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얼굴

2010.08.11 ▶ 2010.08.17

갤러리이즈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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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08-11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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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홍

    Portrait oil on canvas, 116.7 x 72.7 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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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홍

    Portrait oil on canvas, 116.7 x 72.7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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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홍

    Portrait oil on canvas, 6.7 x 91.0 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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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홍

    Portrait oil on canvas, 194.0 x 112.0 cm, 2010

  • Press Release

    나에게 그림이란 파괴의 총체이다 - 파블로 피카소
    박진홍은 오랫동안 얼굴만을 그리고 있다.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익명의 얼굴이기도 하다. 결국 그것은 자기 내면으로부터 끄집어 낸 얼굴이다. 따라서 누구와 닮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연상시키는 흔적만을 만날 뿐이다. 그 흔적은 언어와 문자가 멈춘 자리에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전율, 정신적 충격, 심리적 파장 같은 것을 안기는 질료와 신체적 행위로 짓이겨진, 깊고 어둡고 끈적거리는 상처다. 그 그림을 그리는 동안 부침했었을 작가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는 결국 자기 감정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내면이란 결국 감정이고 막연한 기억일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드는 형상과 색채, 질감으로 이루어진 어떤 얼굴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어떤 얼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그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즉흥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물감이 발라지고 칠해지고 긁어나가다 생긴 흔적이 기원이 되고 단서가 되어 그로부터 다시 어떤 흔적들이 첨가되고 모종의 얼굴이 어렴픗하게 떠오른다. 그것은 자기 정신으로 현현되는 관념적인 상이자 상태일 것이다. 사실 모든 화가는 자신만의 에고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도 그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양식 말이다.

    박진홍은 매번 스스로 설정한 그 세계에 육박하고자 화폭 앞에서 진저리를 친다. 자신을 자학한다. 그러나 그림은 그런 의지와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한다. 다시 도전이 시작되고 얼추 그 지점까지 밀고 올라갔다고 여겨지는 지점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림은 완성이라는 종결점이 없다. 하긴 모든 그림은 늘 미완성이다. 또한 자신의 마음과 감정이란 것 역시 고정되거나 완결될 수 없기에 그렇다. 작가의 내면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면서 유동적이고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기억 역시 부침의 과정을 거치며 윤색되고 삭제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얼굴’을 한시도 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얼굴을 그린다. 캔버스에 유화물감과 붓질만으로 그리고 지우고 덮고 긁어내고 다시 그리고 칠한다. 그런 그림 몇 점이 작업실 벽에 걸려있거나 기대어 서있다. 그 얼굴들은 알아보기 힘들다. 그려진 것인지 망쳐서 지운 것인지 가늠이 안된다. 얼핏 봐서는 그림을 부숴버린다. 파괴하고 있다.

    이것은 얼굴을 그린 것인가, 아니면 지운 것인가,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면서 동시에 지워나간 듯하다.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해서 남은 상처 같은 흔적들만이 엉켜있다. 어떤 얼굴을 ‘재현’하려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머뭇거리다 짐짓 망친 듯 하다. 아니 망친 그림일 수밖에 없다. ‘얼굴’을 온전히 재현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단지 눈에 들어와 박힌 누군가의 얼굴, 거울에 비친 얼굴의 외형을 따라 그리면 그것이 과연 얼굴일까? 솔직히 말해 내가 보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 그/그녀일까? 인간의 얼굴은 난해하다. 그것은 단일한 얼굴이 아니다. 복수의 얼굴이고 가변적이며 지워져만 가는 희박한 얼굴이다. 도저히 그릴 수 없는 상이다. 얼굴을 단 인간이 살아온 생의 내력과 기질과 감정, 취향과 욕망 등으로 절여진 너무 깊은 구멍을 덮고 있는 얇디 얇은 표면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그리고자 한다. 이 난제 속에서 그는 오늘도 작업실 공간을 배회한다. 화폭 앞에 앉는다. 그리고 붓질과 나이프로 화면을 공격한다. 자해한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 혹은 누군가의 얼굴, 기억 속의 얼굴을 그리려고 하다가 끝내 못 그린 것인가? 선명한 얼굴을 그리려다가 해체되고 망실된 얼굴만이 남았다. 얼굴을 그리려고 했다가 그리지 못하고 결국 그림 그리는 과정만이 선연하게 남아 떠돈다. 붓질만이, 다소 격한 신체의 움직임만이, 자신의 얼굴을 그리려했던 순간의 마음과 호흡만이 비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떠돈다. 사실 나로서는 그의 얼굴 표상보다도 두툼한 회화적 맛이 주목된다. 지난한 시간의 경과와 노동의 자취 아래 물감의 층들이 축적되고 밀어 올라오면서 이루는 맛, 감각적인 붓질의 난무, 현란한 색채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회화성말이다. 그것은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온 데서 연유 하는 힘이다. 물감이 지닌 질료성을 매력적으로 풀어놓고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무한한 몸짓을 각인시키고 있다. 근작은 좀 더 자유롭게, 마음가는대로 질서 없이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욱하다. 그래서인지 형태는 더 부숴지고 나이프 자국은 격하다. 결국 얼굴이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를 최소한의 매개로 삼고 그림을 이루는, 회화를 가능하게 하는 그 표면에 대한 추구가 본질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표면이 회화성으로 충만한 표면, 피부이기 위해서라도 그에게는 얼굴이란 대상은 불가피하게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전과 달리 손이 조금씩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손은 개인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언어화의 영역이자 무의식적으로 내면을 발설하는 기관이다. 얼굴과 함께 그 손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결같이 그림 그리고 있는 순간의 행위가 강조되어 나오는 이 그림은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지속되는 긴장감과 어떤 깊음을 갈망하는 갈증, 인간의 얼굴이 지닌 불가지의 영역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중첩된 고뇌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그가 그린 얼굴, 머리는 한 개인의 무의식적인 욕망, 어둡고 눅눅한 침묵, 도저히 알 수 없는 사연과 내력, 상처와 아픔, 어떤 트라우마와 연관된다. 알다시피 트라우마란 그 이유를 알 수도, 치유할 수 도 없는 일종의 존재론적 상처를 지칭한다. 그의 얼굴그림은 트라우마를 지닌 얼굴, 머리와 대면시키는 일이다. 아울러 온전하고 통일성이 있고 조화로운 얼굴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지시적이며 명확한 형태 속에 자리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것은 누군가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모호하고 낯선 사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사물, 이른바 우연히 맞닥뜨리는 기호에 해당한다. 기호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가 시작되도록 정신을 자극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기호를 ‘우연히’ 나타나 자기 안에 들어 있는 바를 해석하기를 ‘강요’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박진홍이 그린 얼굴은 보는 이들에게 그 얼굴의 이면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누군가의 얼굴 속에 깃든 상처를 암시한다. 그곳을 보게 한다. 그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것은 긍정과 부정의 반복이기도 하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것은 그릴 수 있는 대상이면서도 도저히 그릴 수 없는 내막이다. 따라서 이 자화상은 모호하게 얼굴을 지시하고 알려주는 동시에 그것을 의도적으로 뭉갠다. 은폐한다. 긍정과 부정, 표현과 표현불가능 그 사이에서 격렬하게 떨어대는 알 수 없는 얼굴, 머리, 그것이 바로 작가가 그린 얼굴이다. 우리 모두의 얼굴이다.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전시제목기억 속의 얼굴

    전시기간2010.08.11(수) - 2010.08.17(화)

    참여작가 박진홍

    초대일시2010-08-11 18pm

    관람시간10:00am~19: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이즈 gallery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

    연락처02-736-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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