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군지: 生前葬(생전장)_Flash back: Art of dying
2018.11.03 ▶ 2018.12.02
2018.11.03 ▶ 2018.12.02
나오미 군지
Winter 2018, 162.2x130.3cm, Oil painting
나오미 군지
Spring 2018, 162.2cmx130.3cm, Oil painting
나오미 군지
Traditional color-9,10(傳統色24變化) 2002, 160cmx130cm, Oil painting
나오미 군지
박태기나무 열매 2018.1, A4 Color pencil
나오미 군지
Pleats-Light1,Porcelain 16x27x51cm, 2008
영은미술관은 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단기) 나오미 군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주변을 세밀한 눈으로 들여다보며 그 속에 각인된 生死를 사유하며 "눈 부시는 빛을 영혼에 새기고 싶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은 아름답다."고 전한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 속에 담긴 '필멸의 죽음'이라는 짙은 그림자는 일상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쳐있음을 환기시키고 눈부시게 강렬한 절박함을 부여한다.
나오미 군지의 전시 타이틀 '生前葬(생전장)'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작가는 '죽음'이라는 화두를 늘 염두에 두며 지금의 시간을 절실하게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러한 절실함 속에서 나오미 군지가 그린 꽃, 나무, 숲 등의 자연물은 일견 소박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작가가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기간 동안 그린 미술관 주변의 숲, 동물, 나무, 작은 식물, 꽃 등의 작품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게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연을 보며 쉼을 누리고, 작은 들풀일지라도 생명과 활력을 지닌 모습에 일종의 경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자연의 모습 속 다른 한편에는 치열한 생존의 문제, 살아남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특히 꽃이란 "식물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생존수단"이다. "꽃이 피어야 그 안에 들어 있는 암술과 수술의 수정이 가능하고, 씨라는 자손을 남길 수 있다."(The Science Times, "꽃에 숨어 있는 생존의 법칙" 中) 나오미 군지가 그린 수많은 꽃은 존재론적 목적에서 생존을 위해 피어난 결과물이자 이후에는 지게 될 운명에 처해있다. 즉 드러나 보이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 소멸, 사라짐의 숙명(죽음)을 안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죽음이 작가에게 있어 삶을 무력화시키고, 회의적으로 만드는 죽음이 아니란 점이다. 앞서 나오미 군지는 죽음을 늘 끌어안고 지금의 시간을 절실하게 살아간다고 전했듯이, 죽음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순간을 생명력 있게 살아내도록 하는 힘의 원동력, 원천이 되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치열한 생존 이유가 담겨 있듯이 죽고 사는 모든 존재에는 또다른 치열한 생존, 生/死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죽음을 멀리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 작가의 정신은 죽음을 늘 상기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꽃이라는 대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꽃 정물화에 담긴 '바니타스(Vanitas)'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을 잊지 말라는 '메멘토 모리'이든 세상의 모든 것이 헛되다는 '바니타스'이든, 나오미 군지의 작품은 죽음으로 인해 오히려 강렬해지는 현재의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미적 가치를 마주하며 우리가 서있는 '지금, 여기'라는 찰나의 순간을 세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기 바란다. ■ 영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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