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ze & Trace

2018.07.19 ▶ 2018.08.18

OCI 미술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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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8년 07월 19일 목요일 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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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Eyes interactive art installation and 3D printed sculptures, dimensions variabl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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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Eyes - Iris Sonification 3D printed sculpture 22×15×5㎝ each, 5pc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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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Causes and Effects single channel video, 201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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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California Drought Impact interactive data visualization, 40×14×2㎝ each, 6pcs, 201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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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Drought in Korea and California 2 channel video,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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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윤정

    Drought in Korea and California 2 channel video, 2018

  • Press Release

    물건 말고, '사건'에도 생김새가 있을까? 한윤정은 세상을 가득 채운 무형의 것들을 빤히 바라보면(gaze) 각도에 따라 실루엣도 비치고 색상도 들어오며 언뜻언뜻 그 결마저 엿볼 수 있음(trace)을 귀띔한다.
    평생 머리 위에 이고 살면서도 깨닫지 못할 뿐, 별이 서로 부둥켜안고, 부풀고, 터지고, 흩날리는 저 밤하늘만 해도 이미 '사건의 생김새'이다. 있는 대로 부릅떠도 시커먼 허공에 희끗한 점 몇 개가 고작이라면 가시광선의 한계, 보는 방법의 문제에 불과하다. 감마선, X선, 자외선, 중성자선, 자기장, 중력장⋯ 갖은 각도로 뜯어보고 색을 입힌 게 바탕화면 단골 테마인 천문 사진들이다. 수채물감처럼 번진 성운, 긴 팔 휘날리는 나선은하, 그 귀퉁이 어느 한편의 '지구'라는 약간의 부스러기마저 서사의 궤적이며 동시에 내용이다. 이렇듯 물건과 사건의 경계는 칼 같지 않다. 사건의 아주 짧은 단위, 극히 좁은 구간의 스냅샷을 편의상 '물건'으로 부를 따름이다.
    그 부스러기 지구에도 숱한 사건이 들끓는다.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들고, 베스트셀러와 유행어가 뜨고 번지며, 갖은 군상이 피고 진다. 데이터가 모이고 쌓일수록 그 판세는 제법 해상도를 차리고 점차 모양새가 읽히기 시작한다. 한윤정은 이 모양새를 추슬러,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작품을 빚는다. 홍채의 색상 값은 입체의 요철로, 지문의 흐름은 음파의 고저로, 가뭄에 신음하는 땅은 그 가쁜 심박을 도형으로 치환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문맥, 사회의 줄거리, 인류의 사연을 장노출로 담은 디지털 초상이다.
    '데이터'는 각지고 건조하고 단단할 것만 같은데, 그의 작업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다. 사건은 정착할 줄 모르며, 변덕이 끓어넘치는 때문이다. 감상자의 홍채와 지문은 서로 겹칠 겨를 없이 저마다 뜻밖의 모양, 갖은 색상, 판이한 소리로 화답한다. 다이얼을 돌리면 수온이 오르내리고, 시간이 뒷걸음질 친다. 툭툭 밀친 돌멩이를 타고 멜로디는 늘 새로이 출렁인다. 보여 주는 방법 또한 시시각각 자란다. 버전업을 거쳐 모델은 거듭 성숙하고, 새로운 기술의 접목은 이 내러티브의 싱싱한 새 단면을 또 한 꺼풀 들춘다. ■ 김영기


    시선과 흔적
    W. 칸딘스키는 소리를 색으로, 색을 소리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예를 들어 언어가 달라도 같은 인류로서 공유하는 삶이 있다면 거기에 같은 개념의 단어가 존재하듯이, 오감의 각각 다른 감각들 사이에도 공유하는 영역(=공감각)이 있다는, 즉 오감에는 지구상의 사람들의 언어들처럼 일대일 대응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어떤 색에 대응하는 소리를 찾아내는 일종의 '번역'이 가능하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공감각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할 사실은, 칸딘스키가 그 '공감각'의 공유부분이 단지 말초적인 오감들 사이에만 걸쳐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정신적 영역, 영혼의 통합적 영역에 까지 관여되어 있다고 믿은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음악을 동작으로 바꿀 줄 안다. 춤을 추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대일 대응되는 공감각을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리듬이나 감정 등 다른 요소에 의해 매개되고 또 어떤 때는 정신적이거나 초현실적 감각에 의해 소통되는 번역이다. 미디어아티스트 한윤정의 이전 작업들 중에서 많은 경우는 형태와 운동을 사운드로 전환 혹은 번역하는 작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발표해 왔던 일련의 작업들은 그러한 경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sound tree ring」(2013)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악기'라고 부를 만하며, 형태가 소리로 번역되고, 조형으로 작곡이 가능하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one」 (2009)이나 「color note」(2007)는 관객의 개입이나 새롭게 설정된 연주코드에 의해 다른 규칙이 생성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이미지의 생태계가 형성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최근 작업에서 한윤정은 이전의 추상적이거나 보편적 원리보다는, 각 개체의 생체정보를 통해 생명의 내적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인 「손끝소리」(Digiti Sonus)는 개인의 지문을 3D프린터로 입체조형화하고, 그 나선형 패턴을 따라 마치 레코드판의 트랙에서 기록을 읽어내는 것처럼 소리가 발생되도록 고안하였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한 개인의 ID이기도 하고, 혹은 정체성의 상징으로도 통하는 지문에 내재된 생체의 비밀스런 코드를 매개로 해서, 그 본인=관객으로 하여금 '생의 심연으로부터 호출된 예기치 못했던 자신'과 만나고 놀고 소통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번 OCI미술관 전시에서 지문 대신 홍채를 이용한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 「Eyes」를 선보인다. 이 일련의 작품에 사용되는 지문 혹은 홍채에서 얻은 생체정보에는 게놈지도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끈이론이 암시하는 것처럼 우주의 파동과 입자, 중력과 양자력, 전자기력 등이, 그리고 이런 것들의 시작과 끝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면,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해 왔던 시간은 실로 일부에 불과하고, 빅뱅이나 물질진화(material evolution) 등 너무 장대한 스케일의 시간이 그 속에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지의 자기정체성과 만나고 놀고 소통하기 위한 이 작품이 실제로는 우리를 전혀 낯선 우주와 맞닥뜨리게 할 수도 있다.

    지문 혹은 홍채에는 우리들 인간의 과거의 내력이 축약/코딩되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작가는 물론 이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마음에도 존재한다. 그것은 그 신비한 모양이, 공감각의 경우에서처럼 일대일 대응방식이 아니라, 수학적이거나 임의로 설정된 다중코드에 의해 번역되고, 그 결과와 대면하고 소통하며 나아가서는 공감하는 일을 통해, 우리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보다 높은 차원의 인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자신의 생체정보의 골짜기에서 울려나오는 사운드의 잔향(殘響 : sound reverberation) 속에서, 예기치 못했던 자신의 기이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관객은 미지의 심연으로부터 자신을 자각하고 공간에 체현되는 자신과 만나고, 지금까지 자신이 본 적이 없었던 마음의 내면이거나 생의 뿌리였다는 생각에 경이로운 감정으로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고 환영이다. 원래 세상에는 가짜는 아닐지라도 오독되는 정보가 더 많다. 정글이나 자연계에서도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가짜정보를 생산하거나 위장하고, 나아가 생명체의 내부에서도 면역체계와 바이러스의 정보전쟁이 일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수행된 '형태에서 사운드로의 전환'도 일대일 대응하는 단어를 번역하듯 하지 않았으므로 오역일 수도 있고, 말하자면 관객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환영일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방식의 정보는 오독되는 것이 숙명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 환영도 우리의 그림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처럼 자신의 생체정보가 읽히고 변환되고 반향하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심연으로부터 발신되는 그림자와 만나고 공감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윤정은 매우 과학적인 태도로 작업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디지털 시선'과 그것을 통한 '가시화'이다. '디지털 시선'이란 가시광선에 의해 한정되는 시야를 넘어,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곳에까지 인식의 범위가 확장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적외선, 각종 전파 그리고 심지어 이제는 중력파까지, 센싱(sensing)에 의해 수치로 표시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영역이 '시선'의 대상이다. 한윤정이 이번에 선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Drought in California and Korea」(한국과 캘리포니아 가뭄)은 두 지역 가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한, 디지털 시선에 의한 가시화작업이다. 1980년대부터 관심을 끌었던 과학적 가시화(scientific visualization)는 말 그대로 과학연구의 수단으로 추구되었던 미션이다. 가시화는 자잘하게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효한 작업이다. 예를 들면 지구환경이나 온난화 등의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위한 가시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가시화'는 미술의 중대한 사명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있거나, 있다고 믿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그것들을 가시화하는 것. 대표적으로 교회와 사원에 수없이 그려지거나 조각된 신상들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한윤정은 이 작업에서 촬영과 측정한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처리하고, 한국과 캘리포니아 두 지역에서 일어나는 같은 종류의 현상에서 차이점과 유사한 점 그리고 관계성을 발견해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작업으로 측정된 데이터 혹은 해석된 결과가, 전술한 지문이나 홍채처럼, 장대한 지구의 역사가 빚어낸 생체정보의 연장선상에서 설명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가이아이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두 지역은 서로 다른 생리적 특성을 지닌 개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전시의 타이틀을 '시선과 흔적'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이처럼 자연과 우주의 내면과 순환 관계,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에 숨어있는 내러티브는 새로운 의식의 탐험, 감상자의 자각을 위한 스토리텔링이다. 이 작가처럼 인체의 생체정보로부터 새로운 예술의 내러티브를 모색하거나, 존재의 출발점으로부터 먼 여정의 흔적을 통해 우주와 자연과 나를 각성하도록 인도하는 작업이야말로, 우리시대의 예술이 세상에 기여하는 가장 의미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된다. ■ 이원곤

    전시제목Gaze & Trace

    전시기간2018.07.19(목) - 2018.08.18(토)

    참여작가 한윤정

    초대일시2018년 07월 19일 목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6:00pm / 수요일_10:00am - 09:00pm

    휴관일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장르조각, 영상

    관람료무료

    장소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OCI미술관) )

    연락처02-73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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