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연(Lim Ju-Youn)

1981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나의 작업은 모호함을 인지하는 경계를 표현한다. 그 중에서도 옷을 벗는 순간에 관한 기록이다. 탈의의 과정을 카메라로 포착하여, 확대된 크기로 캔버스에 구축한다. 장면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미리 구도를 고려하지 않고 기록하여 이미지는 흐릿하게 담긴다. 그럼으로 인해 응시의 주체와 객체가 동일하면서 대립하는 불확실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 모호한 불확정성이 어쩌면 실존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작업을 위해 모은 사진 속 대상은 모두 본인이다. 나는 사적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탈의 장면을 셀프타이머를 이용해 연속으로 촬영한다. 카메라의 혹은 그 누군가의 시선을 제거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극적으로 연출된 순간이 아닌, 의식이 차단된 제작 과정에 의해 신체는 잘려나가고, 피사체는 흔들린다. 회화로 표현하는데 있어 흐릿함은 화면 안에서 중요한 미적 장치로 자리 잡으며 시간성과 유동적 해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피부에 닿는 옷의 느낌과 표면을 스치는 붓질이 불러일으키는 촉각적 경험을 통해, 옷이라는 소재와 회화적인 실체를 유착시키는 방식이 작업의 지속적인 재현과정이라 할 수 있다. 붓질과 시간을 쌓아 올리면서 우연성과 몸이 개입되며 물감이 쌓여간다. 그려진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이 한 화면에 공존하게 된다. 탈의와 착의 사이에는 주체의 필연적 사라짐이라는 긴장감이 수반된다. 내 작업은 있음과 없음,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 사이의 긴장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