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권순철
한국인의 얼굴을 찾아서 To Find the Korean Face 1979, Oil on canvas, 130x162.5cm
권순철
속세 Secular Society 1969, Oil on canvas, 130x161cm
이강소
몽유 w202xh180cm, 설치(c-print), 2022
이강소
몽유 w280xh180cm, 설치(c-print), 2022
창성동실험실은 이강소, 권순철의 2인전 《가슴이 두근두근》을 5월 3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학교 회화과 선후배로 1964년 누하동 작업실을 함께 쓰던 그들의 추억을 되살린 것이다.
사진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이강소는 1970년대부터 《신체제작품전》, 《한국실험작가전》 등에 활발히 참여하며 회화, 조각뿐 아니라 설치, 퍼포먼스, 사진, 비디오를 통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의 실험정신은 과거부터 동시대까지 특정한 개념에 얽매이지 않았다. 이번의 설치작업 역시 연속된 실험정신의 결과물로, 창성동실험실을 매개체로 하여 몽유(夢流, Sleeping Walk)를 선보인다. 사진기가 보는 현실과 인간이 지각하는 세계를 대비시켜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공간의 차원을 반성해보고자 하는 제안이다.
권순철은 프랑스 소나무작가회 회원이며, 197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꾸준한 작업을 해왔다. 그는 특유의 강렬한 붓터치로 한국의 산과 바다, 혹은 한국인이나 한국의 넋을 그린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준 것은 구상, 혹은 추상같은 특정 개념보다는 그의 일생을 통해 축적해온 자신의 무의식적 기운이다. 그는 “나의 구상이나 추상작업에서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바탕이 된 어떤 정신은 한국이라는 것이다(작가노트)”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의 신작 회화와 드로잉 작품 주제는 염려(艶麗, Enchantment)로 태도가 아리땁고 곱다는 뜻으로, 작가 특유의 붓터치와 색감을 통해, 그간의 작가가 표상한 삶의 흔적들을 담아낸다.
이강소는 2021년 권순철 개인전 《CHEOL》을 계기로 창성동실험실을 방문한 순간 옛 작업실의 바로 앞 동네에 ‘실험실’이라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의 매력에 빠졌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소박한 한옥, 다양한 예술로 소통하는 비영리 갤러리의 정신은 이들이 함께 작업하고자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강소의 주제인 몽유를 바탕으로, 공간은 창성동실험실의 그 이름처럼 ‘이상한 공간’,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으로 변모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강소와 권순철의 작업은 그들의 ‘기’를 담아낸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 사상의 근원은 자기자신을 증명하는 것으로, 동양에서 일컫는 전통적인 ‘기’와는 다르다. ‘기’는 진지하고 성실했던 인생의 여정이 작업에 실천적으로 드러날 때 나타난다. 그러한 맥락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자신’은 그저 유동적이고 개념적인 나 자신일 뿐이며, 작업은 작가가 평생을 살아온 기운이 드러나는 통로가 된다.
그렇게 모호하고 신비한 이 세계에서, 그들은 여전히 서촌 동네에 들어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에 주마등 같은 기억들로 전율을 느낀다고 한다. 작업실이었던 건물은 독특한 한옥 양식의 이층 건물이었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외관은 다소 변했지만 낡은 구조는 그대로 남아있음에, 지난해에야 그곳을 발견한 그들은 각기 격한 감동을 느꼈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도 작품에 담긴 그러한 몽유 속 두근거림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 역시 즐거워했고 재미있는 작업을 기약했으며, 그리고 그 모든 일은 물론 또 사라질 것이라고 담소를 나누었기에.
1944년 경상남도 창원출생
1943년 대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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