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피중류: 오래된 공명

2024.09.06 ▶ 2024.10.05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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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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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해숙

    용의 길, 고망난 돌 잉크젯 프린트_140×420cm_2024 (사진제공_용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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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가빈

    김세종제 조상현바디 「춘향가」 완창, 전주세계소리축제 2024년 8월 17일_2024 (사진제공_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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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진

    경계선상의 아리아 - 콜로이드 B-Y-M 단채널 영상, 4채널 사운드_가변설치_2024 (사진제공_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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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미 클레멘세비츠

    동서학 사진, 액자, 스피커, 앰프, 사운드 루프_가변설치_2018/2024 (사진제공_Rémi Klemensiewicz/분홍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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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르겐 슈탁

    침식 - DMZ 모래에 UV 프린트, 베이스 스피커, 사운드 루프_ 46×66cm, 60×60×44cm_2019/2024 (사진제공_Juergen Staack)

  • Press Release

    과거는 침묵의 공간이다. 그러나 오늘의 망망한 소리 창해 속에서, 탕탕한 성음 물결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기술적으로 기록된 옛 시대의 속삭임을 들 수 있다. 불협화음이더라도 귀를 기울인다면 작은 소리의 오래된 공명(共鳴)도 가능하다.
    기획전 『범피중류: 오래된 공명』은 분홍공장의 이전 참여작가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한국 작가의 초-문화적 맥락 속에서 지역성을 중심으로 탐구해온 아젠다를 넓힌 분홍공장의 첫 서울 전시로, 다양한 소리로 한국 근현대사에 접근한다. 설치, 조각, 사진 외에도 음악, 연극, 판소리와 같은 공연 예술도 함께 선보인다. 한 달 동안 예술가들의 만남은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개인과 집단의 무의식 깊숙한 곳까지 닿는 소리의 폴리포니polyphony로 교차된다.
    제목은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에서 영감을 얻었다. 「범피중류」는 눈먼 아버지를 위해 팔린 심청이가 바다로 떠나는 장면이다. 이 대목은 줄거리보다 심청이 방향을 잃고 배를 타고 명소를 지나 미지로 향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하자면 파도와 파도 사이, 여기저기도 아닌 곳betwixt and between에 있는 심청의 불확실한 위치를 표현하는 소리는 사운드의 "문턱"같은 경계적 특성을 상기시킨다. 경청은 우리를 다른 시간과 장소로 이동시키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변화된다. 전시된 작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음(音)의 문지방을 넘나드는 길을 제공한다.

    용해숙 작가의 신작인 파노라마 사진 「용의 길, 고망난 돌」이 전시를 여는 작업이다. 홍콩에서 마라톤 훈련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 옛 제주 해녀를 연상하게 한 흑백의 운동복을 맞춰 입은 젊은 선수들이 바닷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그들은 무엇을 듣고 있을까? 두 번째 파노라마 사진 「동백향」은 돌담부터 물고기, 감귤까지 제주도의 상징을 냉전 역사와 대비하고 국가 폭력과 수만 명의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에 담은 퍼포먼스에서 직접 출연한 작가의 소리 없는 외침이 증폭되어 관객을 향해 던져진다. 작가는 말할 수 없는 트라우마의 흔적, 제주도라는 섬을 뒤덮은 침묵의 큰 소리에 더 가까이 귀 기울여 보자고 외치는 것 아닌가.

    박가빈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 「범피중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목소리를 선보인다. 작가는 대대로 스승을 통해 전승받은 동명의 대목을 재해석하면서 돗자리와 병풍이라는 전통의 공간적 한계를 뒤로하고 새로운 무대로 접근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작가의 목소리가 건물에 울려 퍼지고, 아래에서 펼쳐지는 사운드에 라이브 대위법을 제공한다. 창(唱)의 행위와 목소리의 물질성에 뿌리를 둔 전통의 동시대성은 잘 알려진 이야기를 넘어 실시간으로 집단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힘을 갖고 있다.

    임형진 작가의 「경계선상의 아리아 - 콜로이드 B-Y-M」은 20세기 세 명의 예술가를 그들의 글과 노래로 기억하는 작품이다. 한국계 독일 작곡가 윤이상(Isang Yun, 1917-1995)과 독일 극작가 겸 연출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 (1929-1995)가 이 멀티채널 작품에서 청각적으로 만난다. 고체도 액체도 아닌 "콜로이드(colloid)" 같은 이들의 목소리는 추방되거나 떠돌아다니는 주변부의 사회적 위치를 닮았다. 다큐멘터리 영상은 세 역사적 인물이 지나가고 거주하던 남-북한과 서-동독 사이의 정치적 경계를 거닐며 밀도 높은 사운드 콜라주에 개인사로 추가된다.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동서학」은 보다 집단적인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시청각화 한다. 스피커에서 동학과 계몽 운동 등 외국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반응을 중심으로 대중적 민족주의의 최소공통분모인 혁명가와 TV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을 잡음을 리믹스한다. 동시에 관람객들은 벽에 걸린 수많은 외래어를 살펴보고 따라 읽어보도록 초대받는다. 이 단어들은 한글간판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며 모두 아는 용어는 대부분이다. 현대 한국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형성해 온 타자성의 내재화와 음의 분리를 암시하는 작업으로 이 단어들, 이 역사는 누구의 것인가? 물어본다.

    유르겐 슈탁의 설치 작품 「침식 – DMZ」는 전시공간의 다양한 소리를 한데 모아 놓은 작업이다. 심장의 박동 소리는 살아있는 베이스 라인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모래 위에 프린트된 풍경 사진을 한 박자씩 분리하여 흔들린다. 사진에 포착된 남북한의 비무장지대(DMZ)는 기억 속에 영원히 정지 상태로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래 알갱이들이 뒤엉키고 사진도 희미해진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이념적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선명한 풍경은 결국 흩어진 모래만 남는다. 소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몸에 들어와 내면을 울리고, 무의식의 기억을 자극하며 물리적으로, 또는 기호로서 다양한 형식으로 우리를 움직이고 감동시킨다. 이 기획전은 소리와 침묵, 노래와 소음 등 중첩된 사운드스케이프 탐구에 관객을 초대한다. 모두에게 과거로부터 다가오지만 현재에만 존재하는 음파에 귀를 기울이고 사이사이에 울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박가빈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 외에 전시기간 동안 해미 클레멘세비츠 + 박가빈(고수 신동선)의 실험음악 연주회와 임형진 +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연극공연이 진행된다. ■ 이안 코이츤베악


    The past is a silent place. When facing the boundless ocean of sound that surrounds us today, amidst the tumbling waves of voices, some whispers from bygone eras can be heard, though, passed down orally or technically recorded. Despite much dissonance, when listening closely we may even grasp small sounds that resonate in untimely ways.
    "Untimely Resonance – Betwixt & Between Waves" approaches Korean history through a variety of voices. The group exhibition juxtaposes five sound-related positions by artists from Germany, France, and Korea with diverse backgrounds, including former resident artists of Pink Factory, expanding the regional culture space's agenda in its first exhibition in Seoul. Besides installation, sculpture, and photography, the exhibition also features performing arts like music, theatre, and pansori singing-storytelling. Throughout one month, the artists' encounter merges into a polyphony of sounds that reaches deep into modern Korean history as well as our individual and collective unconsciousness.

    The title is inspired by a short episode from the classical pansori piece Simcheong-ga. In "Beom-pi-jung-nyu" (literally "wide-there-between-flow"), the heroine Simcheong is shipped away to be sacrificed to the sea god. Without much furthering the plot, the episode elaborates metaphorically on Simcheong's loss of direction, on a boat trip past legendary sites heading into unknown depths. She is "betwixt and between waves", so to speak, reminding us of the liminal qualities of sound. Listening can transfer us to different times and places and transforms us on the way. The art works on show offer various entryways across sonic thresholds.

    Yong Hae Sook's newly created panorama photo "Way of the Dragon, Hole in the Stone" opens the exhibition. A group of uniformly dressed young athletes from Hong Kong, visiting Jeju Island for a marathon training session, listen to the sound of the sea – what do they hear? A second photo, "Scent of Camellia", dwells more deeply in the Cold War history of Jeju Island, contrasting local imagery – from the stone walls to fish and tangerines – with memories of state-sanctioned violence and its ten thousands of victims. The artist's silent shout is amplified and thrown towards the viewers. Traces of unspeakable trauma, or the sound of blaring silence that haunts the island.

    Bak Gabin's opening performance "Beompijungnyu" showcases a voice in constant change. For her interpretation of the eponymous pansori episode, handed down to her through generations of teachers, she leaves the spatial limitations of tradition, the straw mat and the folding screen, behind. Descending the staircase, her voice echoes through the building, providing a live counterpoint to the sounds below. The contemporaneity of tradition, rooted in the act of singing and the materiality of the voice, transcends the well-known story and may even evoke a collective response in real time.

    Hyoungjin Im's "Arias of the Borderline – Colloid B-Y-M" commemorates three 20th-century artists through their writings and songs. Korean-German composer Isang Yun (1917–1995), as well as German playwright-directors Bertolt Brecht (1898–1956) and Heiner Müller (1929–1995), meet acoustically in this multi-channel work. Their "colloidal" voices, neither solid nor liquid, resemble their social position on the margins, exiled and displaced. A documentary video adds a layer of personal history to the dense sound-collage, as the artist strolls the political borderland the three historical characters inhabited,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as well as East and West Germany.

    Rémi Klemensiewicz's "Weastern Science" deals with ideological borders on a more collective level. We hear a noisy remix of memorial songs and TV documentaries, the lowest common denominator of popular nationalism. To the fading sounds of history, particularly diverging reactions to foreign influence, such as the "Donghak" and "Enlightenment" movements, spectators are invited to explore – and verbalize – the countless foreign loanwords that cover the wall. Mostly familiar terms, all written in the Korean script han-geul, imply domestication of otherness but also sonic separation. As these phenomena continue to shape the contemporary Korean soundscape, the work throws up the question to whom these words, these histories really belong.

    Juergen Staack's installation "Erosion – DMZ" holds the various surrounding sounds together. But the steady beat of a heart not only provides a living bass line, but also takes a landscape photography, printed on sand, apart, beat by beat. The Demilitarized Zon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shown in the picture exists in eternal stasis, for most mainly in memory. As life goes by, the grains of sand turn and tumble, the photo fades. Of the clear view across the ideological demarcation line that remains unchanged – and invisible – since the end of the Korean War, ultimately only scattered sand will remain.
    Sounds affect us. They enter our bodies, reverberate within, tingle dormant memories, move and touch us in many ways, both physically and through their meanings. The exhibition invites you on a trip through overlapping soundscapes – songs and silence, voices and noise. Seize the moment and listen to the waves that reach us from the past yet live only in the present. Besides the opening performance by Bak Gabin on September 6 (5pm), Rémi Klemensiewicz and Bak Gabin, with pansori gosu Shin Dong Sun, will also present an experimental music performance on September 20, at 7pm. As closing event, Hyoungjin Im and his ensemble Theaterraum will premiere a new theatre play on October 4 (7pm) and 5 (3pm). ■ Text: Jan Creutzenberg

    전시제목범피중류: 오래된 공명

    전시기간2024.09.06(금) - 2024.10.05(토)

    참여작가 유르겐 슈탁, 박가빈, 임형진, 용해숙, 해미 클레멘세비츠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매주 일, 월, 9월 14일-18일 추석 연휴, 10월 1일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10월 3일 개천절 휴관

    장르사진, 영상

    관람료무료

    장소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

    기획이안 코이츤베악 Jan Creutzenberg

    주최분홍공장

    주관분홍공장

    후원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주한독일문화원 / 협력: 대안공간 루프

    연락처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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