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Lee Seulgi)

1972 출생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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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말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이슬기는 일상적인 사물과 언어, 자연의 근원적 형태에 대한 관심을 조형성이 강조된 조각이나 설치로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는 특히 전통과 민속에서 소재를 얻어 공예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데, 경상남도 통영의 누비 이불 장인, 멕시코 오아하카주 산타마리아 익스카틀란의 전통 바구니 조합 장인들과의 협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20>에서 발표하는 <동동다리거리>는 한국의 전통 문살과 민요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설치 작품이다. 과거의 전통 가옥에서 달은 창호지를 바른 문살을 통과하여 방안에 마술적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달의 회전과 민요의 장단이 문살의 구조에 반영된 커다란 문을 구상했으며, 이는 단청 장인들이 전통 기법을 사용하여 전시실 벽에 커다란 문을 그리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여기에 전시장 곳곳에서 잠깐씩 흘러나오는 한국의 ‘다리세기’민요와 관객들이 편하게 직접 즐겨볼 수 있는 프랑스의 전통 놀이 ‘바가텔’ 등의 유희적인 요소들이 곁들여졌다.

한편, 전시장 한쪽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각자가 사는 곳에서 격리되어 만나지 못하게 된 작가의 지인들이 보내온, 세계 각지의 강물이 담긴 유리 용기들이 걸려 있다. 건축가, 전통 문살 연구가, 유리 가공업자 등 여러 사람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인간이 만들어 낸 물건들의 원초적이면서도 유희적인 형태, 그리고 그것을 드러나는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관계에 대한 작가의 오랜 성찰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