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 길호

2017.05.21 ▶ 2017.08.11

에이블아트센터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617번길 9 (금곡동,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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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7년 05월 21일 일요일 04: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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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놀다의 작업을 보면서 나는 명료함으로 치장한 예술을 생각한다. 주저함이 없는 놀다의 그림은 천진하고 또 천진하다. 나는 마주칠 때마다 놀다에게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그는 눈을 슬쩍 맞추어 주고 곧 딴청이다. 그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그 사진 또한 슬쩍 보고 말뿐이다. 하지만 놀다는 가족, 선생님, 아버지의 친구, 산속의 새와 다람쥐까지 사진 속 대상을 거침없이 그려낸다. 무심하게 옮겨진 대상은 놀다만의 천진함으로 무장해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놀다가 즐겨 쓰는 재료는 연필이다. 옆 사람에게 뭉뚝해진 연필을 건네며 몇 번이고 깎아 달라 부탁한다. 살이 깎인 연필을 건네받은 놀다는 심이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그림을 그린다. 놀다는 그려둔 선을 몇 번이고 따라 그리는데 종이가 닳아 구멍이 날 때까지 그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또다시 뭉뚝해진 연필을 옆 사람에게 건넨다. 연필이 지겨워지면 놀다는 가위를 찾아 선대로 자르기 시작한다. 종전에 그린 그림은 조각나 헤쳐지고, 놀다는 조각이 된 그림을 새로운 곳에 마음대로 붙인다. 그릴 때도, 자를 때도, 붙일 때도 놀다는 거침이 없다. 필압 조절이 어렵고, 작업의 마감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는 놀다의 특성은 그의 작업에서 의외의 흥미로움을 만들어 낸다. 캔버스나 패널에 연필로 낸 구멍이나 작은 화면에 두꺼운 오일바를 이겨 어쩔 수 없이 나온 마티에르 등이 그것이다.

    하루는 놀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주고 윤곽을 따라 그리게 했다. 무심한듯하던 놀다는 이내 흥미를 느꼈고, 몇 번이고 사진을 따라 그렸다. 이후 놀다는 뭉뚱그려 그렸던 호랑이 얼굴의 줄무늬와 귀, 눈, 코를 구분하여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깨우침이 놀다의 천진함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놀다의 그림이 형태를 뭉뚱그렸든 구분해냈든 지간에 비슷한 인상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하지 않은 형태가 대상의 인상을 더 온전하게 담아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놀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독창성은 형태를 무색하게 하는 본능적인 인상과 그 자체를 꾸밈없이 꺼내 놓을 수 있는 놀다의 천진함 그 자체다.

    놀다의 천진함은 가끔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부끄러움의 무게는 내가 하려던 치장의 무게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놀다의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그의 작업에 어떤 의미를 얹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놀다의 작업에서 천진함이 넘쳐흐를수록 어떤 치장도 필요 없어졌다. 그의 존재 이외에는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어떠해질 것도 없는 놀다의 작업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그가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방법을 그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놀다'는 길호의 호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에게 호라니 어울리지 않지만 '놀다'는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것이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길호 덕에 아버지는 그의 하루를 온전히 아들과 함께 한다. 분신처럼 생활의 전부를 함께하며 아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아버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표류하던 길호를 가장 몰입하게 한 것은 그림이었다.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길호가 길호로서 명료해졌다. 길호 스스로 색을 고르고 스스로 그리는 방법을 찾아 그린다. 그리는 동안에는 그림에 오롯이 몰입한다. 그 몰입이 끝나면 영락없이 어린아이가 되어 아버지의 손을 필요로 하지만 길호가 그로 온전할 수 있는 순간을 찾아 준 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아닐까. 형편없는 고뇌에 빠져 박길호 개인전을 준비하던 어느 봄날의 아침 놀다의 아버지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를 위해 이 글을 마친다. ■ 이지혜

    전시제목놀다 길호

    전시기간2017.05.21(일) - 2017.08.11(금)

    참여작가 박길호

    초대일시2017년 05월 21일 일요일 04:00pm

    관람시간월~일요일 10:00am - 10:00pm

    휴관일일요일,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에이블아트센터 ABLEART CENTER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617번길 9 (금곡동, 아트센터) )

    후원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락처031-29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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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다 길호

    에이블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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