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진관
찬양 166X132cm, 장지에 채색, 2025
김진관
관계 156.5X127.5cm, 장지에 채색, 2025
김진관
달개비 175X110cm, 장지. 광목에 채색, 2025
빠져드는: 김진관의 근작
장준구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빠져든다.’ 김진관의 작품을 바라보며 반복적으로 되뇌게 되는 말이다. 어떠한 작품이건 그의 작품은 분명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이는 작품의 주제의식, 제재, 표현방식이 효과적으로 선택되고 결합하여 관람자를 몰입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그간 종이 위에 동양화의 채색 안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식물과 과실, 곤충 등을 그려왔다. 일상에서 주의 깊게, 오래 바라보기보다는 의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쉽게 지나치기 쉬운 대상들에 주목해 온 것이다. 들풀, 씨앗, 콩, 자두, 사과, 방울토마토, 벌, 개미, 소금쟁이, 메뚜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김진관이 이처럼 미물微物이라고 할 수 있는 동식물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작품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무한한 애정 때문이었다. 또한 이러한 작은 동식물들이 우주와 인생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작은 열매, 하찮은 풀 한 포기라도 그 외형 이전에 존재하는 생명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씨앗이나 열매 속에서도 생명이 보인다. 식물이 싹트고 자라고 열매 맺고 시드는 모든 과정이 자연의 힘이다”, “옛 주자朱子의 말 속에 쌀 한 톨 속에 벼 전체의 이치가 있다고 하였듯이 작은 것의 진리는 변하지 않은 듯하다”라는 작가의 언급은 이러한 스스로의 생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며 쇠퇴하고 소멸하는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생의 진리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며, 미세한 동식물 역시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그 진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대상이라는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김진관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사유의 산물이다. 미물이되 단순한 미물이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온갖 존재의 원리가 그 안에 투영되어있는 범상치 않은 대상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주자를 언급하고 있듯이 동아시아의 오랜 성리학적 사유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과거 동아시아 회화의 전통에도 식물, 과실, 곤충 등을 주요 제재로 한 초충도가 존재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전칭작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수많은 초충도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에도 수박, 가지, 맨드라미, 여주, 오이, 국화, 나비, 잠자리, 쥐, 개구리 등 갖가지 동식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시대의 초충도는 한결같이 출세出世, 장수長壽, 다남多男, 다복多福의 상징성을 지닌 그림이었다. 본래의 초충도는 길상적 성격이 매우 강한 장르였던 것이다. 작가가 기복적인 과거 초충도의 전통을 지적知的이고 보다 유의미한 방향으로 변모시켰음을 엿볼 수 있다.
김진관의 작품에 있어서의 독특성은 비단 의미나 성격에 그치지 않는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도드라지는 바가 크다. <빛을 품은 사과>를 비롯하여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넓은 여백을 중요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통상 채색화의 경우 수묵화와 달리 여백의 효과를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경 전체를 채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여백을 남기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이는 채색화 자체가 특정 대상을 진한 채색으로 묘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므로 여백 자체가 시각적으로 잘 어우러지지 않는 데에 기인하는 기법적 특징이다. 작가의 작품의 경우 탁 트인 여백을 활용하면서도 그림 속의 대상, 즉 각종 동식물을 한층 돋보이고 주목하게 하며 시각적으로 숨을 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진관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특징으로 채색법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여타 채색화들과 달리 대상을 그릴 때 연한 채색을 여러 차례 쌓아 올려 투명한 듯 맑은 색상으로 대상을 그렸다. 마치 수묵화와도 유사한 느낌을 주는 채색법을 통해 여백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즉 이 때문에 여백을 비워놓을 수도, 여백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수묵화처럼 묘사 자체가 절대로 성기지는 않다. 사과를 그린 연작을 보면 다양한 농도의 붉은 세필을 차분하게 더하고 또 더해서 ‘사과의 초상肖像’이라고 해도 될 법한 질감과 양감을 얻었다. 또한 사과에 비춘 빛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표면의 변화도 세심하게 반영했다. 채색화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수묵화의 조형성을 수렴한 독특한 작풍作風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의 세 번째 특징으로 변화감이 큰 필획筆劃의 적극적 활용을 들 수 있다. <그리움1>이나 <동산1>, <동산2>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힘 있고 활달한 채색의 선묘로 각종 식물의 줄기와 잎을 그렸다. 사실 이러한 표현방식 역시 세필로 특정 대상의 형태를 그리고 그 안을 꼼꼼하게 칠하는 여타 채색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불균일하고 변화감이 큰 선을 중요한 조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서예와 친연성이 큰 수묵화의 보편적 특징에 해당된다. 수묵화의 경우 ‘서화동원書畫同源’, 즉 ‘서예와 회화는 근원이 같으므로 그림을 그릴 때에도 필획이나 장법章法 등 서예의 표현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문인화로 비롯된 지향점을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관이 이러한 수묵화의 ‘서화동원적’ 표현을 채색화에 녹여낸 셈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 속 식물들의 줄기와 잎은 분명 명확한 형상을 지니고 있고, 색상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동세動勢와 전체적인 실루엣은 행초서行草書의 필획을 연상시키기도, 묵죽화墨竹畫의 줄기와 잎의 묘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정치하지만 자연스러움이 부족한 채색화와 편안하지만 섬세함과 시각성이 떨어지는 수묵화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융합하고 절충하고자 한 결과라 생각된다. <개울가>와 <크리스마스>, <마음1> 등 배경을 붉은색 혹은 녹색으로 칠한 뒤 흰색 등 단색으로 대상을 그려낸 근작들의 경우 이러한 방향성을 보다 심화시킨 사례들이다. 이러한 표현방식으로 수많은 식물이 화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자연공간>과 같은 작품은 다양한 ‘필획의 소나타’로까지 보인다.
작가가 근래에 지속하고 있는 목탄 드로잉은 이러한 작업의 방향성을 또 다른 매체를 통해 구현한 것이다. 꽃이나 풀 등을 제재로 다루기도 했지만, 형상이 거의 해체되었다. 힘 있고 빠르면서도 확신에 찬 선묘에 의해 대상의 뉘앙스만이 화면에 보일 뿐이다. 또한 자연물 자체보다 자연의 소리, 자연으로부터 오는 기쁨, 형태가 없는 바람과 노래로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 형상으로부터 벗어난 탓에 제재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선線 연작은 더 나아가 모든 다른 내용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선 자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채색화로 묘사되었던 여러 동식물을 연상시키면서도 최소한의 조형만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움직임으로 화답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목탄으로 담아내면서 참으로 즐거웠다”는 작가의 감흥이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아스라이 느껴진다. 자꾸 바라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빠져드는 이유이다.
전시제목월전미술문화재단 기획초대: 김진관
전시기간2025.05.30(금) - 2025.06.15(일)
참여작가 김진관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한벽원미술관 Hanbyekwon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 (팔판동) )
연락처02-732-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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