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영_ 그들의 정원: 그 여름의 맨드라미

2023.11.13 ▶ 2023.11.25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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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선영

    Their garden 016 acrylic on canvas, 31.8x31.8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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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선영

    Their garden 001 acrylic on canvas, 45.5x53c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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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선영

    Their garden 011 acrylic on canvas, 72.7x90cm, 2023

  • Press Release

    그들의 정원: 그 여름의 맨드라미
    Their garden: Cockscomb of that summer


    그 여름,
    그 공간으로 들어간 더운 날,
    공간을 환하게 밝히는 ‘빨강’이라는 단어로는 충분히 묘사하기 어려운 새빨갛고 화려한 맨드라미의 강렬함을 잊을 수가 없다. 초록과 대비되는 빨간 맨드라미는 모양보다 그 색감으로 인하여 그 어떤 꽃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꽃으로 각인되었다.

    <그의 정원> 시리즈에 이어, <그들의 정원>시리즈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아는 그들일 수도 있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 일수도 있는 그들이 가꾸고 있는 정원은 그들의 기호와 그들의 정성과 그들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정원’이라는 말은 단어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한다.
    시간과 공간이 하나가 되어 살아 숨쉬는 누군가의 정원을 보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설레임과 동시에 교감이다.
    그들의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에게 남겨지는 초록과 함께 하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들, 그리고 시각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이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와 같다.
    실내 정원이든, 실외 정원이든, 작은 정원이든, 큰 정원이든,
    나에게는 모두 그들의 가장 소중한 공간으로 보이며 그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며 그들을 기억하는 이미지가 된다.
    그들이 정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빛나는 눈빛과 미소는 나에게 그들의 꿈이 되며 그들의 보람이 된다.
    그들의 정원에서 만나고 싶은 것들이나, 더하고 싶은 요소,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공간 안에 넣어 새로운 <그들의 정원>이 만들어진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창 밖의 하늘이 푸르스름해지며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이 온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빛이 있는 짧은 순간이다.

    어릴 적에는 밖에서 놀기를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운 시간
    가능한 한 최대한 자연광에서 작업을 하려고 하는 나에게는 붓질을 멈추고, 하던 작업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내일 또 해가 뜰 때 그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저녁을 맞이한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2023년 10월 하선영



    영원한 영혼의 쉼터 ‘묵상의 정원’에 묻다
    글_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하선영의 그림은 ‘정원(garden, 庭園)’의 모티브로 시작된다. 시작과 끝점이 정원에 대한 해석에 닿아 있다. 흔히 정원은 인간의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하나의 시공간에서 자연과 온전히 교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명상소(冥想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 중에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을 되새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정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진심의 사랑’으로 즐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연으로부터 인간 스스로 소외되기 위한 자위적인 조처’일 수도 있다.

    정원(庭園)이란 단어의 어원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자연의 재료와 인공물을 미적이고 기능적으로 조화시킨 인위적인 공간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garden(영어), jardin(프랑스어), garten(독일어), 庭園(동양권) 등 ‘정원’을 뜻하는 단어의 어원이 동서양 모두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한자 ‘원(園)’의 상형을 풀어봐도 ‘담장으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이란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았던 인간이 그 자연을 향해 울타리를 치고 안위를 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낙원’이라고 번역하는 ‘Paradise’ 역시 원래의 어원은 ‘폐쇄된 공간’이란 점이다. 고대 아베스타어로 ‘장벽을 두른 곳’이라는 뜻의 ‘pairidaēza’에서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았던 페르시아인들이 늘 풍요로움이 넘치는 정원을 꿈꿨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인간과 더불어 수많은 야생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을 이상향으로 여겼을 것이다. 결국 ‘파라다이스’라는 ‘닫힌 공간의 정원’이 곧 이상향으로 전향된 셈이다. 하선영은 그 정원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정원은 분명 누군가의 꿈이 만들어낸 이상향이었을 수도 있다. 영국의 정원역사가 톰 터너(Tom Turner)는 『정원의 역사(Garden History)』에서 우리가 정원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우리의 몸과 특별한 목적 그리고 정신세계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가령 개개인의 정원, 식물원이나 수목원, 신전 혹은 사찰의 정원 등이 사례이다. 하선영의 정원은 이 모두를 포괄하는 동시에 자연의 원성 자체에 더 집중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인공성을 표방한 서양식보다 ‘자연의 모방’을 좇았던 동양적 사고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들의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에게 남겨진 초록과 함께 한 다양한 색깔과 모양들, 그리고 시각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이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와 같다. 실내 정원이든, 실외 정원이든, 작은 정원이든, 큰 정원이든…. 나에게는 모두 그들의 가장 소중한 공간으로 보이며, 그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며, 그들을 기억하는 이미지가 된다. 그들이 정원을 이야기할 때 빛나는 눈빛과 미소는 나에게 그들의 꿈이 되며 그들의 보람이 된다.”


    최근 하선영의 작품 제목은 <그들의 정원(Their garden)>이다. 구체적인 장소로 국한하지 않은 장소나 장면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장소로서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특별한 지명은 생략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각의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여겨진 그것들도 누군가에 의해 소중히 가꿔진 존재들일 것이다. 그 하나하나가 그들만의 정원이 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가공되지 않은 유기농 힐링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특별한 기운을 발산하는 비법은 어쩌면 최대한 자연광이 들어올 때 작업하는 방식의 몫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업실 한쪽 벽면 전체가 통창이다. 실내 작업실이지만, 마치 햇살 좋은 야외의 그늘에서 온종일 작업하는 것과 같다.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방향에 따라 달라 보이는 화면의 색감을 계속해 관찰하며 작품을 완성해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조성했다. 어느 시간과 어떤 조건의 빛에 의해서도 거슬리지 않는 ‘조화로운 색의 감성’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 마음에 찬 완성도가 나올 때까지 한 작품에만 집중한 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자연의 빛으로 빚은 순수한 자연의 원성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몇 차례의 작품 제목에 변화가 있었지만, 그 이면의 맥락은 같다. 예를 들어 지금의 < Their garden >은 4~5년 전의 시리즈 < His garden > 작품의 연장선이다. 초기 ‘정원’ 시리즈 중 2020년의 대작 < His garden - April sap green >은 지금의 정원 표현과는 차이를 보인다. 싱그럽게 녹음 진 4월의 산을 가로 2미터가 넘는 대형 화면에 단순하게 펼쳐 놓았다. 마치 온 산을 잔디처럼 가지런히 다듬은 형국이다. 이 시기 전후해서는 큰 자연의 모습을 ‘하선영식 조형 어법’으로 단순하게 갈무리한 정원 스타일이었다. 높고 낮은 잔소리보다 깊고 긴 묵상(默想)의 여운으로 감싼 자연의 모습을 선보였다.

    반면 2023년 작품 < Their garden 011 >처럼, 최근의 정원은 대자연 보다는 주거 공간의 주변 환경들이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집과 나무, 화분과 식물 등이 나란히 도열하고 있다. 그중에 점호(點呼)를 준비하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묘한 긴장감을 조율해준다. 특히 맨드라미를 닮은 ‘꽃 붉은색의 나무’는 이 정원이 지닌 무한한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를 잘 대변해준다. 정중동의 조화로움이 담긴 하선영의 정원, 그것은 자연을 노래하는 또 다른 방법의 특별한 오케스트라와 같다.

    < His garden >에서 < Their garden >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선보여진 ‘baram’이나 ‘Bon voyage’ 제목의 작품들은 코로나 기간에 그린 것이다. 모두가 같은 처지였겠지만, 출구 없는 터널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걸림 없는 바람처럼, 어딘가 미지의 세상을 향해 여행하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난다. 이 역시 자연과 더불어 ‘그’에게 전하는 기도였다. 하선영의 그림은 이처럼 정체되어 있지만, 쉼 없이 생동과 역동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모습을 좇고 있다. 그 자연을 선물해준 ‘절대자’에 대한 경외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으로 하선영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동양철학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표현과도 같다. 어떤 것이 끝에 달하면 반드시 그 반대로 된다는 뜻이다. 음양(陰陽)의 양극이 통한다는 원리와 비슷하겠다. 가령 빛이 없으면 사물을 볼 수 없지만, 빛이 너무 많아도 그 눈부심에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 하선영 그림의 조형 언어는 단순함이다. 최대한 생략된 간결한 형태에 색채 역시 절제되고 간소하다. 균형 잡힌 화면에서 전해지는 평온함이 그 매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수많은 자연의 언어들이 무한한 생동감으로 깃들어 있다. 비록 단순한 형태와 색감이지만, 어느 것보다 강렬함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마치 평온하게 잠든 강물의 수면일지라도 그 안에선 쉼 없이 거센 물길이 흐르듯, 하선영의 그림도 그렇다. 색의 절제와 형태의 단순화로 복잡하지 않은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서로 다른 에너지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 끊임없이 교류하고 교감하게 한다. 그림을 바라볼수록 ‘동화되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이다.

    전시제목하선영_ 그들의 정원: 그 여름의 맨드라미

    전시기간2023.11.13(월) - 2023.11.25(토)

    참여작가 하선영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마지막 날은 오후 4시까지 입니다.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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