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Oh Serah)

1987년01월02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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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몇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대망의 개구리 해부 수업날이었다
호기심많은 열다섯 소녀들앞에, 쓰라리게 시뻘건 뱃속을 열어 내어놓은 개구리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그 작은 심장박동이 신기해서
나는 그저 메스로 심장을 툭툭 건드려볼 생각이었는데
날선 칼날에, 놈의 심장은 그만 순식간에 김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사라져버리고말았다

그것이 죽음임을 알았다
아마 그게 내가 가장 처음 접했던 죽음의 모습일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맞던 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햇살도 바람도 너무 좋던 날
봄날의 석양을 등에 업고 집에 돌아온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비가온다거나 그날따라 기분이 우울하거나 하지도 않고
내 환한 템포가 죄스러울 만큼
너무 예쁘기만 한 날이었다

그때 그 불쌍한개구리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까
그날따라 이슬이내려 풀잎이 촉촉해 기분이좋았다거나
올챙이들이 드디어 뒷다리가 나왔다거나 하는
기분좋은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란 대체로 부정적 의미를 띄고 있다
현대에 와서 과학이나 의학등의 논리에 밀려, 죽음이란 단순한 물질적 종식만을 의미하기 때문일것이다.
사후세계랄지 육체와 영이 따로 존재한달지 하는 이야기들은 믿거나말거나 형태로 구전되긴 할테지만
전생이나 후생따위를 믿는다거나 하는 죽음에 대한 비과학적인 접근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 죽음에 임박한 인간의 인간적 드라마는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데,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모습과 죽음이라는 과정에 대한 숭고함과 삶과 죽음에 대한 집착의 덧없음을 작업속에 담고자 한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슨의미일까
나의 육체를 관찰해보자
이 고깃덩어리인 육체는 점점 산화되겠지
사라지고 사라져서
결국 이세계에 떠도는
작고 작은 입자가 되어
글쎄 또 다른입자를 만나 고양이가 되어있을지도 흙덩어리랄지 혹은 철수세미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있고 죽음을 향해 가는 여행을 하고있지만
사실 이 우주속에서 나는 둥둥 떠다니는 작은 입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생에 대해, 혹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나는 초연한 자세로 맞서고 싶다

우리 모두 후회없는 삶을 일구고 육신이 재가 되어 작아지는날
짧은 여행이지만 행복했노라고
환하게 웃으며 찬란한 마지막을 맞을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