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Lee Hyo-Youn)

1973년11월16일 서울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빠르게 변하고 바쁘게 잊혀지는 일상 속에서 난 가끔 현기증을 느낀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가득하고 그럴수록 난 더욱 느려지기를 연습한다. 매일매일 접하는 수많은 사건만큼의 이미지들 속에서 가끔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평범하고 조용한 것들일 때가 많은데 이런 이미지들을 만날 때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그동안 나의 작업은 도시풍경 속에서 보여지는 낯설거나,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거나, 상상의 여지가 많은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것들을 작업실로 가져와서 다시 재구성하거나 편집하여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중 주된 테마는 사람, 도시, 여행, 길, 창문, 계단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시선이다. 사실 새롭다는 말보다는 이미 있어 왔던 것을 좀 더 조명해 본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그간 나의 작업이 시작될 수 있었던 지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엔 관심이 가는 것들에 대한 나의 시선이 있어 왔다. 그 시선은 상황이나 풍경속으로 개입되는게 아니라 먼발치에서 무심히 바라보는 듯한 관찰자로서의 시선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러한 나의 시선을 좀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작업을 모색 중이다.

그래서 시작한 작업 중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 연작이 있는데,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는 사람들을 내가 다시 사진에 담고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그들은 시선의 주체이지만 동시에 나의 카메라에 담기는 객체로서 존재한다. 동시에 같은 것을 바라보며 찍는 사람들, 친구나 가족을 찍는 사람들,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람 등 사진이라는 매개자는 시선의 다양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밖에도 낯선 장소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사람들, 상황들, 그것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들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작업실에서 재연출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어느 전시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찍었는데, 그들을 보는 순간 광활한 바다가 떠올랐고, 그래서 찍어온 사람들의 이미지만 사용하고 배경을 바닷가로 바꾸어 표현한 작업이 있다. 이 경우는 시선과 시선에서 비롯된 나의 상상이 결합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밖에도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한가지 소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 보다는 매일매일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이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서 나의 방식으로 재편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는가보다는 어떻게 그리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넓게는 풍경과 사람을 그린다고 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림 안에서 관찰자로서의 나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