른 500원
    어린이, 청소년(7~24세) 300원
    <무료조건>
    - 노인(65세 이상) 및 유아(6세 이하)
    - 장애인(1급~3급) 및 보호자
    - 고엽제휴유의증 환자증 소지자
    - 유공자(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 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및 유종증 소지자
    - 명예시민증 소시자(배우자포함)
    - 선거 투표 참여자(투표확인증)
    - 다자녀 우대 ‘꿈나무 사랑카드’소지자 전원
    - 이응노미술관 개인, 법인 멤버십
    *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날 무료관람

    장소이응노미술관 UngnoLee Museum (대전 서구 만년동 396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

    연락처042-611-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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