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YOOCHIHAN

2010.07.09 ▶ 2010.08.15

갤러리 플랜트

서울 종로구 이화동 127-3번지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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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07-09 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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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뇌출혈 natural (detail) Acrlyic on Aluminum, 375.5x245cm, 2009,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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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우리 그냥 빤짝 만나요 We Should Just Flash Together Acrlyic on Aluminum, 122x122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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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뇌출혈 natural Acrlyic on Aluminum, 375.5x245cm, 2009,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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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Jeff Wall Acrlyic on Aluminum, 122x122 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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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전시 장면 알루미늄에 아크릴,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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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우리 그냥 빤짝 만나요 We Should Just Flash Together Acrlyic on Aluminum, 122x122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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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Jeff Wall Acrlyic on Aluminum, 122x122 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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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installation view Acrlyic on Aluminu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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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바위돌 깨뜨려 Break the Rock Acrlyic on Aluminum, 243.5x54.5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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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natural Acrlyic on Aluminum, 122x40cm, 2010,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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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책상 table Birch Wood and Painted Metal, 1100x599x71.5cm, 2010, 개인소장

  • Press Release

    Gallery PLANT 에서는 여덟 번째 전시로 유승호의 { 유치한 YOOCHIHAN}을 선보인다.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며 그렸던 문자 산수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유승호가 한국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문자 산수와는 달리 여러 가지 총천연색과 형광색이 어우러진 아주 ‘쎈’ 색감으로 표현된 땡땡이 그림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유승호의 작품은 여러 가지 방식의 드로잉을 통해서 언어와 글자 유희, 혹은 언어의 여러 가지 층위로부터 비롯된 야릇한 위트와 유머를 가득 머금고 있다. 산수화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동양화의 새로운 시각과 젊은 비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언어 유희로 점철되는 다른 글자 작업들은 그를 한국의 새로운 팝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이번 땡땡이 작업 역시 산수화, 언어 유희와 같은 커다란 그의 작품 주제 속에서 나란한 맥락을 이루고 있으나, 시각적으로 매우 다른 형식으로 탄생되었다. 이는 사실상 흑백으로 표현된 글자 그림과 거의 유사한 시기 혹은 그보다도 먼저 창조 되었으나 글자 그림의 그림자에 가려 세간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작업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라기보다는 초기 작업의 형식을 빌어 좀 더 세련된 그만의 새로운 시각언어를 창조한 것에 해당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크기로 제작된 <뇌출혈> 역시 한국말의 뇌출혈과 영어에서의 natural 이 비슷한 음으로 들리는 것에서 착안하여 글씨와 글자들이 변하는 과정에 대해서 형광색 점들을 통해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 과정과 개연성은 특별히 논리에 근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람객들은 그 과정을 어려움 없이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화려한 발색의 형광 칼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밑그림 혹은 드로잉처럼 느껴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은 사진 작가 제프 월의 개인전 엽서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작품이 시작되었다. 제프 월의 유명한 사진 한 점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실제 엽서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작가만의 변형과 보탬을 통해 재해석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엽서 안의 사진 이미지는 3차원의 완결되어 보이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화면 안의 이미지들을 모두 최소 단위인 픽셀 즉, 점들로 환원시킴으로서 완벽한 2차원의 평면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소위 땡땡이라고 불리는 점들로만 이루어지게끔 하였는데 이는 그림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임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서서 작가의 땀으로 영근 이미지 구조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점은 더 이상 면으로 가는 선을 보좌하는 요소로서의 점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화면 가득히 드리워진 점들이 모두 붓으로 그린 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순간부터 몸과 눈을 더욱 바삐 움직이며 작품을 관찰하게 된다. 작가의 진지함과 그 공의 아우라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작품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유치하고도 발랄한 그의 유머 덕분에 실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작품 세계로 빠져보자! 얼마나 심오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유치한지 마음껏 누려볼 시간이다.
    - 갤러리 플랜트

    유-치한 유화백의 땡땡땡 그림
    -여전한 글자 놀이, 그러나 좀 더 경쾌하고 좀 더 발랄하게, 동요를 부르듯 바라보는 그림
    “유 치한,
    유머, 바보로서의 유치함, 참된 바보로서의, 위장된 바보가 아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머리의 나사를 좀 풀어주자,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하지만 유머 뒤에는 반드시 그 무엇이 있다.
    얄딱구리한 그 무엇, 단지 유머는 아닌, 아니 단지 유머이면 미술로서 성립되지 않는 공식 같은 것. 그렇다면 그 무엇이 무얼까.”

    ‘인적이 가장 드문 시간의 새벽에 동네 쓰레기통마다 레몬 빛 형광색의 물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다’
    - 1990년대 초 이전에는 집집마다 밖에 고무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그 고무통에 광고 스티커들이 지저분하게 덕지덕지 붙여 있는 모습이 가뜩이나 더러운 쓰레기통을 더욱 더럽고 추접스럽게 느껴지게 했다. 그래서 쓰레기통마다 ‘예쁜’ 레몬 빛 형광색을 묻힌 붓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더러운 쓰레기통의 모습에 레몬빛 형광색의 동그라미를 그려 넣음으로서 한결 깨끗한 이미지로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욱 거부감을 주었다.“
    (작가노트 중에서)

    준비!
    접자. 이전의 그의 그림은 접자.
    잊자. 그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던 ‘문자산수’는 잊자.
    아니, 잊어 주자.
    나약한 듯 길긴 한지 위에 하나하나 흘려 쓴 글씨가 만들었던 산수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의 문자 산수를 보면 볼수록, 나는 그가 화면과 글자와 지쳐가며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유화백 역시 내가 느꼈던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처음에 문자그림을 시작했을 때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니, 그림그리기의 행복을 잊게 했던 그 작업은 잠시 잊어주고,
    지금 그가 보여주는 이 ‘땡땡땡 그림놀이’를 즐겨보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의 그의 작업을 이전의 ‘문자산수’의 그늘에서만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땡땡땡 그림 언저리에선 여전히 ‘문자산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겠지만 말이다.

    정지된, 그러나 리드미컬한 색면 속, 땡땡땡으로 변형된 글자들.
    <유치한>展에 들어서면 우선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각의 색면들이다. 가로로 긴 녀석, 세로로 긴 녀석, 반듯한 정사각형, 모양도 가지가지다. 아예 벽을 가득 채울 만큼의 형광빛 푸른색의 사각형이 있는가 하면, 작은 정사각형들이 오밀조밀하기도 하다. 게다가 색감이 또 어찌나 발랄한지, 사각 안에 그림에 눈이 가기도 전에 기분이 경쾌해진다. 리드미컬하게 다가오는 색면들. 그 안에 유화백의 새 프로젝트 ‘땡땡땡 그림’이 있다.
    ‘땡땡땡 그림’을 멀리서 보면, 뭔가 복잡한 이미지들이 무작위로 엉켜있는 것 같다. 그러나 좀 더 다가서면 엉켜있는 이미지들이 하나 둘 풀어진다. 천마총에서나 보았던 것 같은 주작이나 현무 같은 것도 있고, 백제의 고분벽화 그림 같은 것도 있고, 로봇도 등장한다. 만화책에서 보았다는 ‘초딩 반사 석상’은 손에서 번개 같은 것을 뿜어나가고, 그 밑에는 뭔가 글자 같은 것이 덧붙여져 있어서 뿜어가는 번개의 모양을 더욱 실감나가게 한다. 하지만 좀처럼 읽을 수는 없어 무슨 문자추상같은 느낌이다. 사실 그 글자는 ‘natural' 단어가 변해가는 모습인데, 예를 들면, n이 서서히 a로 변하고, a가 다시 서서히 t로 변화되는 것인데, 이런 과정은 '땡땡땡 그림’ 전반에 녹아나 있다. 아무튼 이번 작업에는 그동안 유화백이 보았던 것, 상상했던 것들의 컬렉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모티프 들이 다 들어 있다. 물론, 우리는 유화백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보았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색면 안에 점으로 그려진 이 이미지들에서 어떤 연상 작용을 펼쳐나갔는지, 어떤 상상의 세계를 그려갔는지를 짐작해 보는 솔솔치 않은 재미를 더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쯤해서, 좀 더 가까이 ‘땡땡땡 그림’에 다가가 보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점’만이 눈에 들어온다. 붓을 들고 손으로 찍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한 크기의 작은 점들. 여기서 다시 깨알 같은 글씨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그의 전작들이 떠오른다. 문자그림 중에서도 꽤나 알려진 <쉬->에서 관객은 남자가 ‘쉬~’를 하고 있는 첫 이미지를 보게 되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녀 즉 ‘she'라는 글자의 반복적인 ‘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노동집약적’ 작업량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좀 더 다가가면, 처음의 남자 이미지는 사라지고, 낱개의 단어들만이 부유하지만, 다시 멀어지면서 남자의 이미지가 다시 나타났다. 한 때 유행했던 매직아이도 아니고, 인터랙티브 작업도 아닌데, 작품은 관객을 끌어들였다가 멀리 떨어뜨렸다가 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이미지 뿐 아니라, 이미지가 지각되는 방식과 차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런 과정은 이번 ‘땡땡땡 그림’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처음에 하나의 이미지였다가, 다가서면 이미지 속 작은 모티프들을 발견하게 되고, 모티브에 좀 더 다가가면 완성도 있는 ‘점찍기’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다시 줌 아웃 되면서 되풀이된다. 그러나 물론 차이는 있다. 전작들이 단어/글자를 사용함으로써 단어나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뒤트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기본 단위로 사용됨으로써 이전 작업에서 보았던 위트나 재치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워 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유화백은 이제 글자와 결별한 것일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좀 이르다.

    점으로 변한 글자들, 그리고 노래들
    사실 점들로 만들어진 모티프들 하나하나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너무 설명적일 것 같다며, 굳이 이번 전시에는 선보이지 않은 드로잉들이 그 비밀이다. 바로 그 비밀이 유화백의 ‘땡땡땡 그림’을 다른 작가들의 점 그림과 차별화시키는 지점일 뿐 아니라, 여전히 문자와의 인연을 가지고 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지점이다. 아쉽게도 그의 유려한 드로잉 작업을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지만, 장난기 많은 유화백은 관객이 그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무엇인지 짐작하셨는지.
    정답은 바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왼쪽 벽을 가득 채운 파란 벽이다. 파란 벽 위에 찍힌 핑크색 점들은 유화백의 이번 작업 속의 점들이 그저 막 찍어낸 점이 아니라 나름의 규칙으로 만들어진 글자의 변형이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 맵이자, 작업의 진행과정을 짐작케 하는 연습장이기도 하다. ‘ㄱ’, ‘ㄴ’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선을 그려가고 어떻게 원이 만들어진 것인지를 보여준다. 가장 큰 화면을 할애하여 이렇게 자세하게 작업을 설명하는 작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친절한 유화백이다. 일단, 이쯤 되면, 그의 점이, 그 옛날 칸딘스키가 이야기했던 ‘점,선,면’의 점이 아니고, 인쇄된 만화의 망점을 확대했던 리히텐슈타인의 ‘점’과도 거리가 먼, 유화백 고유의 내용이 숨겨져 있는, 다시 말해 여전히 ‘말/단어’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점’이라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자, 이렇게 유화백의 규칙을 알아챘다면, 이제 연습이라도 해보자는 듯, 전시장 안에 또 두 개의 동요를 숨겨놓았다.

    첫 번째 동요는 자음과 모음이 엉키고, 선이 점으로 흩어져서 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법도 하지만, 첫 소절만 찾아내면, 누구라도 금세 어떤 노래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로 시작되는 그 노래. 두 번째 노래는 별개의 화면에 음절이 떨어져 있어서 좀 어려운 편이다. 게다가 마지막 음절은 저~ 만치 떨어져 있어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일단 두 개의 숨겨진 동요를 찾고 나면, 관람객의 머릿속은 어느새 색색의 점들이 불러내는 노래로 가득해진다. 크기도 색상도 다른 면과 점들은 어느새 리듬감을 만들어 내고, 나도 몰래 흥얼거리게 한다. 그리고 문득 통통 튀는 점들의 색상이나 느낌이랑 선택된 소절이 참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게 다가온다.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즐거운 ‘땡땡땡 그림’
    종종 예술은 심각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현대예술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화백의 작업처럼 모든 예술이 어렵고 심각한 것만은 아니다. 유화백의 작업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작업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떤 방식으로든 문자나 언어와 닿아 있다 보니, 작업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이 다분히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논의에 근거하게 되었고, 그것이 그의 작업을 꽤 심오하고 어렵게 보이게 만들었던 부분이 있던 것 같다. 나 역시 유화백을 만나기 전에는 ‘문자’에 천착한 것처럼 보이는 작업의 다양한 레이어들이 꽤나 심각하고 어려운 이론적 틀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본 유화백은 오히려 ‘문자/글자’를 하나의 이미지로 대하고 있었다.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말’ 즉, 글자에는 때론 아귀가 맞지 않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기도 한다. 게다가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필연도 없지 않는가. 유화백은 본능적이라 할 만큼 그런 부분을 잘 찾아냈다. 글자라는 이미지와 의미와의 ‘임의적인’ 관계를 이미지를 통해 유희적으로 풀어냈다. 상형문자가 자연의 이미지로부터 글자로 고착되었다고 한다면, 유화백의 ‘땡땡땡 그림’ 이면에 감춰진 과정은 마치 상형문자의 원리를 반대로 적용하여, 글자로부터 이미지를 유추하는 과정과 닮아 있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연상 작용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의 세계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앞서 유화백의 작업은 심각하지 않다고 했었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나하나의 점을 그것도 동일한 크기의 점들을 찍어가며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갔던 과정은 그 어떤 작가보다 진지하다. 그저 쉽게 끄적이는 그림들이 판을 치는 미술계, 쉽게 가자면 쉽고 편한 방법이 수십 가지는 더 있을 텐데도, 직접 점을 찍어가며 만들어낸 그의 ‘땡땡땡’ 그림은 어쩌면 미련해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직접 찍은 점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이기에 화면 앞에 좀 더 머무르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유화백은 행복했다고 한다. 그림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작가의 마음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고, 관객에게 작가의 상태를 잘 전달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어려운 이번 작업에서는 그의 마음을 짐작할 만 했다. 그래서 ‘땡땡땡 그림’은 뽀송하고, 경쾌한 동요를 부르듯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 신보슬_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전시제목유치한 YOOCHIHAN

    전시기간2010.07.09(금) - 2010.08.15(일)

    참여작가 유승호

    초대일시2010-07-09 18pm

    관람시간11: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 설치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플랜트 GALLERY PLANT (서울 종로구 이화동 127-3번지 1층)

    연락처02-722-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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