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Kim Ju-Hee)

1984년01월18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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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변하지 않는 것들은 아름답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변화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것들이다. 어둠속에서 그들의 움직임은 그것이 살아있는 유기적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더욱 강렬하게 내게 다가온다. 움직이며, 흔들리고, 변하며, 반복한다. 그것들이 내 그림의 주제가 된다. 나의 작업은 사물의 다중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는 다중적인 세상의 모습을 복합적인 시각언어로 구사함으로써 색이나 형상의 혼란스러움을 극대화 한다.
밤거리를 다니다 보면 형용색색의 간판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더 중요한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개성이 지나쳐 이제는 어느 누구의 개성도 눈여겨 볼 수 없다. 가지각색의 걸그룹이 나오는 시대 하지만 어느 게 주인공인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평면 위에 해체되듯 묘사된 대상은 정면과 측면 그 어느 모습도 가늠할 수 없는 동시에 모든 면을 재현하기도 한다. 겹쳐진 형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 시선은 자연스레 각각의 이미지를 찾아가지만 길을 잃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뚜렷한 대상, 응시를 찾으려 한다면 더욱 혼란에 빠지고 만다.
모든 것들은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다양한 사물의 모습들을 레이어의 중첩을 통해 한 장의 그림으로 겹쳐보이게 표현하여 추상도 구상도 아닌 그 중간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수많은 선과 형의 반복으로 인해 그림이 겹쳐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그림은 가시적 모습보다는 그 대상의 형상을 벗어난 강력한 충동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색과 선이 이미 대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반대로 대상이 색과 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붓 터치는 사물보다 더 적극적으로 물감의 표면을 이겨가며 그려내어 더욱 회화적인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검정색 바탕에서 효과를 높여주고 있다. 검은색은 외적으로는 가장 음향이 없는 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색과 비교하면 어떠한 다른 색깔도 말하자면 가장 약한 음향을 가진 색깔이라도 더 강하고 더 명확한 음향으로 울리는 것이다. 그러한 배경공간과 다른 공간이 엉켜져 윤곽선들이 겹치거나 갇혀있고 흐르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을 준다.

오늘날 사람들은 예술에 있어서 장르에 대한 구분이 와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와해는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시대상을 나는 내 그림 속에 담았다.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 함께하는 새로운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모든 기록이며, 동시에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