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Gim Hana)

1986 출생

서울에서 활동

작가 프로필 이미지

소개말

나는 작가로서 끊임없이 무너지며 동시에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형상화 한다. 스스로를 존재시켜나간다는 것은, 붕괴와 변화의 연속성 속으로 편입되는 것 이다. 마치 빙하가 끝이 없는 변화와 저항 속에서 녹아버리거나 계속 삶을 유지하듯, 변화와 흐름이라는 요소는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빙하와 인간을 한 수평선에 대치시킨다.
빙하는 고정적인 단단한 형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끊임없이 뒤섞이고 흐르는 유동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빙하는 붕괴하고 변화한다는 그 존재방식 자체로 인간의 메타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작업하는 빙하는 빙하의 형태에 대한 탐미적인 방식이 아닌 빙하의 존재방식에 대한 존재론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특정인에게서 우연한 마주침을 느끼듯, 실제로 나의 관심을 끄는 빙하의 사진과 영상 이미지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그 후 계속적으로 다른 빙하의 이미지들을 접하며, 나는 캔버스 위에 예측 불가능한 비연속적 변화들을 도입시킨다. 결과적으로 시발점이 된 일련의 빙하들은 과정 속에서 붕괴되는 동시에 건설되어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지닌 빙하가 된다.
이러한 작업이 이어질수록 나의 관심은 회화 자체로 옮겨갔다. 회화란 매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감의 물성을 잘 이용한다면, 작가 스스로가 인위적인 즉 의도적인 변화를 도입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곳에서 회화의 자연스러움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빙하라는 매체는 조금씩 사라지고, 다시 우연적인 붕괴와 변화라는 본질로 회귀한다.
결국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는 본래의 의도란 없던 것이 되며, 작업의 결과물이 사실상 나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타자, 그리고 주체로서의 역할을 실행한다. 시각적 단조로움 대신에 다채로운 빛들, 실제적인 단단함 대신에 결의 무한한 변형들. 결론적으로 단단한 외피로부터 발가벗겨진 한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