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준(Lee Sejun)

1984 평택 출생

서울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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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기형적인 규칙들을 만들어 세계를 온전하게 그려내기

1. 나는 내가 속한 이 세계에 대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를 언제나 갈망해왔다. 우주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경이로운 곳은 또 왜 어떠한 이유로 존재하는지! 이런 것들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는 겪어온 경험들을 토대로 의미를 반추해 보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세상을 더욱 넓게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의미 있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마치 저장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강박적으로 지식을 모아 나갔다. 하지만 무엇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는 믿음은 언제나 배반당하고 세상은 도무지 하나의 정의로 관통되지 않는다. 과연 이런 세계를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2. 단순화하자면 내 작업은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며, 그 과정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구성된 방식을 해석해서 작업의 구조를 세우는데, 세계의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실로 강박적이고 불가능한 목표를 쫓으면서 나는 몇 가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존재하는 수많은, 실은 무한한 요소 중에서 그림에 들어갈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라든지, 그것들을 화면에 배치하고 구성하는 기준, 색의 선택, 어떤 기법으로 그릴지 같은 문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업에 적용되는 규칙들을 여러 분야에서 가져오거나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서 작업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규칙들이 작용되는 과정에서 결국 감각적이거나 우연적 요소들이 개입되며, 결국 작업은 설명 가능한 영역에서 설명 될 수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다.

3. 앞서 말한 형식적인 제약들은 내가 이해한 세계의 모습들(주관적 세계관)을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수많은 기존의 이론들 중에서 내 작업에 적합한 논리들을 부분적으로 가져와서 적용시키고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업 구조는 다양한 논리들이 조합되고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각자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는 모습이었고, 부분들의 합으로 존재하는 구조는 결국 필연적으로 비논리와 모순들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나는 이러한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구조에서야 비로소 내가 인식한 세계의 구조와 맞닿은 지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4. 무한대로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해서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 스스로 생겨나는 네러티브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업을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논리-혹은 만들어진 논리 위에서 진행되는 작업의 경우처럼(관계의 역전) 작업 전개과정에 공상허언증적인 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경우 관람자들이 그림을 자신의 경험에 대입해서 읽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고 구성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작업을 진행하고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야기와, 관람자가 작업을 보면서 스스로 만드는 이야기가 대입되고 상호작용하는 구조의 작업을 진행하려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