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말
작품 속에 내재 된 개념을 중요시하며 예술적 진정성에 중점을 둔 작가이다. 1970년대 군부독재시절 언론보도에 대한 분노로 시작 된 이 작업은 신문이라는 상징적 재료를 이용, 연필 등으로 지우고 비워나가는 행위 자체를 주목해야하는 작품이다. 그는 무엇을 지우고 있는가? 신문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그것은 사회 부조리를 포함한 인간사회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을 것이고 작가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신문 자체를 지우겠다는 의지로 연필과 볼펜, 흑연을 이용해 지우고 또 지웠다. 작가는 그 과정 중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 볼펜을 긋는 소리,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들을 들으며 작가 개인의 삶에서 느꼈던 고통과 분노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게 된다. 이제 노령이 된 작가는 이런 행위 자체가 스스로를 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생각을 비우고 스스로를 비워나가는 행위, 그것은 당시 물감으로 칠해야한다는 회화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였으며 현대미술의 전위성을 대변했던 행위였다. 집요한 집중력과 수행의 인내가 필요한 이 작업은 신문이라는 종이의 물성을 흑연을 이용해 탄성의 물성으로 변화시킨다. 작가는 이제 과거의 목적의식에서 벗어나 도구와 물성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