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Lee Eun-Kyoung)

1964년12월09일 여수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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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소금구슬
우는 아이가 거울을 보고 자기 우는 모습에 더 슬퍼 울어버리는 그 시절처럼 꿈, 달, 바다, 풀, 물, 꽃, 인물. 나의 내면의 꿈틀거림이 시작된다. 살아가는 일상은 자연과 함께 線이 되어가고 꿈이 되어 하나 됨을 느끼며 표출하고자 한다. <소금구슬>은 1990년대의 나의 그림일기中 그림의 제목에 대한 작은 기억에서의 발단이며 생각들의 연장선에 있다. 끊임없는 과거의 시간여행에서 표류하던 단편적인 생각의 이어짐이 매듭 진 부분을 서서히 풀어가고 있는 듯하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시간들이 ‘툭! 툭!’ 터져 나오듯 힘껏 억눌려있던 감성들이 빠끔거리며 나의 모습을 봐달라고 움찔거린다. 그러한 것에 대한 참을 수 없음이 조금씩 표출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버려질 수 없는 나의 기록들에 점을 찍듯 하나 둘씩 단순함과 선의 함축성에 묻어 나오길 무심한 듯 원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린다는 것은 억누른 감성의 껍데기인 옷을 조심스럽게 벗고서 지금의 나와 대화하는 공간의 시작이 되어 붓질과 함께 나아간다는 무엇이 되어가는 것. 조금은 어눌하고 반쯤은 표현되고 또는 표현하지 않음으로 가만히 조용한 타이름처럼 그림 안 붓들의 선들이 속삭이기를 바란다. 심장으로 듣는 음악에서의 파장처럼 울림을 주는 음유시인의 읊조리던 노래와 정악, 정가의 음악처럼 樂律服膺의 의미를 통해 마음을 내려놓은 소리에 귀 기울여 붓을 대하려고 한다.

보이는 나의 그림의 형상은 단순하지만 그 생각 작업에 대한 발상은 작업했던 종이더미 안에서 재해석되고 다시 만나기도 한다. 지난 붓질에서 다시 나오는 것도 있고, 그때의 느낌이 아니면 그냥 버려지다가 어느 날 내게 다가오는 것을 무심하게 그려져야 했고 다시 바라보는 희미함으로 만나기도 해야 했었다. 나의 가슴 밑바닥 아프던 통증의 기억, 감성과 함께 병들어 수술대에 누웠던 일, 그러함이 감성에 메마른 영향을 줄까 봐서 스스로 우매함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려보는 것. 친하게 또는 느낌 편하게 붓이 자연스럽게 종이와 만나서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그런 생각으로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날은 걸레를 든 손. 걸레질을 하며 붓질을 생각한다. 방향 곳곳 걸레질은 내 스스로 붓이 된다. 보이는 주변의 일상들이 선이 되어 다가온다. <소금구슬>은 눈물과 고향 여수바다를 함축한다. 어머니께서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내 눈물 진주방울 알알이 바다를 이룬다.” 의 詩적인 말씀이 나에게 소금구슬의 연결통로가 되었을 것이다. 재해석으로 다시금 나타난 그림형상은 느낌을 중시한 형상의 표출이고자 하면서 또, 스러지고 다시금 생명을 꽃 피우는 것이며 나에게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들은 어느 사이 생각을 버리고 내려놓는다는 것. 그러한 생각과 마음을 통해 미소 짓는 웃음을 <소금구슬>과 함께 조금은 마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