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혜(Kim Shin-Hye)

1977년08월12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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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내가 작업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실제의 자연이 아닌 "전환된 자연", "소비사회에 길들여지는 사람", 그리고 세계 시장경제 속에서 접하게 되는 "외국상표"에 대한 것이다.

먼저, 내 작업은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꽃이나 식물, 자연풍경 등을 실제로 경험하기보다는 도시에서 팔리는 상품을 통하여 접하게 된다. 어느 오후 카페에 앉아 마시던 'Arizona green tea'-붉은 매화꽃이 디자인되어 있는- 을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실제로 붉은 매화꽃을 본 적이 있었나?" 답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조금 후에 도착한 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이미지가 아주 익숙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 후로 비슷한 질문이 뒤따랐다. "흰색 아네모네 꽃을 본 적이 있었던가?" 대답은 "실제로는 아니지만, 쿠션커버나 샴페인 병에 그려진 것은 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나는 자연을 경험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매일매일의 도시생활 속에서 사고, 팔리는 다양한 상품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상품화라는 경로를 통하여 한 번 전환된 자연인 것이다. 특히 물이나 음료수의 포장에 관심이 있는데, 이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쁜 이름과 디자인으로 포장되어 상품으로 팔리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Arizona green tea'를 사면서 매화를, 'Perrier jouet' 샴페인 병에서 아네모네를 본다. 'Cloudy bay' 와인 병에서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산을, 'Fiji water'에서 꽃과 폭포가 있는 풍경을 본다. 이런 나는 도시의 소비문화에 너무나 잘 길들여진 존재인 것이다. 관폭도' 에서 폭포를 보고 있는 사람이나, 몇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애완동물은 다름 아닌 바로 나의 모습이다.

또, 외국상표에 대한 언급도 하고자 하였다. 서울은 자본주의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국제적인 시장이다. 'Evian' 같은 수입생수는 언제라도 살 수 있고, 심지어 대학교 학생회관에 'Vitamine water'를 파는 자판기가 있을 정도이다. 이들은 서울에서의 나의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의 전통재료와 기법을 가지고 작업하였다. 산수화의 구도나 필선, 상품 이미지에 사용한 채색기법이나 동물 표현에 있어서의 붓 터치, 그리고 여백이 그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