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구(Yi Soongu )

1960년03월01일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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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2015년 제18회 개인전에

이젠 웃음꽃에도 군락이 생겼으면 한다. 싸늘한 이념과 갈등이 뒤엉킨 토질임에도 계절마다 잊지 않고 찾아드는 초연한 생명력을 가진 꽃의 군락, 나는 그 웃음꽃의 군락을 그린다.

내가 그리는 <웃는얼굴>들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계보적인 이분법으로 보는 미술사에는 끼워주기 어려운 코드일 것이다. 이미 대중코드로 너무 쉽게 파고들어 읽히고 이해된다는 경계에 서있기 때문이다. 경계는 끝도 아니며 회색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 곳은 유동적 의미의 전초적인 기지이다. <웃는얼굴>은 이곳도 저곳도 아닌 바로 그 지점에 있으며, 이 현상에 대해 포스트모던한 리좀(rhizome)살이 정도로 인식했으면 한다.

웃음은 인생살이법의 원초적임이다. 나는 그것을 취했다. 그것은 생명의 기본을 잃지 않으려는 본능의 기능을 표출하는 것이다. 자칫 웃음이 일방적인 집단주의의 아부적인 쓰임이나 신종 상술교육에 이용되는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시원적 기능을 잃지 않게 하는 소중한 출발점이라 믿는다.

이제 <웃음꽃>은 기호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고답적인 ‘사물’들이나 ‘생각’의 감정들이 하나 둘 묻어나는 것을 옮기고 있다. 그 결과가 조금씩 삶에서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피어나는 꽃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백치미(白痴美) 또는 순박함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노트 201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