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백 개인전, 《A WAY HOME》
2020.06.10 ▶ 2020.06.28
2020.06.10 ▶ 2020.06.28
황규백
A PILLOW 2020, Oil and acrylic on canvas, 150 x 129.5 cm
황규백
A SOFA 2020, Oil and acrylic on canvas, 149.5 x 130 cm
황규백
TWO UMBRELLAS WITH ROCK 2020, Oil and acrylic on canvas, 121.5 x 102 cm
황규백
WINDOW 2020, Oil and acrylic on canvas, 122 x 102 cm
황규백
FROM BALCONY 2019, Oil and acrylic on canvas, 120 x 101.5 cm
황규백
TWO SWANS 2019, Oil and acrylic on canvas, 120 x 102 cm
황규백
A HOUSE 1999, Mezzotint on paper, 19.5 x 22.5 cm
황규백
ROAD 1998, Mezzotint on paper, 22.5 x 20 cm
황규백
SOUTH NORTH KOREAN SUMMIT 2020, Mezzotint on paper, 22.5 x 18 cm
가나아트 한남은 메조틴트 판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여, 세계적 대가의 반열에 오른 황규백(黃圭伯, 1932-)의 개인전, < A WAY HOME >을 개최한다. 그는 파리와 뉴욕에서의 30여 년간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1979, 1981),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1974),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1974) 등 국제 판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는 등 판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2000년 한국으로의 영구적인 귀국을 계기로 그는 판화를 통해 선보였던 시적이고 명상적인 화면을 회화로 옮기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일상적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시적 화면이 특징인 그의 회화는 지난 2019년 2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가나아트 한남은 지난 전시에 이어 1년 만의 개인전을 통해, 최근에 그려진 신작 회화와 함께 그가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데 일조한 판화를 전시함으로써 ‘황규백’이란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망하고자 한다.
1968년 도불을 계기로 S.W. 헤이터의 아틀리에 17에서 동판화 기법을 익힌 후, 황규백은 전통 판화의 일종인 메조틴트 판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의 배경이 검은색으로 칠해지는 전통적인 메조틴트 판화와는 달리, 황규백의 판화는 밝고 부드러운 색채를 자랑한다. 특히 그의 판화는 시계, 우산, 바위와 같이 평범한 사물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배열함으로써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눈으로 보는 한 편의 시’라 수식되곤 한다. 대표적인 판화 작품인 < White Handkerchief on the Grass >(1973)에서 작가는 하늘에 걸린 듯한 손수건의 이미지를 통해 섬세한 묘사와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묘사되는,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사이 톰블리와 같이 당대에 주목받던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공식 포스터 제작을 위한 작품집에 수록될 판화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세계적인 판화가의 대열에 오른 황규백은 2000년, 뉴욕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 ROAD >(1988), < A HOUSE >(1999)는 그가 귀국을 결심한 즈음에 제작한 메조틴트 판화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떠나온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판화 제작에 있어 느끼던 체력적 한계로 인해 그는 귀국을 결심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과 뉴욕에서 살던 저택을 동판에 새김으로써 집으로 가는 길(A Way Home)을 마음에 새겼다. 룰렛(roulette)을 사용하여 동판에 요철을 새기고,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동판 위에 물감을 얹으며, 기계를 돌려 힘을 가해 종이 위에 찍어내는 메조틴트 판화의 제작 과정은 세밀한 묘사를 하기 위한 집중력과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견디기 위한 체력,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이 두 점의 판화에는 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30여 년의 판화 인생에 대한 회고가 담겨있다.
이렇게 귀국을 계기로 판화에서 회화로 표현의 방식을 바꾼 그는 2020년, 생애 마지막으로 다시 룰렛을 손에 들었다. 지난해 가나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 당시, 황규백은 남북의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역사적 순간을 그린 < SOUTH AND NORTH SUMMIT >(2018)을 대중에 선보임으로써 평화에 대한 염원을 내비친 바 있었다. 더욱이 6.25 참전용사인 그에게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을 맞이하는 소회는 남다를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작가는 스스로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해준 매체인 판화를 통해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림과 동시에 남북 정상 간의 평화로운 순간을 판화 속에 영원히 담아두고자 했다. 이로써 탄생된 < SOUTH NORTH KOREAN SUMMIT >(2020)에서 노화백은 역사적인 순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바위 뒤의 우산과 도보다리로써 그 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20여 년 만의 판화 작업은 노화백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의 전성기에 제작된 판화에 남아있는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세밀한 묘사는 무뎌졌을지라도, 이 작품 속에 그가 새겨낸 사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한 작가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에 가나아트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여 황규백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하고, 그의 마지막 메조틴트 판화를 대중에 공개하고자 한다. 후기 판화와 생애 마지막 판화가 될 신작 판화, 그리고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그려진 신작 회화가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판화에서 회화로의 표현 방식의 변화는 물론, 메조틴트의 대가인 황규백의 판화를 실견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프레스코 벽화를 연상시키는 두터운 마티에르의 화면, 그 안에 배치된 일상적 사물들이 자아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회화에서는 작가의 끊이지 않는 창작욕과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완숙한 붓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6월에 맞춰 열리는 황규백의 개인전을 통해 20년 만에 다시 판화를 제작하게 된 노화백의 꺼지지 않는 예술혼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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