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
2025.05.28 ▶ 2025.06.28
2025.05.28 ▶ 2025.06.28
정수영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Crazy busy) 2024, Acrylic on linen, 150x150cm
정수영
아침, 크리스마스이브(Just another Christmas Eve)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크리스마스들(Layered Christmases) 2025, Acrylic on linen, 75x75cm
정수영
나에게(To Myself) 2025,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각자의 생애주기(“Still” Life) 2025,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Happy birthday 2024, 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waiting for Nobody 2024, Acrylic on linen, 180x180cm
정수영
Introvert 2024,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Not for posting 2024, Acrylic on linen, 100x100cm
정수영
Wardrobe Optimist 2025, Acrylic on linen, 100x120cm
정수영
Pantry2 2024,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Pantry6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Pantry10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Pantry12 2025, Acrylic on linen, 120x120cm
정수영
루미큐브(Rummikub) 2025, 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I want to be invited 2025, Acrylic on linen, 50x50cm
정수영
biographical object no. 1318 2025, Acrylic on linen, 30x25cm
정수영
Dough it 2024, Acrylic on linen, 90x85cm
정수영
Full of choice 14(Perfume) 2024, Acrylic on linen, 50x200cm
정수영의 작업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에서 출발한다. 말로 설명되기 어려운 감정이 특정 사물과 만나 불현듯 형태를 갖추는 순간이 작업의 실마리가 된다. 컵에 남은 물 자국, 먹다 남은 음식, 바닥에 놓인 옷가지 등 스쳐 지나갈 법한 장면들이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다. 때로는 타인의 일상에서 발견된 풍경이 개인적 기억의 층위와 포개지며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정수영은 이를 두고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찾기보다는 반복적으로 눈에 밟히는 사물이나 장면을 따라가는 방식에 가깝다. 그렇게 대상을 좇다 보면 ‘왜 이것이 눈에 들어왔을까?’라는 질문이 남고, 그 질문이 그림의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한다.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물들은 그저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시간이 스며 있고, 기억이 층층이 쌓여 있다. 정서적 밀도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 사물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고유한 내력을 지닌 일종의 ‘초상’에 가까워진다. 정수영의 작업에서 사물은 정물화와 초상화의 경계 어디쯤 자리 잡는다. 작가는 특별한 연출 없이 사물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흔적을 존중하며,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추상적 감정이 구체적 사물과 만나는 순간에 주목한다. 감정이 현실을 딛고 형태를 얻는 찰나, 사물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기억과 감정의 초상으로 전환된다. 관객으로 하여금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감정의 잔상을 발견하게 한다.
사실에 가까운 재현을 통해 사물의 형태를 드러내고, 과도한 서술은 지양한다. 비워진 공간과 조형적 긴장을 통해 사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은근히 암시할 뿐이다. 사물은 삶의 작은 장면을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작가는 캔버스 대신 리넨을 화면으로 사용한다. 눈으로도 결이 느껴지는 리넨 천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완전히 비어 있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순적 감각을 담고 있다. 정수영은 이 거칠고 생경한 바탕 위에 사물을 남긴다. 작가는 여기에 ‘비움의 뜻’을 담았다. 화면이 가득 차지 않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빈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를 지속한다. 이러한 태도는 작품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팬트리 시리즈는 개인의 내밀한 시간을 포착함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장면을 통해 보편적 현실의 단면을 비춘다. 팬트리는 주방이나 생활 공간 속에서 음식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보관하는 작은 저장실을 뜻한다. 본래는 주로 빵과 식재료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조미료, 통조림, 주방 기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얽히고설켜 쌓이는 장소로 확장됐다. 무엇이, 어떻게 축적되어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 사람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활의 흔적이 농축된 장소로서, 단순한 수납공간을 넘어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불안을 비추는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팬트리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삶의 방식과 취향, 가치관, 감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축적의 장소다. 은밀하지만 솔직한 사물들로 채워진 이곳은 타인의 삶을 엿보는 듯한 관찰의 시선을 제공한다. 동시에, 개인의 내밀한 세계를 보여주는 창의 역할을 한다. 닫힌 공간 속에 담긴 사물들을 드러냄으로써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팬트리 작업은 기존 ‘biographical object’ 연작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팬트리에 등장하는 일부 오브제는 과거 ‘biographical object’에서 개별 오브제로 기록된 바 있으며, 반대로 팬트리 속 사물이 다시 독립된 오브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두 시리즈는 사물과 감정의 밀도를 따라 유기적으로 순환하고 확장되며, 서로의 맥락을 교차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다. 그동안 'biographical object' 연작에서 인물의 존재는 철저히 배제됐으나, 이번 작업에서는 그 틀을 벗어나 화자와 대상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을 화면 속에 의도적으로 개입시키며, 사물과 맺는 거리를 새롭게 탐색한다. 이때 화자의 위치가 드러나는 순간, 사물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의미의 층위를 가진다. 이로써 작품은 더 이상 중립적인 관찰의 장면에 머무르지 않고, 사물과 시선이 맺는 긴장과 간극을 드러내는 장으로 확장된다.
작품 소개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인 < Introvert >, < Not for posting >, < Pantry7 >은 탐색의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발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 욕실 수전에 비친 반신욕 중인 작가 자신의 모습,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리는 팬트리의 내부 등, 모두 1인칭 화자가 은밀하게 화면 안으로 침투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장면들은 이전 작업에서 철저히 배제되던 주체의 존재를 서서히 불러들이며, 관람자에게 감정적 거리를 한층 더 밀착시키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도의 차원을 넘어, 관계의 심층부로 시선을 밀어 넣는 작업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시선이 닿는 지점에 동참하며 그 거리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대부분 사적인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그 속의 사물들은 관람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마주할 법한 익숙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를 은유적 이미지로 재구성함으로써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덧씌우고 감각적으로 맞닿는 순간을 유도한다. 나아가 사물과의 관계성 역시 새롭게 맺어지며,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갖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정수영이 '비가시적 주체'에서 '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시선'으로 회화적 전환을 이룬 중대한 분기점이다.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탐색하는 지점으로 자리한다.
전시제목정수영: 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
전시기간2025.05.28(수) - 2025.06.28(토)
참여작가 정수영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학고재 Gallery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소격동, 학고재) 학고재 본관, 학고재 오룸)
연락처02-720-1524
1987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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