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 위한 금긋기

2010.11.05 ▶ 2010.11.18

갤러리 모아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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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년 11월 05일 금요일 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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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Roll_03 formex, 850x780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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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버티다_01 stainless steel, 600x780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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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버티다_02 stainless steel, 720x785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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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버티다_03 formex, 585x1300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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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Open_01 monotype on paper, 780x1080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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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풍차돌기_01 monotype on paper, 780x1080mm, 2010

  • Press Release

    이상민-시간의 윤곽을 따르는 흔적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그림자로부터 파생했다고 하는 그림, 그리기의 역사는 흔적을 뒤쫓는 일련의 과정을 떠올려준다. 그림자는 부재하는 것, 실체로부터 파생한 것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것, 허상이면서도 실재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실재와 환영 사이에서 놀이한다고나 할까. 그것이 이미지는 아닐까? 눈 앞에 실재하는 그러나 순간순간 변화하는 저 세계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이미 있었던 시간, 현존인 동시에 부재가 되어 버리는 시간의 자취를 밟는 일이다. 그것은 과거이자 지금이며 유(有)이자 무(無)이고 순간적인 단절이자 연속이다. 이상민은 새삼 그런 시간의 흔적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수행한다. 그것은 단지 보여준다거나 시각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차원이기 보다는 그런 과정을 시각의 자장 안에 안겨준다는 점, 그 시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다분히 수행적이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몸의 반영으로부터 출발한다. 몸은 '나'의 정체성이 자리하는 핵심적 장소로 여겨진다. 일단 몸은 나라고 믿는 것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정체성이 있는지 없는 지와 상관없이 그 모든 것을 사유하고 의심하는 근간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 신체의 움직임을 받아쓰는 그리기를 수행한다. 자신의 신체를 진술하는 이 그리기는 부정할 수 없는 자아의 핵심적 실체라고 여기는 몸, 살로부터 나아간다. 정신이나 마음이 아니라 몸, 육체가 남긴 선명한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은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수행하는 보편적인 제스처이자 흔들림이고 떨림이다. 몸은 운동하고 움직이는 기관이다. 쉬지 않고 결코 멈추지 않는 몸의 운동은 생명을 가능하게 하고 살아있는 ‘나’를 규정하며 동시에 그 누군가의 독자한 표식, 이미지로 각인된다. 우리는 저마다 그만의 몸짓, 포즈, 표정, 떨림으로 기억된다. 그것은 얼굴의 생김새나 음성 못지않게 중요한 징표다.

    이상민은 자신만의 몸짓에 주목했다. 그 몸짓은 결국 윤곽의 기록으로 각인된다. 자기 몸의 윤곽을 따라가는 드로잉 작업이다. 나는 그 몸에 담겨있고 몸이 만들어내는 동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자기 몸의 지난 움직임은 영상으로 재현되고 그 이미지를 지금 자신의 몸으로, 드로잉으로 추적한다. 이미 있었던 과거의 시간 속 몸의 움직임이 현재의 시간 아래 재조명된다. 그 두 시간이 한 화면에 겹쳐서 이중의 음성을 발화한다. 다른 시간의 층위가 교차한다. 결과물은 죽은 과거의 몸짓을 바탕으로 그 위에 얹혀진 현재의 몸짓만이 남는다. 그러나 그 선, 움직임의 기록은 어떤 시간 속의 나일까? 절박하게, 지금 존재 하는 나에 대한 고백일까? 자기 몸의 윤곽을 따라가는, 더듬는 이 작업은 제한된 공간과 특정 상황에 놓인 ‘나’라는 객체의 움직임을 촬영한 후 이 동영상을 1/10이하의 속도로 느리게 재생해 종이 위에 영사하여 그 영상이 끝날 때까지 투영된 몸의 윤곽을 지속해서 따라가 보는 일이다. 그 추적은 한 선에서 시작과 끝을 동시에 수렴한다.

    여기서 영상의 윤곽은 내외부가 없이 오로지 경계로 존재하는 몸을 보여주며 그 몸을 따라가는 선들 또한 안과 밖의 구분없이 주변 공간과 부단히 삼투되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몸으로 나아간다. 시간 속에서 점멸하는 영상을 한 선으로 계속 따라가는 일이다. 벌거벗은 내 몸이 천천히 움직이고 뒤척이는 영상을 유연하고 미세한, 감각적인 연필선으로 따라가면서 이미 있었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하나로 부단히 엉켜서 그 둘이 지어내는 이상한 나의 세계를 기록한다. 이미 존재한 나를 기억하고 증거하는 일이자 지금의 나를 다시 그 과거의 나를 바탕으로 해서 덧쓰는 일은 분명 삶의 은유이다. 기억에 의존해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일이 삶이고 과거를 숙주삼아 자리하는 게 오늘이다. 여기서 선의 차이는 시간의 층차를 암시하고 기이한 애니메이션 효과, 부드럽고 느린 잔상을 자아낸다. 또한 나와 나를 구분하는 밖의 세계는 의미없이 뒤섞여 새로운 관계로 맺어지는데 이는 자기 몸과 주변상황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시도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는 윤곽으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내 몸과 움직임이다. 그 과정, 시간을 선으로 복사하고 복제한다. 그러나 그 복제는 결코 일치된 게 아니라 과정 중에 숱한 편차를 드러낸다. 이것은 다분히 판화적 발상이고 응용이다. 순간의 몸은 결코 똑같이 재현될 수 없는 현재이다. 작가는 그런 자기 몸을 매번 새롭게 인식하고자 한다. 진술하고자 한다. 그것이 이미지다. 재현의 불구성 앞에서 다만 새로운 순간으로 지속되어나갈 뿐인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예술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그 같은 드로잉은 입체로 확장된다. 탄성이 좋은 스테인레스스틸이나 포맥스에 표면에 특정 몸동작을 새겨 오린 후 그 안으로 동일한 몸동작을 따라 작게 파들어 가기도 한다. 순간 주어진 윤곽이 내부의 존재와 일치된다. 이미 주어진 형태 안에서 내부의 형태가 주어지고 내부는 외부를 자연스레 복제하는 것이다. 그것은 같으면서도 다른 '나'다. 흔들리는 윤곽의 겹친 선들과 동일형태의 반복적인 내부로의 회귀, 나선형의 이 같은 측면은 일련의 인터렉티브 작업으로 연결된다. 앞서 자신의 몸을 영상으로 투사한 후 그 움직임을 드로잉으로 따라간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그 자동기술적인 드로잉은 여러 매체를 동반하며 진행된다. 전체적으로 모노크롬이며 퍼포먼스와 드로잉, 그것의 복제, 프린트로서의 드로잉, 키네틱과 설치, 영상이 뒤섞여 있다.

    그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 안에 시간 속에 처한 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삶을 반복하는 자신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이 감지된다. 그러니까 작가의 관심은 이미 존재하는, 있었던 시간의 자취를 따르며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다. 순응적이면서도 이상한 차이가 발생하는 드로잉이다. 여기서 기계와 손이 합치되고 인공과 자연이 맞물린다. 그는 작가의 의도와 개입, 손이 개입되지 않는 그리기를 시도한다. 관람객의 개입에 의해 화면은 스스로 변화를 거듭한다. 센서에 의해 관객과의 거리가 가늠되고 그 거리에 따라 화면에는 어떤 흔적들이 기록된다. 이른바 키네틱 드로잉이자 손이 배제된 자동적인 드로잉이다. 화면을 응시하는 관객의 불가피한 접근과 개입, 반응이 기이한 드로잉을 산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천에 박음질된 실을 천천히 풀어서 다시 되감는 작업(탐), 격발음 같은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치솟는 셔틀콕과 농구대에 부딪친 수없는 농구공의 흔적을 기록한 작업(to the Sky, BB 01) 등은 한결같이 주체의 부재와 남겨진 운동의 흔적에 대한 기록, 시간에 대한 관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것은 앞서 자신의 몸의 윤곽을 따르는 작업과 동일하게 드로잉과 판화의 확장과 맞물려 돌아간다.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 역시 그 시간의 궤적. 작가의 몸의 흔적과 사유의 궤적, 그 모든 윤곽을 차분히 따라가 보게 된다. 같은 시간을 살아보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되감고 풀어내기를 반복하면서 시간 속의 나를 새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내 몸의 진동과 떨림을, 한 생명체의 부단한 운동의 현재성을, 그 몸이 짓는 시간을 공유해보는 것이다.

    전시제목넘기 위한 금긋기

    전시기간2010.11.05(금) - 2010.11.18(목)

    참여작가 이상민

    초대일시2010년 11월 05일 금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모아 GALLERY MOA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37 )

    연락처02-949-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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